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을 샀다. 너에게 주려고. 너를 생각하며 장갑을 산 일을 적는다. 네게 장갑을 산 일은 내가 받아보았던 일에서 시작한다. 장갑을 선물 받고 나는 이제 그것을 살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오늘 그 일을 고백하고 싶다. 그러니까 그 전까지 이런 장갑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물이었다. 저 검은 가죽들은 꼭 맞는 손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살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지기도 했으나 거기에 나를 넣을 순 없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그냥 '장갑'이라는, 종이에 쓰여질 단어와 하등의 차이가 없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겨울마다 백화점엔 수많은 가죽장갑이 있었고 가판에도 쌓여 있지만 거기엔 가치를 뽐내는 은은한 광택과 그것을 복제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가릴 것 없이 한꺼번에 경계했고 그 길을 상관없이 지나쳐왔다...
비가 하루를 꽉 채워 내린다. 열기가 덜 식은 공기로 실내는 아직 답답하다. 백여보 정도 걷다 왔다. 슬리퍼 사이로 빗물이 들어왔고 그것은 시원하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기분 좋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건물 일층에는 비를 맞지 않는 그늘에 푸들 두 마리가 묶여 있다. 주인은 건넛집 사람으로 이쯤되면 거의 방치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내 얼굴을 알아보는지 제법 조용히 있다. 큰 눈을 굴려 내 얼굴께를 보기도 한다. 비굴한 귀여움이라는 생각이 스쳤고 그런 생각이 윤리적이지 않다는데 미쳤다. 미안해졌다. 충분히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생각을 하여 나로 하여금 미안하게 만든다. 이런것까지 나라고 해야할까. 쉽게 동의할 수 없지만 우선은 그래야겠지. 더운 공기가 뱃속으로 밀려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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