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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로델/이승훈/후마니타스
법을 이기고 싶다. 너, 법보다 웃기고 싶다!
법과 관련한 모든 것을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모든 문장은 어떻하면 법보다 웃길 수 있을까 고민한 노력이 배어 있다. 별일 없을 것 같은 마침표마저 정교한 표정으로 웃기는데 동참하고 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그것보다 웃길 것 같은데, 저자는 머리를 저으며 한숨을 쉰다. 아직도 모르겠냐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이미 싸우기 전에 졌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글쓴이의 문체에 있다. 법률가와 비법률가가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 문체를 모두 사용하면서도 엄숙한 개그를 낭비하거나 빠뜨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깨알같은 곳에서도 법 비꼬기를 귀찮아 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나는 저자가 똑똑한 사람이기 전에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책이 목적을 다른 방법으로 완벽하게 달성하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데. 법보다는 웃기지 못했지만 사람들을 웃기는데는 성공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법을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법보다 웃긴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보지는 못했지만) 법률가는 쓴웃음을 지을 것이고, 비법률가는 뇌가 웃지 않았을까, 폭소를 하며 생각해보았다.
나는 이 책의 웃기기 중에서 6장을 최고로 친다. 이렇게 지적인 문장에서 웃을 수 있다니 놀랍다. 6장은 제목부터 웃기는데, "법의 원칙과 논리에 따라 구성된 여성의 하루"가 그것이다. 이 장의 발상과 독창성은 어떤 문학작품에서도 찾아 보기 어려울 것이다. 가정주부는 아침에 '지금 일어나야 하는지 더 누워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데, 이것을 법의 원칙과 논리에 따라 부인은 슬기로운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법은 지상으로 강림해 부인이 일어나야 한다고 선언한다." 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보통의 말로는 감탄할 수 없었다. 속된 말을 쓰겠다. '이런 병맛이라니!'
눈 밝은 이라면 이미 서문에서 알 수 있었다. 6장에까지 와서 호들갑스럽게 놀랄일이 아니다. 후마니타스홈페이지에는 카피 레프트라는 곳이 있다. 이 곳에서 책의 목차와 서문을 볼 수 있다. 서문을 다 읽고나면 이미 책이 장바구니에...3할의 확률로 들어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이 책을 출간했다는 이유로, 나는 여러 것들의 자식son으로 불려왔다. 물론 충분히 예상한 일이지만, 거의 모든 법률가로부터 욕을 먹었다. 그리고 다수의 지식인들과 학계의 유력자들도 나를 욕했다. 반대로 법률가도 학자도(유감스럽지만, 대통령도) 아니었던 몇몇 사람들은 나를 연방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 개그감각이 자신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뻔뻔한 얼굴로 모르는 척 하는 법 언어 사이에서 묻혀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의 초판일이다. 1939년에 나왔다. 할아버지 책이다. 재판은 1957년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1985년에 처음으로 소개되었고, 2014년 다시 번역되었다. 이 개그감이 한 세기 동안 유지되었던 가장 큰 공로는 법이 성실하게도 우스꽝스러운 외피를 올곧게 유지했던 것에 있겠다. 세상에 우스운 내용이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 웃음이 가장 슬픈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보다 더 잘 증명 될 수 있을까. 엄숙한 검정색 표지, 저주를 예언하고 있는 저 무서운 말조차 골계미의 정수, 법보다 웃기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을 출판사가 물심양면으로 도운 결과라는 생각에 나는 마구 슬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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