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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스토리텔링 진화론/해냄

 

 

논어가 스토리텔링이었다니! - 스토리텔링 진화론

 

 

 

일단 놀라고 가자그동안논어를 불멸의 고전삶의 길잡이꺼지지 않는 등대로만 생각했지, '화자성을 중심으로 이룩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서사'라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논어의 스토리텔링'이라니 이 무슨 불경한 말인가조심스럽게 스토리텔링은 소설에만 있는거 아닌가요되묻는 당신에게 대답한다.논어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제목을 달고 새롭게 태어났던 것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야나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가 담고 있는 가치의 유구함 때문()이 아니라바로 공자와 그 제자들의 이야기,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것논어를 분석한 그래프가 있다이어서 보자.




그래프(27p)는 논어의 플롯을 보여준다*점차 상승했다가 하강하는 구조그러나 의도적으로 '점진적인 하강을 비틀었던 구조'에서'주인공의 인생이 아니라 말이 부각'되었다고 설명한다그도 그럴 것이 논어의 마지막 얼마나 처참한가, 1. 제자 염구가 스승을 버리고 출세의 길을 선택하고 2. 아들 공리와 제자 안회 죽고 3. 제자 사마우본국에서 추방당해 스승을 찾아오다가 얼어 죽고, 4. 급기야 제자 자로가 스승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주군을 구하려다가 살해당하고 게다가 시체는 잘게 토막 나기에 이른다저자 , '논어의 흡입력은 이런 하강의 플롯과 도저히 조화될 수 없을 것 같은 캐릭터가 조화되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그러니까 공자는 '그 모든 패배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열정적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역설했던 것이다26 우리가 감화되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책 <스토리텔링 진화론>은 우선 위에처럼 명작을 분석한다불멸의 작품은 어떤 구성을 갖는지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원리'에 다가선다그래서 작품의 구조를 분석하는 평론가들의 설명이나 작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옮겨오는 것은 물론이다이것은 '이야기 되려는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든 잠재적 작가들과더 능동적으로 작가와의 거리를 부쩍 좁혀갈 독자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교과서가 아닐까이상하게 '교과서'라는 말이 왠지 책을 깎아내리는 것 같으니 '응원'이라고 고쳐볼까하여간 '이야기'때문에 속타는 모든 당신, '거침없이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확신한다저자 또한 작가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 하는이 책의 흡입력만만치 않다. 

 

저자는 더 나아가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주목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위한 창작 도구'에 대해 살핀다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논어가 스토리텔링'이라는 이야기보다 더 그악스럽다스토리텔링이 한 사람의 창조자머리와 손으로만 이뤄지는 아주 고유하고들여다 볼 수 없는 내밀한 것 아니었나그것이 디지털화 된다니, 그러나 이야기를 쓰는 것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았다. 도구의 형태는 변화했으되 양식은 그대로 '쓸 수 있는 것'과 '쓰여질 수 있는 것'. 두 가지만 있으면 되었다미술이나 음악만 하더라도 디지털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고 발달해 오지 않았나그것은 미학적으로도 완성도에 기여한 것이었다창작 도구의 도움을 받아서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수 있다면 고리타분함을 벗어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인생은 유한하고 예술은 길'기 때문에레프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를 쓰기 위해 '7년 동안 하루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을 집필했다'고 한다. 보로디노 전투의 생존 용사를 만나려고 차에 올랐고모든 관련 서적을 독파하고공책에 메모를 하고, (...) 그러면서 매일 썼다고 한다. 78 그에게 디지털 창작도구가 있었더라면, 우리는 이름이 전해지지 않은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 하나를 더 보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7년이라니, 작가는 가혹한 시간을 견뎌내야 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미국은 이미 디지털 창작도구툴이 많고, 그것을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간략하게 소개하면 '드라마티카 프로'는 캐릭터의 설정, 플롯 구성, 주제 층위 관리, 용서 사전 등 창작을 지원하는 12가지 기획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261 그러나 실제 창작자, 특히 초보는 이 툴을 사용하거나 제어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미 쓰이고 있는 툴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 우리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창작도구툴을 고민해 만들었다. 이름'스토리헬퍼'. 실제 창작 과정을 착안해 만들었다고 한다.엔씨소프트문화재단과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가 3년 공동 개발한 작품. 누구나, 쓸 수 있다. 무슨 첨단의 장비인가, 개인정보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독가라고 불리는 당신이나작가의 꿈을 갖고 습작하는 당신이 읽어왔던 책이 1. 이야기 2. 이야기 되는 것의 분석에 그쳤다면이제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근원에 대해 궁금해 할 차례다그리고 디지털 창작도구를 이해해 조금 더 수월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볼 욕망까지 가질 수 있는 기회 되기를. 저자의 말처럼, '어릴 때 우리는 누구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 282다는 것을 기억하자. ' 언제부터 창작의 영역에서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 나왔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 멀어지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림과 글과 유희 속에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하고 상상했' 282 던 것을 떠올리자우리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충분히 궁금해도 된다그리고 마침내 '쓰고 싶은 욕망'을 다시 가지게 된다면이 책의 목표는 이루고도 남겠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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