#집을 사고 싶습니다 요새 나는 집사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다가 잠이 든다. 아파트가 지지난달 보다 2천 만원 올랐다. 이것도 거래되고 나면 또 오르겠지. 거북이 달리기처럼 돈 모으는 속도와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는 터무니 없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지금 이 집을 내놓자. 예금과 출자금과 적금과 심지어 주식의 예수금까지 다 더해보지만 어떤 수를 써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불을 덮는다(출자금은 지금 뺄 수도 없다). 집에 대한 마음이 강하시네요. 집을 사서 사실 하고 싶은 것은 없다. 주거에 크게 불안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노후대비랄까. #주말마다 영어 학원 주말마다 영어 학원을 다닌다. 이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마침내 나를 어디든 데려다 주겠지 라는 허무맹랑한 믿음으로 다니고 있다..
손톱을 깎았다. 얼굴을 간신히 챙겨 저녁에 돌아온다.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없으며, 이해하는 연기를 진심으로 하는 사람들도 없다. 이 분노는 내 것이니까. 분노를 공유할 수 없는 사람과 어떤 사랑도 공유할 수 없다. 고양이만이 계속 울었다. 일상생활에 자주 쓰는 독일어 회화 50개를 들으면서 따라했다. 한 번도 발음해본 적 없는 말들로 어떤 장소가 생긴 것 같았다. 누군가 내 머리를 찧으면, 너도 그 머리를 찧으라고 말해줄 것이다. 이렇게 말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다. 너는 두 배로 찧어서 짓이겨 놓으라고 할 것이다. 꼭 발음을 따라하라고 했다. 카메라를 보고 있을 눈이었겠지만, 멀리서까지 또렷하게 전해졌다. 자기 전에 한 번 더 따라해야지. 자주 쓰는 독일어 회화 50개.
![](http://i1.daumcdn.net/thumb/C148x148/?fname=https://blog.kakaocdn.net/dn/bPPVaS/btqDVuC0awV/JQEpDT7urF5vF3yrklOWH0/img.jpg)
넷플릭스 일일. 어렵게 사진까지 첨부해보는 리뷰. '대학교 과동기 5명이 40세인데도 절친, 같은 직장, 1주일에 한 번은 얼굴을 보고 살 수 있다'라는 꿈같은 설정. 보통은 5명의 대학교 과동기와 한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마다 밴드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친구들은 이미 랜선 친구이고, 만날 수 있는 찐친구는 별로 없으며 서로를 안 시기도 최대 10년. 대충 꿈 같은 얘기 보려고 본다. 보면서 늘 감탄하는 건 전미도 연기와 피부. 정경호의 신경질적인 연기도 좋다. 조정석은 흠이 없는 사람처럼 나와서 뭐지 저건... 의심하게 된다. 저런 사람이 어디있냐 이렇게 생각하게 됨. 의사가 아니라서 아무래도 환자 입장에 이입될 수 밖에 없는데, 병 진단을 받는 씬이 나오면 그동안 보험은 뭘 준비했는지 얼마나 ..
바닷가 마을이었다. 동네는 바다에 있었지만 놀수 있는 바다가 아니었다. 갯에 들어가면 발이 찢어지는, 아픔을 알기 전에 피가 흐르는 바다, 친척이 어렸을 때 죽었다는 무서운 바다였다. 바다가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바다를 바라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바다를 싫어했다. 지근에 살았지만 바다에 가는 일을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먼 바다의 동네는 조용했으나 바로 그 바다로 인해 큰 변혁을 겪는다. 한국에서인지 세계에서인지 서해에서인지, 가장 크다는 대교가 세워졌고 팡파레가 울렸다. 차가 지나기 전에 학교에서 우르르 몰려가 대교를 뛰었을 무렵, 그 주변에 커다란 휴게소가 세워졌다. 거듭 겹치는 무렵으로 나는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는 바로 그 휴게소에서 일..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어린 나이에도 후련해 지는 일이었다. 성당은 노래를 할 수 있게 했다.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다른 사람은 알지 못했으며 알더라도 그게 흠이 되지도 않았다. 여럿과 섞여도 내 것만큼은 스스로에게 잘 들린다. 노래는 높고 텅빈 곳에서 자유롭게 퍼져서 춤을 추다가 내려왔다. 성당의 시간은 곧 노래의 시간이었고, 그걸 좋아했다. 미사보를 쓴 미영이의 옆모습이 있었다.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우리는 옆에 앉았고 어디에 앉든 튀었다. 미영이와 키 차이가 크게 났던 까닭이다. 앉으라니까 앉고, 노래하라니까 노래하고, 서라니까 서서 흘러가는 시간에 우리는 둥둥 잘 맡겨졌다. 일주일마다 죄를 생각했다. 죄 없는데. 뭐가 죄지. 대수롭지 않은 죄를 겨우 생각해서 고하고 사도신경..
