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네가 나왔다 이수명 꿈에 네가 나왔다.네가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왜 누더기를 입고 있니누더기가 되어버렸어날씨가 나쁜 날에는 몸을 똑바로 세울 수 없는 날에는누더기 옷을 꺼내 입는다고 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꿈속을 네가 지나가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걸어가서너무 쓸쓸해서 땅에서 돌멩이를 주웠는데빛을 다 잃은 것이었다. 돌벽 앞에 네가 한동안 서 있었다.나는 돌벽이 무너질 것 같다고 피하라고 했는데너는 집을 나와서 천천히 산책 중이라고 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 아주 짧은 꿈이었다. 이수명, 『도시가스』, 2022, 문학과지성사. --나온 지 좀 된 시집을 올해 샀다. 집에 있는 건가 싶었는데 조금 살펴보는 동안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아마도 집에 있는 시집은 인 것 같다. 물류 창고는 어..
꿈에서 슬픈 일이 있었다. 어떤 연인이 같이 살기로 했는데, 그중 한 명이 나가서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둘이 기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로서는 이런 전개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나갔을까? 행복했을까? 남아 있는 사람도 행복했을까? 어떻게 인생을 보내기로 했을까? 둘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떠나고 남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았다. 나는 남아있는 사람만큼이나 황망해져서 이후를 궁금해했다. 이런 저런 꿈을 꾸다보니 아침이 되었다. 봄맞이 커튼을 바꿨다. 암막커튼을 떼고 흰색 커튼이다. 살랑살랑하다. 방에 걸려 있는 암막 커튼도 뗐다. 거의 1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방이 한결 환해졌다. 어두워서 그 동안 잘 잤다고 생각한다. 블라인드를 이렇게 저렇게 내려보았다. 재작년인가에 만들었던 2단 서랍장을..
주말 내내 한 카페로 출근하고 있다. 이곳에는 주말마다 비슷한 사람들이 오는데, 어쩌다 한 번씩은 이 동네 사람이 아닌 손님도 온다. 어떤 가족이 들어왔다. 함께 어디갈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어째서 이 카페까지 왔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일부러 이 카페에 들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동네 근처에서 가족이 어떤 일을 보기에는... 특색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카페도 특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하여간, 가족은 총 4명이었다. 그중에 나이든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세 잔만 달라며 아무 의자에 앉았다. 방금 밥을 많이 먹고 왔기 때문에 배가 너무 불러. 3잔이면 충분해~ 라고 했다. 그 카페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손바닥 보다 조금 더 컸으므로 곧 카페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들의 점심이 과했음을 ..
보름스는 위니콧의 영향을 받아, 캉길렘의 생명성과 유한성의 양극성에다가 창조와 파괴의 양극성을 추가한다. 보름스는 그의 생기론이 갖는 비판적 특성 때문에 관계를 창조적이거나 지원적인 것으로 보는 만큼 파괴적이거나 지배적인 것으로도 본다. 보름스는 돌봄을 "주체적이고, 나아가 주체성을 창조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이런 관계가 없이 우리는 개인이 될 수 없다)라고 정의한다. 돌봄은 도덕적이면서 사회적인 관계이며, 그렇기에 이미 정치적인 관계이다. 즉 돌봄은 세상과의 관계이고, 똑같이 자연적이면서 문화적이고, 생태적이면서 정치적인 세상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그가 돌봄에 대해 발전시킨 사회정치적 사고는 의료 관계나 부모-자식 관계의 틀을 넘어서며, 정의에 관한 새로운 윤리-정치적 성찰을 요청한다. 돌봄은 ..
