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사회학/정태석/책읽는 수요일 표지를 오래 살핀다. 행복과 사회학이 만나기까지의 과정, 급기야 사회학이 행복을 호출한 이유를 생각했다. 행복이 사회학과 만나서 '이야기'되었다. 상관없을 것 같은 이름이 만나 '제법 잘 어울'리는 것에 무엇을 느꼈나. 이제 행복은 어디에나 붙어 수식한다. 어쩌면 이렇게 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이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이런 이름들처럼. '행복한 결혼'이나 '행복의 아침' 혹은 '행복한 빵'. '행복'은 그대로도 소중한 것의 앞에 머물러 잘 어울린다. 행복이 아무 곳에서나 떠돌기 때문에 사회가 불행한 것일지 모른다. 이름 많이 불리는 것은 정작 자신이 머물고 싶은 자리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는지. 동의한다는 듯 에서 총 다섯장으로 구분해 살피는 것은 행복 대..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열린책들/2009 미봉책-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그는 말수가 적었다.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투명한 눈망울이나 의미 없는 고개짓, 그늘진 등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는 일이 어리석다고도 했다. 그래서 말이 많은 곳에서는 그를 찾기 어려웠다. 시끄러운 곳에는 사람이 많았고, 그들은 대개 없어진 무엇을 찾느라 분주했다. 없어진 것에 대한 관심이 끊길 때 비로소 그는 옷깃을 털며 오후를 걸었다. -진실이 산책하는 법 진실이란 말수가 없어서 거짓말 할 가능성조차 없는 것이다. 구로프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안나 세르게예브나의 사랑이 진실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들은 거짓말 할 가능성을 만들지 않는다. 둘만의 만남, 둘만의 시간, 둘만이 기억하..
오쿠다 히데오/침묵의 거리에서/민음사 : 허락과 무관하게-침묵의 거리에서 1제곱은 선이고 2제곱은 사각형, 3제곱은 입방체를 의미한다. 이보다 더 큰 지수를 도형으로 시각화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자연은 그 이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 지롤라모 카르다노가 지수에 관하여 남긴 말* 그러나 허락되었건 금지되었건 간에, 4 제곱(제곱의 제곱)과 6 제곱(세제곱의 제곱)은 존재가 인정되었다. 카르다노 역시 5차, 7차 등의 거듭제곱을 다루면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고차원 거듭제곱이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기하학적인 해설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선과 사각형, 입방체로 대응되는 3제곱 이상의 것은 머리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상할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차원 ..
피터 싱어/시대의 창/2014 마음의 진화를 위하여-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옆 자리에 책 몇 권이 쌓여 있었다. 몇 시간째 사람은 오지 않고 책만 덩그러니 있다. 책등이 자꾸 시야에 걸렸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슬쩍 눈길을 내 이름을 읽으니 제목이 '이렇게 살 것인가*'였다. 불현듯 다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목이 먼저 말랐던 것 같았지만 둘의 선후는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자리를 떠 책을 피했다. '이렇게'라는 미지의 지칭에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정의가 있다는 듯 또박또박했다. 그리고 나도 '이렇게'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 했고 '이렇게'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말하지 않았으나 이미 제목으로 전후사정을 다 들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책을 읽지 않았는데 이미 '이렇게' 살고 있는 ..
피에르 바야르/여름언덕/2008 나는 제비를 뽑듯 우연에 맡기고 책을 펼쳐 눈에 들어오는 페이지를 읽는데, 바로 그것이 흥미로운 거요. 210 직장인들이 일년 평균 10권 미만의 책을 읽어 한 달에 1권도 읽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책을 오죽이나 안사겠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출판 시장 악화'가 자연히 떠오른다. 그러나 책을 한 달에 스무권 이상 산다고 해도, 스무권을 '읽었다'는 정의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다른 것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읽었다'이후 마침표에는, 험난한 과정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독서는 애초에 숫자가 문제인 것이 아니어서 읽거나 산 책의 수량을 세기 전에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독서가 한편으로 수..
