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랑스의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클레르 누비앙이 전 세계 저명한 해양학자들을 방문하고, 수심 6,000미터까지 잠수하는 탐사로봇과 유인잠수정으로 촬영된 사진을 3년간 수집한 사진집이다. 여기에 심해 유기체의 생물학에서부터, 심해 서식지의 생태학, 심해 탐사의 역사까지 두루 살핀 해양학자들의 글을 더했다. 봉준호 감독 심해생물 애니메이션에 영감의 원천이 된 책이라고. "전 행성의 차원에서 보자면, 새들은 기어다닌다." 인간을 놀랍게 깨우는 말이다. "단단한 육지에서 생명체 대부분은 지표면에 의지한다. 가장 키가 큰 나무라고 해봐야 고도 100미터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살 수 있는 공간이 수직, 수평 두 차원 모두에 걸쳐 있다. 바다는 평균 수심이 3,800미터로 지구에서 생명이 살..
삶의 궁리에서도 알기 어려운 것들은 대개 시간이 만드는 고통과 관련있다. 그때가 돼봐야 진심으로 알 수 있으며, 지금은 조금도 상관 없다는 것처럼 짐작도 할 수가 없다. 예컨대 할머니가 KFC에서 닭 사는 방법 같은 것 말이다. 이 평범한 장면에서 나는 무척 고통스러웠다. 사실 장면은 아주 상투적인 구성이다. 애들이 좋아하는 닭을 사면서 미군부대의 젊은, 흑인 혼혈 군인을 만나야 했고, 소영(윤여정)이 그에게 말을 건네기 위해 장치처럼 마련된 에피소드였으니까. 이 짧은 사이, 쩔쩔매는 주문을 하는 할머니가 내가 되는 것을 보았다. 하프로 사야할지 점보로 사야할지, 요만한 아이랑 먹으려면 어떤 사이즈가 좋은지 모른다. 할머니가 된 나는 언젠가의, 여러명의 나와 함께 있다. 이 닭을 집에서 기다릴 어릴 적의..
이 세상에서 몰래 나와 언제나 머물고 싶었던 방, 우리만으로 전부였던 공간이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얼마나 눈빛으로 가득했는지. 그곳은 틀림없이 중심에서부터 한없이 커지는 원이었다. 언제나 풍족했으며,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곳은 어떻게 해도 원의 끄트머리, 그믐의 달처럼 '겨우' 빛날 수 있었던 공간임을 알게 된다. 아델과 엠마는 여기, 서로가 작게 교차했던 곳을 우주처럼 여기며 뛰어들었다.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터널인 듯 황홀했지만, 우리가 교차할 수 있던 지점은 나의 아주 일부일 뿐이란 걸 알게 되었을때, 각자가 가진 원의 중심이 다른 곳을 향해 미끄러질 때, 우리의 작은 방은, 사랑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너는 어떻게 걸을 수 있겠는가를 말한다. 아델이 온몸으로 말한다. 이 둘이 ..
열여덟 살의 나는 무엇을 알았을까? 또 무엇을 몰랐을까? 엄마는 해변의 어촌에 살았어. 어촌에는 찻길이 하나밖에 없었어. 그마저도 좁아터졌지. 출근길과 등굣길에는 버스, 오토바이, 자전거, 채소를 팔러 가는 손수레 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바람에 꼼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꽉 막혔어. 그것들이 다 빠져나가고 한산해지면, 늙은 누렁이가 길 한복판에 나와 널브러져 자고, 어디선가 암퇘지가 새끼돼지들을 올망졸망 데리고 나와 어슬렁거렸어.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야자수의 넓은 잎이 바스락대는 소리를 냈지. 흙에 바닷물의 염분이 섞여 있어서 야자수의 줄기 밑동은 하얀 소금에 묻혀 있었어. 엄마는 고속도로가 뭔지 몰랐어. 스물셋에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가는 도로에서, 맞은편에서 오는 차들은 죄다 화이트라..
술하면 아버지술은 예전 아버지들이 마셨다. 물론 아직도 마시고 계시고. 바깥의 일이 힘들어서 집에 와 술을 드신다. 1. 골병 드시는 아버지. 2. 분노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집안의 것을 부시고... 비극으로. 3. 아침이 밝으면 잘못했다고 빌고는 아버지, 4. 혹은 뻔뻔하게 집을 다시 나서는 아버지. 5. 집 밖으로도 나가지 않는 아버지.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술은 왜 아버지만 드시나. 아버지만 힘들었나. 다른 이들은 아버지의 힘듦으로 과연 살만했나. 아니 아니 아니,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아버지 뿐이었던 것은 아닐까. '여자'라는 개인이 마시는 술이곳은 2010년도 이미 중반, 에서 요양원을 며칠씩 탈주해 술을 마시는 영경의 알콜 중독 증상은 자해에 가깝다. 자해는 잘 보이지 않는 폭력이..
