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4번의 시도 끝에 결국 다 봄. 1~4화가 너무 재미없어서 실패하다가 이번에는 아예 5화부터 시작했다(나도 타임슬립) 상견니에 대한 상세한 해석은 굉장히 많아 다른 시각으로 리뷰를 하려고 한다. 스포일러 있음. 이 글을 읽어도 좋은 사람은? 1. 상견니 다 보고 그냥 그랬어 혹은 불호인 사람 2. 상견니 중도 하차했고 1~4화가 지독하게 재미없어서 동지를 찾는 사람 3. 상견니 안봤는데 왜 유명한지 대충 알고 싶은 사람 4. 상견니는 안 궁금한데 대만이 배경이라서 좀 궁금한 사람 1~4화가 재미없는 이유 0. 기본 정보의 부재 는 타임슬립+로맨스+스릴러+범죄물 장르다. 이 장르임을 사전에 알고 있다면 1~4화의 지루함을 견딜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 큰 고통. 1. 혼자 슬..
시먼딩의 찐빵집 시먼딩은 90년대 초 타이완에서 처음으로 보행자 거리를 조성하고 주말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고, 젊은이들의 거리로 되살아 나게 됩니다. 시먼딩역 출구로 올라오면 세상의 온갖 전광판이 다 나를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큰 도로와 인도로 황량합니다. 제가 걸었던 곳은 보행자의 거리는 아니었지만, 마치 차도인양 생각되는 만큼의 인도가 있었습니다. 그 넓게 뻗은 거리를 보며 제 어깨가 다 커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때는 굉장히 덥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 저는 까르푸에 들리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대만에 왔다는 표지를 남겨야 했거든요. 3분 차라든가, 무슨 치약이나 방향제, 젤리, 그런 것들을 사러말이죠. 같은 여행을 반복하..
그녀는 나를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는지, 일본어로 다섯 문장 가량을 빠르게 말했다. 느낌상 혼자 왔어요? 어디서 왔나요? 덥죠? 라는 생활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나는 그것만으로 더워지고 있었다. 나는 그리던 노트와 펜을 가지런히 접고, 앉은 자리를 단디 하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다시 올린 후 대답했다. (저는 일본인이 아닙니다) 물론 그러기 전에 그녀는 알았을 테지만. 그녀는 아, 미안합니다라고 말한 것 같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우리가 어떻게든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 거라는 걸 느꼈다. 그녀와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절룩이는 대화를 잇는 것을. 그녀는 40대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보였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지금은 얼굴이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하여간..
용산사에서 만난 사람 1 대만에서 용산사를 가지 않을 수 없는 방법은 별로 없다. 당신이 대만에 처음 간다면, 반드시 코스에 포함될 것이다. 첫 번째 여행에 가지 않았다면 그 이유로 두 번째 여행에 포함될 것이다. 당신이 혹시 스물 한 번쯤 대만에 다녀왔다면 용산사는 생활일 수 있다. 당신이 대만에 산다면, 한 해에 몇 번은 마음을 먹지 않아도 용산사가 당신을 불러 맞으리. 역 이름이 용산사이고, 출구 하나도 당연히 용산사를 가리킨다. 나가서 오분을 채 걷지 않아도 용산사. 역세권. 그러므로 용산사의 입구란, 용산사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 지하철 역 출구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이 이렇게 넓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넓다, 는 느낌의 지하철역이다. 아직 용..
그때 내게 등을 보여준 유리간 한칸만큼 공중을 두는 긴장이 사진에 놓였다. 구부정한 어깨, 그저 앞을 볼 것 같은 시선. 잠시 말 없을 것 같다. 혹여 남자가 좀 더 의젓하게 앉았거나, 여자의 하나로 묶은 머리가 안쪽 어깨로 내려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이들 사이에 놓인 물건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마음 들었을까. 이들은 더위에 쉬고 낯섬에 쉰다. 잠깐은 말이 없어도 좋겠지. 상대의 곤궁을 완전히 다 알 수도 없고, 얼굴에 그대로 그려낼 수도 없다. 지곡열 가는 길이었다. 옛 집을 보러온 이들이 소란했다. 안쪽에는 한시도 가만있지 않는 아이들에 부모가 씨름을 하고, 쉼없이 밀려드는 이들을 안내하는 어르신의 쇳소리가 문지방을 오갔다. 온천을 하러 왔을리는 만무하다. 중간 턱에 있는 도서관에 왔더라면 그렇겠다...
온천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가기 전에 수영복을 챙길까, 고민하다가 예전이 생각났습니다. 비가 오는 바람에 수영장에 들어가지 못했거든요. 여행 내내 짐이 되었던 일입니다. 그 노천탕은 매우 싼 가격이었는데(한화 이천원 정도)수영복을 입지 않으면 출입이 안되는 곳이었습니다. 때마침 그날 아침부터 마침 비가 왔고, 비를 맞으며 온천 할 생각은 없었기에 연기가 펄펄나는 온천수만으로도 즐거우리라 생각했습니다. 라고 말은 해도, 온천을 가면서 반쯤 포기하고 채비한 것이지요. 태도가 이러했습니다. 옷을 다 벗고 한 시간쯤 있기에는 마음이 없었던 겁니다. 어쩌면 다녀왔다, 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만족할 것이었죠. 온천을 구경하러가던 길목에, 큼지막한 정자가 있었습니다. 현지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습니다. ..
높은 건물은 아니었으나 거대한 건물에 강박적으로 정구획된 창이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지상에는 도로의 한쪽을 차지한 오토바이떼가 우릉우릉 신호를 대기중이다. 그들이 이루는 대열의 존재감이 대단해 자동차가 귀를 내려야 할 판이었다. 신호가 바뀌고 튀어나가는 속도가 자신만만해 도시가 빠르고 젊다는 인상이 들었다. 곳곳은 공사중이었다. 대륙의 팽창 속에 일본의 절제가 박혀 충돌하는 모양으로 보였다. 대만이 어떤 얼굴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A부터 시작해서 Z까지 순번의 출구, 대문자 알파벳에서 다시 하위 숫자를 갖는 정류장은 대륙의 기상이 아니고서야 가질 수 없는 규모일 것이다. 작은 일본으로 줄곧 대만을 그려왔던 것을 모두 철회한다. 일본의 색은 삼할을 넘지 않을 것 같았다. 여기는 타이페이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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