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는 이 따위일까. 악마라도 있기 때문일까? 아니 악이랄게 별게 아니더라. 당신과 닮은 것이 악이다. 이렇게 만연한, 이런 망할 곳에서 과연 희망은 있을까? 를 두고 바우만과 돈스키스가 대화를 나눈 것을 엮은 책이다. 그들의 치열한 생각은 프랑스 대혁명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을 횡단하고 이케아와 페이스북에 숨어있는 '악'의 모습을 캐 올린다. 모두가 우려하지만 대책을 궁리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정말 뜻밖이거나 아주 잔인하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는 감수성의 말로는 어떤 것일까?" TV로 중계 되던 죽음에서도 밥을 먹었다, 9시에서 6시로 짜여지는 일과가 멈추지는 않았다. 틀에 부으면 변하는 모습처럼 사회는 언제든지 변할 태세를 갖추었다. 물건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동..
도덕적 불감증 새해에 읽은 첫 번째 책. 별 하나도 아깝다. 그러나 매우 실망스럽다. 바우만과 돈스키스의 대담을 엮은 책인데, 둘이 왜, 언제, 무엇 때문에 이런 대담을 했는지, 그리고 이것을 책으로 왜 묶어야 했는지 연원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배경에서 둘이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이런 대담이 끼친 영향이 뭐가 있었는지, 하다못해 언제 이뤄졌는지 해설이 전혀 없다. 옮긴이의 말도 당연히 없다. 있으나마나한 서문이 짧게 끝나고, 밑도 끝고 없이 둘이 대화를 할 뿐. 이 책에는 편집이라는게 없다. 편집이 없다는 것은 번역에서 드러난다. 원문을 그저 한글로 읽을 수 있게 바꿔 놓는 것이 번역인가? 이렇게 엉망인 문장을 읽어도 가슴이 뛰는지라 읽는 내내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다. 이런 문장을 ok..
고조라는 곳. 나라에서도 두 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 곳. 이제는 노인들뿐이고, 젊은이들은 거의 없어 노인의 부양도 노인이 하는 곳. 서울이나 도쿄처럼 한시도 조용할 일이 없는 도시가 있는가하면 떠나는 사람들로 잠잠히 말을 잃어가는 마을도 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일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을 아주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가만 보고 있으면 이것은 단순히 고조-마을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말하자면 고조로부터 예견되는 건 '당신에게 잊혀진 어떤 것'이다. 영화는 흑백의 1부와 2부의 컬러으로 구분된다. 1부는 영화를 찍기 위한 스케치 여정을 거의 그대로 담는다. 실제 이 영화 감독의 고민과 작업을 보여준다. 작업차 마을을 살피고, 마을 사람을 만나는 동선이다. 실제 마을 사람들..
어렵게 아웃된 공을 주워 왔으나 스로 인은 운동 잘하는 놈이 던지고 혼자 박수치며 아무도 보지 않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운동장을 달려나가는 마에다. 중에서 우리 존재 화이팅 희지는 누구인가. ‘미지’라고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그냥 시인의 오류로 태어난 이다. 희지는 저녁이 오면 '목양견 미주를 부르고/ 목양견 미주는 양들을 이끌고 목장으로 돌아간다' 「희지의 세계」 부분. 이 싱거운 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희지가 목장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그는 ①미주를 ‘부르고’ ②미주는 양들을 이끄는데 이때 희지는 미주와 닿지 않는다. 그를 끌거나 손잡지 않는다. 이들 사이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소리’다. 소리는 형체 없이 존재했다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영혼을 닮았다. 영혼은 나중에 온다. 진흙에 숨을 불어넣어..
작년 여름, 비오는 날 종로에서 를 봤다. 저녁은 없었고 약간 지쳐서 나왔다. 영화가 끝나고 고향 동생과 꽤 오래 전화 했던 기억이 있다. 종로의 낮은 지붕의 술집이 늘어선 거리.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내내였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맨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앉아있었다. 그때 나는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준비'라는 허울의 어떤 교육에 동원되었는데, 그 결과 그 시간을 조금도 지치지 않고 혐오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몰랐으며-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도 알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고백하자면 어떤 옷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해야겠다. 보도블럭의 구역 반쯤까지 플라스틱 의자를 드밀어 술을 먹는 이들 덕분에 종종 도로에 나와 걸어야 했다. 도로에는 차가 느리거나 없었다. 아스팔트에 ..
