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화/스토리텔링 진화론/해냄 논어가 스토리텔링이었다니! - 스토리텔링 진화론 일단 놀라고 가자. 그동안『논어』를 불멸의 고전, 삶의 길잡이, 꺼지지 않는 등대로만 생각했지, '화자성을 중심으로 이룩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서사'라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논어의 스토리텔링'이라니 이 무슨 불경한 말인가. 조심스럽게 스토리텔링은 소설에만 있는거 아닌가요? 되묻는 당신에게 대답한다.『논어』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제목을 달고 새롭게 태어났던 것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야' 나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가 담고 있는 가치의 유구함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공자와 그 제자들의 이야기,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것. 논어를 분석한 그래프가 있다. 이어서 보자. 그래프(27p)는 논어의 플롯을 보여준다*. 점..
솔로몬 노섭/오숙은/열린책들 우리는 감지 할 수 없는 것에 무감각해진다. 비근하게 숨을 쉬는 일에 온 힘 들이지 않는 것이 그렇고, 신용카드 정보 누출 같은 일에 화를 오래 내지 않은 것이 그렇다. '실체'를 가늠할 수 없는 대상에게 감정을 오래 투사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감각해지는 것은 벌어진 상황을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상관 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 같다. 그래서 자연에게 엄청난 은혜를 받고 있어도 별로 고마운 줄 모르고, 신용카드 3사로부터 -모든 개인정보가 털린- '막대한 침해'를 겪었음에도 그다지 분노하지 않는다. 노예 플랫은 12년 동안 맞았던 채찍의 횟수를 다 기억할 수 없다. 12년 동안 맞았던 채찍으로 '주인'..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김정훈/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자음과모음 조금씩, 즐겁다-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 딸기 좀 먹어봐. 너는 팥빙수에 반쪽으로 잘라진 깨끗한 딸기를 가리켰다. 딸기 씨가 그렇게 좋다더라. 그 옆의 바나나를 먹으며 말했다. 봄 맞아 처음 먹는 딸기는 의외로 흰색이다. 몰랐던 것처럼, 빨간 딸기의 속살은 희디 희다. 팥빙수의 딸기는 떡에 기대서 우유에 적셔져도 흰색을 잃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유도 하얗고 딸기도 하얀 것이지. 하지만 '진짜 딸기맛 우유'는 '분홍색'일까?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딸기우유는 분홍색이 맞는 것 같다. 는 자꾸만 희석되는 욕망에 대해 묻는다. 겉과 속을 섞어 무엇인지 모르게 하고 싶은, 내가 외면해버리리는 내 진짜 욕망에 대해 말이다. 내 욕망의 색은 '진짜 ..
배수아/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자음과모음 아야미, 나는 잠에 몰려 하루를 적어. 별것도 아닌 일 몇 개와 도저히 적지 않을 수 없는 일 몇 개를 불성실하게 써. 통째로 옮겨 놓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바닥에 배를 깔고 턱을 괴는 것은 필수야. 일기를 적는 몇 가지 원칙. 1. 간신히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만, 2. 가장 중요한 내용은 덜어내고. 진심이 촌스럽게 잘려. 사방에 흩어져. 몇 개는 그 날의 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 같아. 버린 마음들은, 현실에서 질식하는 진심은 살아남으려고 몸을 틀어. 아야미, 나는 잠에서 일어나면 꿈을 적어. 꿈이 오래지 않아, 없었던 일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다, 는 허무.를 허무려고.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띄엄띄엄 적어가. 정성스럽게 한 페이지를 다 채우는 날도 있..
유형진/피터 판과 친구들/기린과숲 피터 판과 친구들 '피터 판'에서 두 가지*를 떠올린다. 그것은 '피터 팬'의 심심한 변용일 수도 있고, 피터라는 이름의 판Pan이라는 가능성일 수 있겠다는 것. 피터 팬은 그 유명한 동화 속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요새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판Pan은 목신, 산과 들에 살면서 가축을 지키고 춤과 음악을 좋아하며 명랑한 성격을 가졌다는 반인반수다. 첫 장을 넘기고 피터 판이 '피터 팬'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의 친구들이 그다지 매력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후문이다.) 피터 팬의 친구라면 팅커벨이라든가, 혹은 팅커벨이 아닐까. 그러나 피터 판의 꿈과 모험을 제일 먼저 맞는 이, 이었다. 그래서 피터 판은 판Pan에서 왔을 가능성..
