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동안 집을 정리했지만, 정리했다고 볼 수는 없다. 바꿀 수 없는 몇 가지가 너무 육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외에 것을 치우는 것으로 방은 치워지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이미 벽과 같은 기능을 하는 책장과 그 책장 옆으로 증식하는 작은 책장과 그리고 침대는 싫다면서 침대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옮길 수 없는) 너무나 마음에 드는 매트리스가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글을 쓰지 않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책상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내 방에 책상이 과연 없었던가. 몇 번이나 놓았으나 책상에 앉으려는 시도는 번번히 실패하고 다시 책장의 부가적인 기능을 따라갈 뿐이었다. 책상에 앉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매트리스가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조도의 문제도 ..
올해 좋았던 일: 합기도를 해본 것, 그리고 제주도 여행. 제주도에 갔을 때 비가 엄청나게 왔다. 해수욕장에 있다가 비를 피해 숙소데 가는 15분이 길었다. 수영복 위에 옷을 걸치고 별로 소용없는 우산을 걷던 기억. 비 피할 곳을 찾아 밥을 먹었다. 빗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면서 김이 나는 음식을 먹었다. 올해 처음 시도해본 것: 합기도, 과메기: 과메기를 처음 먹어보았는데 맛있었다. 올해 좋았던 소비: 무인양품 겨울 잠옷. 입으면 곰처럼 되는데 가볍고 따뜻하다. 올해 힘들었던 일: 2026년 목표:수영 오른쪽 호흡 연습하기, 수영 대회를 나가보기, 배구 하기.그러려니 하기.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기,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 느린 사람이 되기읽기기타 연습을 지속할 방법 찾기. 글쓰기.
큰아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가? 나는 큰아빠가 아주 많다. 고모도 아주 많다. 너무 많아서 세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들을 다 낳은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알 수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날 때부터 없었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인상이 없다. 대신 언제나 큰아빠 큰엄마가 계셨다. 내가 부모님 외에 처음 만난 어른은 아주 젊었던 것이다. 밭 한가운데 큰 사람이 있으면 여자는 큰엄마이시고, 남자면 큰아빠였다. 내가 큰아빠 큰엄마라고 하면 사실 그 분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분들도 큰아빠이긴 하지만 숫자를 붙여서 이야기 한다. 첫째 큰아빠 둘째 큰아빠. 명절 때 사촌오빠들을 만나면 이상하게 이 숫자가 변하더만? 그게 좀 이상했지만 그래도 내가 기억해야 할 숫자는 헷갈리지 않..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소설에는 서로 엮일 것 같지 않는 여러 명이 생각보다 서로의 인생에 깊게 엮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면서 도움을 주는 사이가 된다. 이러려면 일단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그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고 나도 상대방을 신뢰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을 수 있도록 열린 사람이어야 한다. 단 그들 모두 기댈만한 가족이 없거나, 가족을 벗어나 완전히 독립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대개는 첫 번째의 도움이나 요청이 가족에게 가니까. 소설에는 아프고, 가난하고, 실패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이들이 나오지만(그래도 일단 서울에 살고 있긴 하다) 악조건 속에서도 연대할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큰 힘들이지 않고 찾아낸다. 가족을 제외하고. 선분 잇..
문장웹진에서 단편 소설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출근길에 오가며 몇 편을 읽었다. -박서련 "나는 씨발 너무 젊고 젊다는 게 이제는 조금 질린다.""나는 씨발 어떻게 하루 종일 나인가." 라는 생각을 하는 의 주인공. 공장에서 일하는 중에 이정현의 노래에 화가나고(시끄러움) 그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것에 화가난다. 주인공은 대학에 가야 하는데 아빠가 학비까지 모두 모아 노래방을 차렸기 때문. 배경은 IMF즈음, 그 이후이다. 주인공은 대학에 못갔고 그 결과 공장에 나간다. 고등학생에게 하나 있는 미래 '대학'을 잃어버리자 야자도 그만두고 다른 목표 설정이 잘 안된다. 그 후 공장에서 일하는 언니 도요를 알게 되고, 그가 돈을 모아 춤을 춘다는 사실을 발견하는데... 그게 바로 뉴 잭 스윙. 도요 언니..
