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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거북 한 마리를 샀네
그의 등때기와 목을 사랑하였네
물속에 돌을 하나 놓았네
앉을 데를 내주었네
침묵이 생겼네
돌이 두 개가 되었네
굼뜨고 굼뜬 거북은
물돌 밑에 살았네
오늘 낮엔 처음 목을 빼
나를 빤히 들여다보더니
젯상의 병풍을 접듯
물 바깥의 나를 접어
겹겹의 주름 덩어리로 만들어
하나의 주머니인 몸속으로
천천히 지극히 천천히
데리고 들어갔네
생각 하나가
오그라지는 얼굴 하나가
가슴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네
----
나와 거북 2
문태준
시간이여,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사람에게 마른 데를 보여다오
아무도 없는 텅 빈집에 내가 막 들어섰을 때 나의
거북이 작은 몽돌 위에 올라 앉아 사방으로 다리를
벌리고 몸을 말리듯이
저 마른 빛이 거북의 모둔 소유(所有)이듯이
걸레처럼 축축하게 밀고 가는 시간이여,
마른 배를 보여다오
문태준, 『그늘의 발달』,문학과 지성사. 2008.
ㅡㅡ
젯상의 병풍을 접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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