클립은 철선의 굽은 곡선처럼 매우 서서히 우회적으로 지금의 형태로 진화했다. 그 형태는 평범하지만 내재된 연관성은 엄청나게 복합적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마치 100개의 클립이 들어 있는 상자 안에서 특별한 클립을 하나 집어내는 것처럼 자의적이고 어려울 수 있다. 이제 문화와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인공물 자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클립의 꼬리가 서로 엉켜 연결되는 것처럼,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99 는 디자인과 공학에 초점을 맞춘 책이지만, 명확하게 보이는 분야에 권장하면서 진실로 맥락이 닿아 있는 어떤 분야에 추천하는 것을 잊은 것 같다. 아니, 그 '어떤 분야'가 생소해서 이름을 모르고 넘어 간 것일수도 있겠다. '이해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고..
마이클 센델/이양수/정의의 한계/멜론 정의의 한계-'옳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은 지난 25세기 동안 철학처럼 "참을 말한다."고 주장하지 않고도 진보해왔다.* 시작은 '무지의 장막'이다.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베일)은 개인들이 모두 동일한 상황에 있어 모든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간단하게 말해, 자신의 편견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으로 객관적인 공평무사의 관점에 도달한다는 것. '원초적 입장'은 계약 당사자들을 모두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으로, 동시에 모든 정보를 한 순간에 지워버려 사회적 선택에 꼭 필요한 기본 정보만을 알게 하는 상태다. 이럴 때 비로소 '개인의 선택은 공정하다.' 고 여긴다. 무지의 장막은 롤스 '정의론'의 핵심이다. 원초적 입장을 조금 더 설명하..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프랑크 비베/열린책들 들어가기 전에 : 화이트데이를 맞아 고백 하나☆ 좋아하는 기업이 있다♡ 당신은 좋아하는 기업이 있는가? 기업이 만들어낸 상품을 좋아하기는 쉬워도 기업 자체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고 사탕이라도 받아보려는 심사일까. 오해는 금물이다. 나는 기업이라든가 경영, 그런 것은 잘 모르지만 어떤 가치가 훌륭한 것인지는 더듬거려 볼 수는 있다. 그럴리 없겠지만, 거대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어 내느라 욕도 가장 많이 먹는 기업들이 지금 소개하는 기업의 홈페이지를 하루에 세 번씩 방문하면 넌 행복해지고 넌 건강해지고 넌 웃을 수 있고* 심지어 시험도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하여간 망설이지 말고 right now, 들어가 보기를. 일..
사라지는 시간 모르게-김언, 『한 시간씩 거리가 좁혀진다』,기린과숲. 그것은 움직이지 않는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하게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세계. 내가 아무리 들어가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킨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죽어있기 때문이다. 189쪽의 24번째 줄은 천 년후에 펼쳐도 189쪽 24번째 줄이다. 책은 형태를 갖추면서 움직이기를 거부한다. 움직이지 않기로 한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다. 아무리 읽어도 변하지 않는다. 변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음흉한 미소. 경주를 하기로 했는데, 달리지 않는다. 영원히. 전자책을 처음 읽는다. 행간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경악, 경악, 금치 못했다. 움직이는 글자로 어지러웠다. 글자 크기에 따라 밑으로 떨어지는 글자의 수가 다르다. ..
데이비드 리스/연필 깎기의 정석/프로파간다 장인의 혼이 담긴 연필을 보고 진짜 기절초풍했어요! 그런데 질문 있는데요, 아저씨가 제일 좋아하는 열대 과일은 뭐예요?-나일라(Nailah, 초등학교 3학년생) 나일라가 내 감상을 아주 잘 말해주었다. 연필 깎기의 정석은 이런 책이다. '그런데 아저씨가 제일 좋아하는 열대 과일은 뭐예요?' 묻고 싶어지는 것. 나일라는 귀엽게도 이렇게 말한다. 연필 깎기 잘 봤구요! 이제 아저씨가 좋아하는 걸 알고 싶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연필 깎는 이야기만 나오므로 당연히 열대 과일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래서 궁금해지는 것이지. 혼이 담긴 연필 깎기를 보면서 아, 이 장인은 대체 뭘 먹으려나 물어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하게도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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