어제 식당은 무릎께 까지 오는 큰 창이 있어 바깥에 지나는 사람들이 잘 보였고 그들에게 내가 먹는 식사가 잘 보였다. 통창과 인도 사이에 작은 화단이 있어 그곳으로 참새가 자꾸 떨어졌다. 참새는 작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손톱보다 작은 부리로 화단의 풀과 솔잎 같은 것 사이를 파고들었는데, 그 중에는 제 머리보다 큰 꽃잎을 물고와서 그 안을 쪼았다. 나도 밥 먹고, 너도 밥 먹지. 국수 한 젓가락 먹고 참새를 보고 참새를 보다가 국수 먹었다. 밥먹는 사이 참새가 화단으로 자꾸 떨어졌다. 저것은 이렇게 한 평생 이렇게 부시러기 같은 것을 꼭 한 입씩만 먹고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계속 이어져 왔을 참새의 생활을 잠깐 생각하고 어제는 총파업날이었다. 오후 3시에 명동에서 광화문을 걸었다. 같은 조끼를 입은 사람..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내전'이라니,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다. 내전을 상상하지 못한 까닭이다. 부족한 것은 내 상상력이었고, 지금 현실은 이미 상상을 초과한지 오래됐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가 벌이는 전쟁의 속성과 계략을 파악하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 할 수 있을지 명확히 알려준다. 이 책의 결론 제목은 '내전에서 혁명으로'이다. 내용이 어렵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 신자유주의 내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이 전쟁은 과두 정치 세력이 앞장서 벌이는 ‘총력전’이다. 이 전쟁은 사회적 권리 축소를 노린다는 점에서 사회적이며, 외국인에게서 모든 종류의 시민권을 박탈하고자 하고 망명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민족적이며, 모든 저항과 비판을 억압하고 범죄화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사용..
25년 1분기가 끝나가고 있다.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 보자. -1월 등산으로 시작. 충격적인 제주항공 참사가 연말에 있었다. -간헐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운동-새로운 수영장 적응+주변 맛집 탐색 후 저녁 루틴을 찾았다.-하체 운동을 가끔(주1회 수준) + 상체 운동도 함께 가끔 해보기로 읽기-주말마다 도서관에가서 신간을 읽고 있다. -> 따로 기록하자. 5줄이라도 기록하기. 먹기-먹는 것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맛집을 찾아 다니고 있다. 즐겁다.-처음 먹어 본 것: 물닭갈비, 등갈비찜-요거트+블루베리 먹기- 당근라페 만들어 봄(new!) 게임-피크민을 시작했다. -듀오링고: 매일 매일 하게 하는 힘은 있는 것 같다. 나들이한강,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왔다. 생각보다 가깝고도 새로웠다.봄..
화가 나서 잠을 잘 못잤다. 이게 나라냐. 이럴거면 법이 왜 있나? --이런 수단을 취해도, 제가 볼 때 사회학의 '진실'은 너무 강렬하고 폭력적입니다. 여기서 따옴표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사회학의 '진실'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겪게 합니다. 글고 이와 동시에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26p ...그중 하나는 프랑스 지식 장 안에 저의 수 많은 적이 있지만, 진정한 맞수가 없다는 사실에서 나옵니다. 호적수, 또는 맞수란 저를 반박하기 위해서 그에 필요한 [과학적] 작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34p 를 발췌하려고 하는데 집중할 수가 없다.
최근 A와 연락이 뜸하게 되었다. 동시에 B가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B는 내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다. 스타일이 좋고, 여러가지 좋은 곳을 잘 알며, 삶을 관조하는 태도가 좋다. 내가 연락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나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동생에 따르면, A는 왜 오래 전에 멀어지지 않았는지 의아해 하는 관계였다. 세상 일은 좋음과 나쁨으로 나뉜다. 나쁨은 무엇인가? 좋지 않은 것이다. 좋음은? 나쁘지 않은 것이고. 예전에 그는 내가 '나쁘지 않은 사람 같았'다고 이야기 했다. 그게 '좋은 사람 같았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을까? 나는 두 개가 전혀 다른 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최근에 알게 된 C는..
고양이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같은 공간에 있고 싶다. 고양이가 조는 것을 보고 싶다. 고양이는 조는 데, 때로는 조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고, 때로는 조는 것을 마음 놓고 보여줄 때가 있다. 이 모든 고양이를 보고 싶다. 고양이는 내 방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그건 내가 있을 때만 그렇다. 동생에 따르면 고양이는 내가 출근하자마자 내 방에 들어간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고양이는 나보다 더 많은 시간 내 방에 머문다. 하지만 내가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뛰어나와, 동생 방에 가 있다. 고양이는 원래 동생의 다리 사이에서 잤었는데(굳이 그 사이에 낑겨서 자는 걸 좋아한다) 요새는 안그런다고 한다. 고양이는 여간해선 나와 자지 않는데, 지금까지 함께 잔 날을 생각하면 손에 꼽을 정도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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