![](http://i1.daumcdn.net/thumb/C148x148/?fname=https://blog.kakaocdn.net/dn/dLt4LG/btqCLME51Io/d3A6SHkitcSF45DSe5e6Qk/img.jpg)
하루에 4번있는 버스를 타고 40분 가면 도착하는 읍내. 한참의 언덕을 올라가면 무슨 요새처럼 꾸려진 길가,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성당이 있었다. 동네라도 지척에 있어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교회와 거리의 스케일이 달랐다. 성당은 먼 곳에 딱 한 곳에만 존재했다. 성당에 다닌다는 것의 뜻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반에서, 아니 학교에서 성당에 다니는 애들은 한 손에 꼽았으므로. 그것은 문화의 최전선, 특별함, 걔 성당 다닌대, 라는 소리를 수근수근 들으면서 못들은 척 지나가는 일이었다. 가끔 학교에 쓸데없이 미사보를 챙겨가 이게 미사보야 하며 하얀 레이스를 늘어뜨리기도 했을 것이다. 성당이 어딘지도 모를 아이들도 수두룩했다. 교회밖에 모르는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간다는 것은, 이루 다 말..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것은 내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털이 빠지는 계절이고 도도도도 돌아다닌다. 작은 보폭마다 고양이, 심경이 다 들어가 있다. 고양이의 혀는 듣던대로 아주 아프다. 고무로 만든 사포같은데 얼굴에 닿으면 두 번 이상은 견딜 수가 없다. 아프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손바닥이라면 간지럽지. 고양이. 다시 뛰어온다. 피부에 닿는 사랑이 아니라 털에 닿는 사랑. 고양이를 엄청 웃겨주고 싶다. 고양이의 유머를 배우고 싶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아하하하 하고 웃는 소리에 같이 웃었으면 좋겠다. 꿈에서 서너줄의 문장을 입으로 말한다. 꽤 좋은 문장이었는데 금새 다 잊는다. 내가 쓰지 않은 문장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만화를 사랑했을 적, 저녁 여섯시 이십..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올해의 영화라고 생각했다가, 아니 어쩌면 인생의 영화. 관계의 평등, 남성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의 여성들의 이야기. 사랑을 하는 품위있고 우아한 사람들을 본 것은 처음이니까. 모든 장면이 새롭고 아름답다. 세 여자의 존중과 우애가 눈물날 듯 좋았다. 별 다섯개. 뮤지컬 마리 퀴리 작은 공연으로 시작하지만 끝내 지킬 앤 하이드처럼 대극장 뮤지컬이 되었으면 좋겠다. 연구일지를 쓰는 대목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요소도 있고, 마리와 안나의 장면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요소도 있다. 노래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마음 놓고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시나리오가 많아지면 좋겠다. 대개의 뮤지컬에서 여자의 역할이란 사랑이 아니면 고민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랑에 빠지거나 미치는 역할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
행복이 진행중일 때 우리는 그때까지의 일은 깡그리 잊는다. 그 직전까지는 우리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양. 행복은 오직 현재 시제로만 발생하는 감각이다. 머잖아 내 애인 곁으로, 내 크나큰 사랑에게로 돌아갈 걸 아는 가운데 혼자인 게 나는 좋았다. 14p "형식이 내용보다 커선 결코 안 됩니다, 특히 이곳 폴라드에서는요. 이건 우리 역사와 관계도 있습니다. 탄압, 독일, 러시아. 우린 감정이 넘치는 사람들이고 이를 창피로 여기죠. 연극 무대에서는 감정을 조심스레 다뤄야 합니다, 감정을 흉내 내선 안 돼요." 18p "남성 의식 슬하의 제도 안에 진정으로 인사이더인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할수록 기이했다. 점차 나는 '모성'이 남성 의식 슬하의 제도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여기서 남성 의식은..
"목소리를 키우라는 건 크게 말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본인이 원하는 바를 소리 내어 말할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느끼라는 듯이죠. 우리는 원하는 게 있을 대기어이 주저하고 말죠. 난 작품에서 그러한 머뭇거림을 숨기지 않고 보여 주고자 해요. 머뭇거림은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과는 달라요. 주저한다는 건 소망을 물리치려는 시도에요. 하지만 여러분이 그 소망을 붙으더 언어로 표현할 준비가 되면, 그땐 속삭여 말해도 관객이 반드시 여러분 말을 듣게 돼 있어요." 중에서 행복하고 완벽한 책이다. 번역도 좋고, 힘을 내라는 응원한다는 듯 이어지는 여성 작가들의 추천사까지 더할나위 없었다. 수영을 하는 물 속의 나날. 그 속에서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행복. 거세게 가르는 물을 사랑한다. 그 힘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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