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4 이준규 선인장과 낮과 색안경과 연고의 사이에 있다 버스와 치과와 헌책방과 학원과 행상과 좌판과 커피와 김치찌개와 초인종과 나뭇가지에 걸려 한 시절 보낸비닐과 오후의 낙지와 오전의 화장실의 발레리와 자개장과비단과 백조와 향수 사이에 있다 여성은 옷을 입고 나갈 수 있는 존재이다 유리에 비친 얼굴을 본다 허리가 나쁘다 잃어버린 열쇠를 닮았다 고통을 포함한 어마어마한 낱말과 모음으로 끝난 체언에 붙는 조사와 성장한 뒷모습 시계를 보면 항상 시간이 있다 그 시집에는 일상을 드러내는 어휘가 많다 밥이 다 되었다 이준규, 『흑백』, 문학과지성사, 2008. 그만의 스타일이 자리잡는 이후의 시집이 물론 더 좋다.그러나 시작은 불안해서 좋다. 기존의 말과 그의 말이 섞여 싸운다. 이후를 점쳐 볼 수 있다. 흑..
[ ]의 가능성 -『네모』, 이준규 허무맹랑하게도네모는 시의 모습이다. 시는 오랫동안 네모였으나 아무도 네모라고 부르지 않았다. 시집은 네모나고, 그 안에 사는 시도 네모를 갖춘다. 시는 둥글게 모일 수도 있었으나, 차분한 각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시는 엄밀히 말하자면 네모는 아니다. 꼭 한 칸을 들여쓰기 때문에 큰 네모에, 작은 네모가 빠져 있는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뤄져 있다는 세계를 살지만 그곳에는 꼭 나 하나 만큼의 허전함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허전함은 어떤 우주에서도 찾아 가득해 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시인은 늘 한 칸을 띄우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만들어 진 시는 큰 네모와, 그것을 이루기도 전에 사라진 작은 네모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허무맹랑하다고 해도..
거리 이준규 서러움에 어떤 거리가 생겼다. 모든 사물은 어떤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비가 쏟아졌다. 어디였을까. 내가 자세히 그리워하지 않았던 곳이. 택시 안에서 문득 울고 싶은 대낮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성당이나 철길을 보고 서러워지는 것도 이유가 없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어디선가 들깨 향이 났다. 깻잎을 보면 야구공이 생각나는 건 개인적인 일이다. 오래된 커피 자국을 본다. 이준규, 『네모』, 문학과지성사, 2014. 오히려 형식이 그에게 '구애'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주 좋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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