를 보고 있다. 나에게서 일어나는 지옥, 시간이 정해져 있는 지옥, 지옥의 시간을 더 확보해가는 지옥, 우연히 빠진 듯한 지옥처럼 보이기, 새로운(new) 지옥, 지옥 밑의 지옥, 지옥에서 빠져나왔을 때 마주하는 지옥, 빠져나올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 지옥, 지옥에 적응하면 그곳은 더 이상 지옥인가 아닌가 등을 보고 있다. 10년 전에 보지 못해서 이제야 보고 있다. 시즌 2를 보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러 층위에서 괴로운 가운데, 앞으로 더한 지옥만이 펼쳐져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시즌 1의 후기를 남겨보자면. 지옥 1. 마약 제조마약 제조에는 화학을 잘 아는 등 고급 기술이 필요하지만, 고등학교 화학실에 있는 정도의 도구로 제조가 가능하다.마약을 잘 팔기 위해서는 유통망이 있..
"내게 이런 운명이 닥쳤다고 해서 내가 이전에 말한 원칙들을 지금 내던져버릴 수는 없네." 46b과거에 군인으로서 자신은 올바르지 못한 일을 하기보다 죽음을 마주했다고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말했다. 소크라테스가 그저 연명하기 위해 자신에게 올바르지 않아 보이는 행동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통합성(integrity)이라는 덕의 핵심 측면을 포착하고 있다. 통합성이라는 가치의 관념은 일련의 단절된 사건들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서 살아가는 삶이라는 관념이다.그러므로 통합성에는 새로운 근거나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기존의 원칙과 견해를 확고부동하게 고수하는 태도가 포함된다. 91p 버클리를 논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려면 다음과 같은 진부한 사고방식을 어떻게든 극복해야 한다. 내가 탁자를 ..
도무지 어렵고 생기를 잃은 가운데 산책을 했다. 말하고 싶지 않음. 웃고 싶지 않음. 웃기고 싶지 않음. 앉아서 무알콜 맥주를 마셨다. 무알콜이라는 것은 정말 좋다. 술 맛이 나는데 먹어도 취하지 않을 수 있다니. 밤바람이 차다. 아직은 기분이 좋은 바람이었다. 그때 큰 강아지가 코를 가까이 하며 인사했다. 밤 같은 코가 촉촉했고 곧 큰 눈이 보였고, 곧 흰색의 몸이 보였다. 꼬리를 흔들었다. 어떻게 갑자기 나타나서 인사를! 큰 강아지를 웃기고 싶어졌고 웃고 싶어졌다.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예뻐라, 이름이 뭐니? 큰 강아지는 대답하지 않는다. 의젓하게 코를 들이 밀었다. 어디서부터 걸어왔을까. 어디서부터 이 사람들을 봤을까? 어디서부터 이 사람들에게 아는 체를 해야지, 생각했을까? 천변을 보면서 술을..
... 화장을 하는 여자가 어떤 물음에 조언을 하는 숏츠를 본 적이 있다. 질문이 화면 중앙 박스에 올라온다. 연인과 헤어졌어요. 너무 아파요. 그러자 화장을 하던 여자는 화면을 보면서 확신에 차서 말한다. 앞으로 너는 그 사람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거고, 더 아프게 될 거야. 숏츠는 몇 개 되지 않는 질문과 대답을 영원처럼 반복했다. 어떤 것이 먼저 나왔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 반복이 생각난다. 주문 같기도 하고 어쩌면.... 최근에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매력적이어서 신청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책 정리를 하면서 책도 좀 보자는 심산이었다(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진행하는데, 이 교육이 재미있다. 앞뒤로 코팅된 A4종이 몇 장을 읽고 간단한 문..
숙소 바다 근처의 숙소였으면 했다. 바다 바로 근처에 숙소는 많았지만 혼자 가기에 적당한 가격은 잘 보이지 않았다. 10만원? 안되죠. 가격은 계속 내려가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방을 쓰는데 싸지도 않군... 1인 여행자를 위한 제주의 모텔들을 알아봤다. 하지만 원하는 동네가 아니고. 그러다가 펜션에 이르게 된다. 펜션... 바다에서 10분 거리. 주변이 한적하고 리뷰가 좋다. 4.89? 거의 만점 아닌가. 1박에 5만 원 정도. 당장 예약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지만 그렇게 멀어보이지도 않는다. 펜션은 오래되었고 제법 규모가 있었다. 제주도의 찌는 더위와 쏟아붓는 듯한 비를 다 맞고, 이글거리면서 올라오는 녹음 사이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사장님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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