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허겁지겁 책읽기의 날로 정했다. 첫 번째로 발견한 책 이학사, 2022. 점점 더 좋은 책을 발견하기 어려운 가운데, 이학사에서 좋은 시리즈를 냈다. 내러티브 총서. 이학사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내면 마땅히 알려야 할 의무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좋은 건 함께 하자. 김상환 교수의 발간사만으로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이야기 형식이 변해가고 있다. 텍스트는 고정된 구조를 갖지 않고, 이야기 또한 선형적인 순서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형태를 취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문맥 속에 재구성된다. ->탁월하다. 이런 통찰은 대체 어떻게 얻는 것일까? 책만 보실 것 같은데 유튜브의 문법이나, 트위터 등의 문법 등을 꿰뚫은 듯한 ..
구석진 데는 빛이 비어 있었다. 그와중에도 금이 간 골목 여관이니 찜질방 고딕의 간판에는 아직 쌩쌩하게 불빛이 돌고 있다. 청파동 길목, 숙대 아래의 카페들은 아주 작아 대부분이 가게에는 주인만이 겨우 들어가 계란 빵과 타코야키같은 것을 구웠다. 그 중에 드물게 내부가 넓어보이는 카페가 있었다. 와플을 파는곳이었다. 그러나 내부의 공간활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밖에서 보이는 아늑함, 여유로움은 조금도 없고, 일렬로 길게 늘어선 테이블과 딱딱한 인테리어는 이곳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내 앞자리에는 한 여자와 아이 둘 와플과 음료를 먹고 있어 그날 우리의 구도를 설명하면 이렇다. 어쩐지 불우한 바람, 떨리는 가게 문이 보이고, 그 안족에는 이 가족들이 보이고, 그 안쪽에 내가 있는 식..
올해 2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나얼의 왼쪽 얼굴을 오래 생각할 무렵(브라운 아이드 소울 발렌타인데이), 긴 코트를 한번 더 에워 잠그며 참 이상한 일이구나, 생각했던 것이 하나 있다. 어두워진 올림픽 공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그곳엔 내가 십대였을 때에도 본 적이 없는 수천명의 십대 여성들이 있다. 그들과 한쪽으로 걸어가던 장면. 같은 날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이라는 보이그룹의 콘서트가 있었다. 이 두 그룹 팬층의 연령대는 못해도 10살 이상의 시간차를 확보하며, 같은 날 같은 일대에서 열리는 콘서트라는 만에 하나 가질만한 우려야말로 기우인 것처럼 여기며 각자 성공적인 인원을 유치했을 것이다. 눈보라가 치는 날이었다. 콘서트는 비슷한 시간에 끝이 나 체조 경기장과 핸드볼 경기장에서는 꾸준히 꾸역꾸역 사람..
다시 정읍역. 1번 표사는 곳은 문을 닫았고 2번 표 사는 곳은 열렸으나 파는 이가 없고 3번 국가유공자, 장애인이 표사는 곳만 열려 있다. 3번 창구에 줄을 길게 선 일반인들. 구름도 없이 몸 전부 햇빛에 내던져진 내장산은 녹색 아래도 녹색을 감추고 있다. 이런 햇빛에도 나뭇잎은 녹색 그 이상이 되지 않는걸까. 대체로 이런 궁금을 안고 자박자박 걷는 길이다. 어느 한계에서는 광합성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그 한계는 35도. 광합성=녹색을 연상하는 얼토당토한 이해지만, 그때 정읍의 온도가 그랬으니까 아마 내장산은 2016년 최대 광합성을 하고 있었을텐데, 그것은 아마도 이파리 가장자리가 끝까지 이 햇빛을 담고, 가장 끝까지 펼쳐져 산을 크게 하는 일이었을 거다. 가을이 되면 이 부함이 버석하게 ..
몸만큼 긴 꼬리의 다람쥐. 내장산에 산다. 내장산이 어땠는지 바로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우리는(이 아니라 나는) 내장산은 정읍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여행의 마지막에 놓고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해봐야 정읍사 공원 - 내장산의 루트였지만. 내장산의 계곡을 생각하며 돗자리를 챙겼고, 물에서 최대한 놀기 위해 짧은 바지를 입었으며, 또 간단하게 자두나 복숭아 같은 과일을 먹으려는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여행의 제일 걱정은 내장산 계곡을 찾지 못하거나,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곳에 있을까였다) 간단하게 정읍사 공원을 간 다음 '장을 보고' 가자고 마음 먹고 있었던 것. 그런데 어이없게도 정읍사 공원을 갈 수 있는 버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포털 지도의 한계인 것인지, 순환1, 101번..
