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 문태준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문태준, 『먼 곳』, 창비시선 343. 이 슬픔을 우리말로 읽는 기쁨
느림보 마음문태준 / 마음의숲 / 2009 문태준 첫 산문집. 손이 묻어나는 표지. 행간이 넓어서 글자가 한 줄씩은 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가는 그의 말씨. 그의 생활과 가족사이로, 느릿느릿 움직인다. 매병과 연못 매병을 가만히 보고 있습니다. 매병은 구멍의 어귀가 좁고, 어깨는 넓으며, 밑은 홀쭉하게 생겼습니다. 매병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다소 허리통이 큰 사람의 몸 같습니다. 수일 전부터 나에게는 매병을 즐겨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고, 졸음을 이기지 못할 때마다 매병을 바라봅니다. 매병은 마음의 성成을 잘 지킵니다. 나는 매병을 볼 때마다 "차라리 스스로 뼈를 깨고 가슴을 갤지언정, 망령된 마음을 따라 악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을 떠..
나와 거북 1 문태준 거북 한 마리를 샀네그의 등때기와 목을 사랑하였네물속에 돌을 하나 놓았네앉을 데를 내주었네침묵이 생겼네돌이 두 개가 되었네굼뜨고 굼뜬 거북은물돌 밑에 살았네오늘 낮엔 처음 목을 빼나를 빤히 들여다보더니젯상의 병풍을 접듯물 바깥의 나를 접어겹겹의 주름 덩어리로 만들어하나의 주머니인 몸속으로천천히 지극히 천천히데리고 들어갔네생각 하나가 오그라지는 얼굴 하나가가슴속으로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네 ---- 나와 거북 2 문태준 시간이여,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사람에게 마른 데를 보여다오 아무도 없는 텅 빈집에 내가 막 들어섰을 때 나의거북이 작은 몽돌 위에 올라 앉아 사방으로 다리를벌리고 몸을 말리듯이 저 마른 빛이 거북의 모둔 소유(所有)이듯이 걸레처럼 축축하게 밀고 가는 시간이여, 마른 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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