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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4
이준규
선인장과 낮과 색안경과 연고의 사이에 있다
버스와 치과와 헌책방과 학원과 행상과 좌판과 커
피와
김치찌개와 초인종과 나뭇가지에 걸려 한 시절 보낸
비닐과
오후의 낙지와 오전의 화장실의 발레리와 자개장과
비단과
백조와 향수 사이에 있다
여성은 옷을 입고 나갈 수 있는 존재이다
유리에 비친 얼굴을 본다
허리가 나쁘다
잃어버린 열쇠를 닮았다
고통을 포함한 어마어마한 낱말과
모음으로 끝난 체언에 붙는 조사와
성장한 뒷모습
시계를 보면 항상 시간이 있다
그 시집에는 일상을 드러내는 어휘가 많다
밥이 다 되었다
이준규, 『흑백』, 문학과지성사, 2008.
그만의 스타일이 자리잡는 이후의 시집이 물론 더 좋다.
그러나 시작은 불안해서 좋다.
기존의 말과 그의 말이 섞여 싸운다. 이후를 점쳐 볼 수 있다.
흑백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찾아보았다.
'화장실의 발레리'. 그라면 당연히 발레리를 생각했겠지만
나는 벌레가 더 먼저 생각났고, 화장실의 발레리 혹은 벌레 둘다로 읽히는 단어는
어쩐지 발레로 빠져나가 자개장과 백조와 여자로 꺾는다.
그래서 이런 구절은 얼마나 좋은가.
'성장한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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