정읍역에서 내장산을 왕복하는 171번 버스 서울의 귀퉁이 북로 23길 다음 빌라에는 슬프도록 큰 창이 있다. 반경 20km 동급 투룸들 중에서 가장 창이 크며, 쓰리룸을 합쳐도 창이 크고, 근방에 있는 18평 24평 한마음 아파트와 길 건너 선정 아파트 베란다 통창과 맘먹을 정도로 크다. 이 창은 길을 향해 났는데, 그게 얼마나 크냐면 간단히 말해 벽 대신 창이라고 하면 알까. 또한 다음 빌라 201호는 지상에서 170cm올라와 있어 가까스로 1층을 면했지만 1층과 다름없는 2층을 가장한다. 그 집 거실에 앉아 있으면 길을 지나다니는 이들의 정수리 가마가 잘 보이며, 건너편 편의점에서 콜라나 맥주캔을 따는 소리가 마치 내가 먹는 듯 상쾌하게 들린다. 바깥에서 그 길을 지나는 이들은 이상한 집에 사는 이의..
내장산. 내장산을 나가는 길인지, 들어가는 길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 정읍 갈까 네가 말했을 때. '우리'부터 벌써 기쁘기 시작해 '정읍'이라는 알지도 못하는 곳이 돌 자분자분 깔린 우물 보듯 예뻤다. '갈까'라는 말 앞에 무엇이 와도 가고 싶었을테니까. 시시함,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어도 좋지만 다만 생각하고 있는 '어떤 것'을 들었다. 나는 그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들을 기다렸다. 소란이 쌓이기를. 마음이 하나 둘 놓이기를 바라고 있다. 너는 드디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실은, 네게로부터 정읍의 이야기는 벌써 세 번째였다. 한 번은 넌지시 '정읍사'를 아느냐고 했다. 나는 고려 가사인가. 라고 대답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고려시대에도 불렸다). 이어 '진데를 밟지 말라'는..
조촐한 피서 모든 돌을 검은색으로 바꿔서 이기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건 너무 깜깜하고, 아름답지도 않으니까. 이 판을 긍긍하는 건 내 돌이 모두 흰색으로 바뀌어 판에서 튕겨져 나가야 하는 사태를 막기위해서다. 수락한 적 없는 게임인데 언제 올랐는지 오셀로의 8*8개의 선에 돌을 하나씩 놓는다. 유리를 궁리한다. 최근의 그 궁리 끝에는, 그나마 갖고 있던 지분이 다 뒤집어져 "니가 '원래'갖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는 궁금하지 않는 진실을 대면하는 순간이다. 진 판이야 다시 추스려 깔면 되지만, 문제는 원하지 않게 초대되어서 심지어는 돈을 걸어야 하고, 모든게 쓸려 나가는 꼴을 봐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 가족이라고 부른다. 소불고기가 그랬고, 교보문고가 그랬고,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에..
기기를 막 다루지 않아도 노트북은 고장이 날 수 있습니다... 노트북을 산 지 얼마 안되어 집에 가져간 일이 있다. 아버지께 어떠냐고 보여드렸더니 '좀 부실해 보인다'라고 하셨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예쁘네였는데 그...그래보이긴 하죠. 후들거리는 외관이었지만 어쨌든 제가 샀어요. 제가 기기를 막 다루는 편은 아니니까요. 라는 마음이었다. 모두 말하면 좀 그렇고, 싸서 어쩔 수 없다고 얘기했다. 아버지 한 눈에 부실함을 알아보셨다. 이 노트북은 11개월만에 처참하게 오른쪽이 부셔져 한동안 국어사전에 기대 있었다. 레노버 서비스 센터 방문 4회 만에 무상수리 오늘로 노트북을 고쳐 찾아왔다. 레노버 서비스 센터 방문은 총 4회였다. 1. 유상수리입니다. 견적 13만원, 약 2주 소요됩니다. 2. 왜 유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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