이미지의 운명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60704_inmunstudy143 2강을 듣고 정리. 주요 키워드감각적인 것의 나눔중지(서스펜스) 감각적인 것은 재현 되었다가 변화되고 미학적인 것이 된다. 새로운 것으로 배치되고 전환된다.감성의 분할, 윤리적 체제를 논의한다. 랑시에르는 이것을 영화와 연결한다. 이라는 책이 있다. 추천. 은 좋지 않은 번역이다. (아래의 책이 맞는지 모르겄음) 재현적 체제와 미학적 체제 재현적 체제에서 예술은 '진실임직한 것'이어어야 한다. 주제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고 주제마다 품격, 위계가 있다. 이렇게 되면 예술에 대한 규범, 형식들이 생기는데, 그것들은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 (그 시대의 규범이..
곡성을 보고 맨 처음 든 생각은 '왜 이렇게까지'였다. 왜 이렇게까지 진흙탕을 보여주는가, 피칠갑을 보여주는가, 좀비와 시신과, 목청을 귀에 갖다 꽂는가. 곡성은 한땀 한땀 감쳐간 바느질 솔기를 다 비춘다. 바늘이 뚫고 간 흰 면보, 씨실과 날실의 구멍이 적나라하다. 그 구멍은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이렇게 어둡다. 이렇게까지 보여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을 왜 굳이 그렇게 보여줘야 하는 걸까. 스타일의 문제는 아닌가? 그렇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이런 장치들이 과연 '본연'의 이야기를 위해서라는 근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장면은 '정황'만 보여줘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 120%이상 기합이 들어가 있다. 모든 장면이 과하다는 느낌. 이쯤 되면 서사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게 된다. ..
벌써 중요한 것은 제목에 다 나와 있습니다.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이 실은 계급투쟁이라는 것이지요. 자본주의의 결과이며 이제 시작된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적습니다. 과연 지젝은 실제, 지금 사회에서 가장 밀접한 문제를 가장 첨예하게 고민하는 이일 것입니다. 그는 이 세상 어디에도 북쪽 따위는 없다는 것을 진즉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책을 만나면 북쪽을 만난 양 마음 한 켠이 나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아주 얇은 책이고 삼십 분이면 다 읽을 수 있지만, 생각은 한 달 보다 더 멀리 갈 것입니다. 유럽 난민 사태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는 군사 분쟁등의 위기로 2014년 말까지 6천만 명이라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로 발생한 실향민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습니다.(위..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자이언티, 내일, 미래, 10년 후... 이런 말들 앞에서 주춤합니다. 이런 시간의 지칭은 2사분면으로 뻗어나가는 그래프처럼 언제나 조금 더 성장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살아가는 건, 이 세상의 조금 더 큰 단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아닐까? 나이를 먹는 것의 이유는. 그러나 나는 피곤이라는 단어를 알기 위해서 지금 나이를 맞는 것 같습니다.분기(세상에, '분기'라고 이야기하는 작태를 보십시오) 지날수록 극명하게 알아가는 것은 '피로'뿐 인것 같습니다. 모든 성취, 환호, 우려, 실망보다 먼저 오는 것은 다름 아닌 피로인 겁니다. 대단한 피로였어. 다시 없을 피로였어, 지루한 피로야. 오늘 피로 한잔 어때? 알..
나는-너에게-편지를-써 우리가 '나는'을 발음하고 '너'를 이야기 할 때가 되면, 처음 시작했던 말 '나는'은 사라진다. 우리의 입은 하나이고 단 하나의 발음을 한 순간에만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너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말은 차례대로 발화된다. 너에게 '나는'을 이야기 하기까지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너에게 '나는'을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사랑해'라는 말이 밀려오는데, 너는 '사랑해'까지 듣지 못한다. 언제나 '너는'을 이야기 하기 위해 '나'를 먼저 시작했는데, 너는 그저 '나'만을 듣는다, 듣지 않는다...너는 언제까지 거기 있어 나 이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언제까지 네 앞에서 있어 이 말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한꺼번에 이야기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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