팽 선생 국경은 수평으로 된 수직 전혀- 라는 표현은 어떤 대상을 완전히 부정한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그것이 '이해'의 문제에 쓰여 무엇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때, 말 그대로 화자는 이해의 바깥으로 밀려났다는 것을 시인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해 속에 (갇혀)있어서 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뜻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이 이해인지, 이해가 아닌지 스스로 살피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팽 선생을 읽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무슨 소리일까, 이해를 전혀 못하겠어. 2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이해의 한 가운데이기 때문에 이해의 여부를 살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3 그러니까 나는 이해를 하고 있는지, 하지 못하고 있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
당신, 풀릴 가망 없는 미스터리-겨울일기 첫 번째 이사는 월세 15만원이었다. 가끔씩 그 건물을 지나갈 때면 지금도 놀란다. 누군가 살고 있을까봐. 바닥은 따뜻할까? 라는 걱정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당시 그곳은 누군가 '살았다는 것'이 의심스러운 집이었다. 곰팡이가 주인이었다면 모를까. 그러나 군대에 간다는 세입자가 1년 하고도 6개월 살았다는 주인의 말에 쉽게 의심을 거두던 스무살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그'에게 위안을 받았다. 서늘하다 못해 축축한 북향. 빛이 아스라하게 들어왔다. 해질무렵이 아침보다 환했다. 무엇을 보고 따졌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무언가를 살폈고 근엄하게 계약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른 집으로 이사해야 했다. 네 벽을 타고 물이 기어 올라왔다. 보일러 배관이 터져서 불이 돌지 ..
프레드 로델/이승훈/후마니타스 이 책은 현재 논란이 되 어떤 분야와 붙여 놓아도 그것을 후려칠 수 있는 말본새를 갖고 있다. 법이 말하지 못하는 [정의]의 정의를 손으로 짚어가며 알려주다가 법의 말을 빌려 호되게 욕한다. 감정과 날씨와 별스럽지 않은 일에 자신의 기준을 잃고 또 쉽게 기준을 세우는 보통여자의 하루를 빌려 '법이 하는 일이 그와 다르지 않다'며 실컷 비웃는다. 39년에 쓰였고 57년도에 재판된 이것은 우리나라에는 85년 처음 소개 되었으며 2014년, 새로운 번역으로 등장했다. 책의 이력을 살피는 것은 출간한지 1세기에 가깝다는 것을 상기 시키기 위함이다. 글쎄, 너무 늦은 등장이 아닐까 싶었으나 한편으로 지금만큼 시기적절한 등장이 또 있을까 싶다. 엄숙한 분위기를 띄는 검정색 표지와 제목..
프레드 로델/이승훈/후마니타스 법을 이기고 싶다. 너, 법보다 웃기고 싶다! 법과 관련한 모든 것을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모든 문장은 어떻하면 법보다 웃길 수 있을까 고민한 노력이 배어 있다. 별일 없을 것 같은 마침표마저 정교한 표정으로 웃기는데 동참하고 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그것보다 웃길 것 같은데, 저자는 머리를 저으며 한숨을 쉰다. 아직도 모르겠냐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이미 싸우기 전에 졌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글쓴이의 문체에 있다. 법률가와 비법률가가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 문체를 모두 사용하면서도 엄숙한 개그를 낭비하거나 빠뜨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깨알같은 곳에서도 법 비꼬기를 귀찮아 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나는 저자가 똑똑한 사람이기 전에 성실한 사람..
전석순 - 사라지다 '리을'의 생태-'살아져'와 '사라져'에 대하여 '리을' 언니네 이발관의 노래 '가장 보통의 존재' 후렴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했었나요 살아 있나요~♪ 잊어버릴까 얼마만에♪..." 노래를 안다면 한 번 들어보자. 노래에 맞춰 부르다 보면 어떤 발음이 미끄러지는 순간이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발음을 잡을 새도 없이 혀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노래를 꺼도 한 동안 미끄럽게 남아있는 발음, 바로 '리을'이다. '사랑했었나요'에 이어져 나오는 '살아 있나요'는 '사랑'이 '살아'로 변하는 순간을 잡아낸다. 그래서 사랑은, '살아있어' 라는 명령의 말을 간곡히 하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너 거기 있어 달라는 부드러운 요청. 그러니 사랑하고, 살아야 하고, 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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