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정읍역. 1번 표사는 곳은 문을 닫았고 2번 표 사는 곳은 열렸으나 파는 이가 없고 3번 국가유공자, 장애인이 표사는 곳만 열려 있다. 3번 창구에 줄을 길게 선 일반인들. 구름도 없이 몸 전부 햇빛에 내던져진 내장산은 녹색 아래도 녹색을 감추고 있다. 이런 햇빛에도 나뭇잎은 녹색 그 이상이 되지 않는걸까. 대체로 이런 궁금을 안고 자박자박 걷는 길이다. 어느 한계에서는 광합성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그 한계는 35도. 광합성=녹색을 연상하는 얼토당토한 이해지만, 그때 정읍의 온도가 그랬으니까 아마 내장산은 2016년 최대 광합성을 하고 있었을텐데, 그것은 아마도 이파리 가장자리가 끝까지 이 햇빛을 담고, 가장 끝까지 펼쳐져 산을 크게 하는 일이었을 거다. 가을이 되면 이 부함이 버석하게 ..
정읍역에서 내장산을 왕복하는 171번 버스 서울의 귀퉁이 북로 23길 다음 빌라에는 슬프도록 큰 창이 있다. 반경 20km 동급 투룸들 중에서 가장 창이 크며, 쓰리룸을 합쳐도 창이 크고, 근방에 있는 18평 24평 한마음 아파트와 길 건너 선정 아파트 베란다 통창과 맘먹을 정도로 크다. 이 창은 길을 향해 났는데, 그게 얼마나 크냐면 간단히 말해 벽 대신 창이라고 하면 알까. 또한 다음 빌라 201호는 지상에서 170cm올라와 있어 가까스로 1층을 면했지만 1층과 다름없는 2층을 가장한다. 그 집 거실에 앉아 있으면 길을 지나다니는 이들의 정수리 가마가 잘 보이며, 건너편 편의점에서 콜라나 맥주캔을 따는 소리가 마치 내가 먹는 듯 상쾌하게 들린다. 바깥에서 그 길을 지나는 이들은 이상한 집에 사는 이의..
내장산. 내장산을 나가는 길인지, 들어가는 길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 정읍 갈까 네가 말했을 때. '우리'부터 벌써 기쁘기 시작해 '정읍'이라는 알지도 못하는 곳이 돌 자분자분 깔린 우물 보듯 예뻤다. '갈까'라는 말 앞에 무엇이 와도 가고 싶었을테니까. 시시함,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어도 좋지만 다만 생각하고 있는 '어떤 것'을 들었다. 나는 그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들을 기다렸다. 소란이 쌓이기를. 마음이 하나 둘 놓이기를 바라고 있다. 너는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실은, 네게로부터 정읍의 이야기는 벌써 세 번째였다. 한 번은 넌지시 '정읍사'를 아느냐고 했다. 나는 고려 가사인가. 라고 대답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고려시대에도 불렸다). 이어 '진데를 밟지 말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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