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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카페vs생각해봤어?


'카페'라는 말을 붙였으나 어떻게 해도 누그러지지 않는 '정치'의 이미지였다. '정치카페'는 팟캐스트로서 가장 적확한 분류, 청자를 끌어낼 수 있는 제목이었으나, 책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다른 컨셉이 필요했다. 무엇이 읽혀야 한다면 읽혀야 할 사람에게 가야하지 않을까.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몇 번이나 돌려본 이들에게 이 책을 또 권유해야 할까. 노유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대상은 누구였을까.


'다른 독자를 만나고 싶다' 

<생각해봤어?>는 그래서 나온 제목인것 같다.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서로가 공감받고 싶은 것은 누구나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 아닌가. '생각해봤어?' 라고 묻는 질문에는, '그럼 너는 생각해봤어?' 라는 질문을 부른다. 먼저 묻는 쪽에서 대답이 준비되어 있는 경우다. 그러나 책이 물었다. 실제로 당신의 답을 듣고자 한 것은 아니므로 책이 준비한 대답을 들어보면 된다. '생각해보았냐'는 물음은 또 저자 읽을 시간을 벌어준다. 이름난 진보 정당의 아이콘, 진보적 전정치인, 진보 성향의 교수를 수수한 종이에 흑백으로, 그것도 띠지에 인쇄했다. 중요하긴 하지만 제목만큼 중요하진 않습니다. 띠지는 버려진다. 무엇을 이야기 하기도 전에 외면받을 가능성을 낮추고 권한다. 당신은 그래서 생각해봤나요? 


구시대적 안보의 한계, 땅콩과 실세, 부의 불평등, 극우와 일베, 의료민영화, 새누리당과 진보정당의 일들을. 책이 다루는 소재는 대부분 현 정권과 집권당의 문제다. 현안을 토론하고 비판하며 앞으로의 기대와 방안을 낸다. 여기에 곁들어진 유머는 또 어떤가. 셋의 케미는 어떤 주제를 깊이 공유하는 대화의 기쁨과 각본없는 콩트의 개그까지 안겨준다.


정치까페의 진행을 살려 책은 한 화를 진행할 때마다 그 주제의 전문가와 함께 해 전문성을 갖춘다. "포스트 스마트 시대와 삼성"편을 보면 심상정 의원이 나오는데 그가 삼성 지킴이로 자처하며 삼성에 대한 관심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삼성은 2014년 2분기 영업 이익 7조원이 넘는 기업이다. 2013년 삼성그룹 계열사가 올린 단기 순이익의 합이 재계 2위부터 9위까지의 기업이 올린 단기 순이익 합보다 큰 수치'라고 설명하는데. 이 말인 즉슨, 이렇게 '비중이 큰 기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건전한 발전을 할 수 있으냐의 문제는 국민경제 전체로 봐도 매우 중요한 이슈'라는 것. 그는 삼성의 '승계 문제, 노사 관계 문제, 하도급 간의 문제'등을 꼽으며 단순히 삼성이 싫어요, 삼성의 불매로 삼성을 배척하는 것과 다른 태도로 그들을 지켜볼 것을 권유한다. 삼성이 건전한 성장을 하도록 일관성 있는 쓴소리와 집요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거다. 선입견과 잘못된 앎을 넘어 좀더 지금을 변화시키는데 효과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때문에 <생각해봤어?>는 독자의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어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는 목적으로 -보수층, 혹은 진보적 성향이 아닌 이들에게- 접근해왔지만, 실은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믿었던 이들의 생각을 뒤집는 계기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무조건적인 배타와 도리질은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수시로 일어나지 않는가. 심상정이 삼성을 대하는 태도는 그의 당과 상관없이 논리적이고 긍정적인 기운으로 삼성이라는 기업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미디어를 도서로, 도서에서 다시 미디어로 변용하는 일에 회의가 있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알려질 필요가 있는 컨텐츠의 발굴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핫한 아이템을 선점하는 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생>과 <빨간책방>과 연계한 도서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러나 한 매체에서의 흥행이 다른 매체에서의 성공을 담보하기보다 실망을 가져왔던 경우가 많았던 것을 보면(원작이 있는 소설과 영화) 다른 매체를 통과하는 일에 더 큰 고민이 있을지 모르겠다.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셋의 '말'과 '호흡'을 어떤 행간으로 살릴 것인가. '정치'라는 꼬리표를 어떻게 떼고 보편적인 공감을 더 살 것인가. 정치 대신 생각이라는 키워드의 제시, 결과적으로 전 매체보다 부드럽게, 또 폭 넓게 독자들에게 접근했다는 생각이다. '무기력한 시대'에 '말과 글이 우리의 무기'라는 라임을 보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세운다.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의 안착, 정치카페의 도서화,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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