몇 권이 더 있었을 것이나 지금은 1회 수상작품집 밖에 남아 있지 않다. 5회에 이르는 동안 두어권은 더 있었지 싶은데 보이지 않는다. 여간해서 책을 치우지 않는 나로서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그나마 1회 수상작품집이 있는 이유는 다른 것 없이 그것이 '1회 수상작품집'이기 때문이다. 2회나 3회였다면 역시 수중에 없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 6회 수상작품집을 샀는데. 태반은 정지돈에 대한 궁금증 때문인 것 같다. 덧붙이자면 정지돈의 작품이 대상을 받은 것에 대한 궁금증이다. 예전에 이라는 이상한 작품을 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걸 쓴건 아니겠지.' 라는 불안, 밀려오는 의심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어제 오늘 다 읽었고. 변변찮은 감상을 붙이자면 이 작품이 대상인 것..
조명이 나가고 이야기를 건네받을까요. 제가 기억하는 유년에 책이 별로 없었습니다. 터울 많은 동네형으로부터 물려 받았습니다. 형이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책이 좀 생기기 시작했어요. 고사성어 책이었습니다. 저학년때의 일일겁니다. 다행스럽게도 만화로 짜여진 고사성어 읽기로, 재밌었습니다. 비유하기에도 좀 낡은 말이지만 정말 너덜너덜거릴 때까지 읽었습니다. 흑백의 만화는 고사성어 수백개의 뜻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형과 나는 터울이 많이 나 나눈 말은 거의 없습니다만 앞집과 옆집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점촌에서, 유일하게 서로의 앞집이 되주었던 이웃이었습니다. 그 책에서 처음 배운 성어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 멍청하다 했지요. 왜 하필 농부일까. 그런 생각도 좀 했습니다. 토끼가 어느 그루..
주중의 어느날날아온 고지서는 주말에 불이 되어 발등에 떨어졌다. 6자리의 미납 금액, 3개월분. 기한이 고작 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데 조금 놀랐다. 3일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가. 신용에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내역을 올릴것이다. 통신사 신규 가입과 변경이 어려울 것이니 알아서 하시라. 더불어 인터넷도 끊김(ㅋ)... 그동안 잊지않고 낸 날짜가 십수년. 모 통신사의 멈추지 않는 성장에 청렴했던 나의 납부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서라면 이런 고지서도 없었을텐데. 모든 것이 광적으로 빠른 시간에 쳐져버려서 9세기쯤에 남겨지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앞을 보면 그런대로 다시 뛰어가는, 사람들. 사람이 아니라 무엇들. 보이지 않으나 움직이는 무엇이 보인다. 안개처럼. 그러모은 무릎이 욱신거리고고..
정치카페vs생각해봤어? '카페'라는 말을 붙였으나 어떻게 해도 누그러지지 않는 '정치'의 이미지였다. '정치카페'는 팟캐스트로서 가장 적확한 분류, 청자를 끌어낼 수 있는 제목이었으나, 책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다른 컨셉이 필요했다. 무엇이 읽혀야 한다면 읽혀야 할 사람에게 가야하지 않을까.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몇 번이나 돌려본 이들에게 이 책을 또 권유해야 할까. 노유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대상은 누구였을까. '다른 독자를 만나고 싶다' 는 그래서 나온 제목인것 같다.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서로가 공감받고 싶은 것은 누구나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 아닌가. '생각해봤어?' 라고 묻는 질문에는, '그럼 너는 생각해봤어?' 라는 질문을 부른다. 먼저 묻는 ..
우리는 '차가운 물'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노란 리본'으로, 얼마나 쉬운 이미지로 그날을 기억하고 있나. 혹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말하는 것만으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이미지와 말은 기억에 가벼운 포를 떠낸 것 뿐이다. 그 포에서는 잔인한 실상까지 떠지지 않는다. 무거우니까, 무거운 것을 견디며 말해야 하고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의 무게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져가기 쉬운 지옥만을 진짜인 듯 간직하며 그 날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사고 이후에는 죽은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한 번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에 들어가려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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