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계핏가루와 꿀을 찬물에 타서 마신다. 계피차인가. 이것을 계피차라고 부르는 것은 다소 성급한데, 언제나 이들을 섞으려는 노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계피는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아무리 저어도 가루가 동글동글하게 뭉친다. 물 표면을 떠다니고, 잘못 먹으면 매우 쓰기까지 하다. 그러나 계피 나름의 향긋함이 있어 물에 잘 녹지도 않는 계피-차라는 것을 해먹는다. 계피를 즐겨 마시게 되니, 그 시절 표 반장님이 생각난다. 그렇게 계피 사탕을 주셨다. 받기는 받았지만 달가워 먹은 적은 없다. 그때의 나는 계피 사탕은 아주 못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탕 선물세트에서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아 어떤 입으로도 들어가지 않다가, 아버지가 가끔 드시고도 남겨지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표 반장님은 언제나 계피..
권력은 폭력보다 '더 넓은 공간'을 갖는다.폭력이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되면' 권력이 된다. 권력은 더 많은 공간과 시간에 근거하고 있다. 46p. 주말동안 읽었다.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헤겔을 찾아봐야겠다. 참외를 깎았다. 참외는 다 먹었고 껍질은 안팎 없이 겹쳐지고 포개져 있다. 껍질로서는 한 번도 닿지 못했을 상아색 참외의 차가운 안쪽에 닿고, 참외의 평생 동안 노란색이라는, 말도 안되게 연약한 색깔로 보호받던 안쪽은 이제 바깥의 거칠거칠함이라든지, 꽤 깊게 패인 골을 만난다. 이때까지 서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단단하게 지켜온 경계가 없어지는게 끝이라는 생각이다. 이따금 손가락으로 배 안쪽 내장을 만져본다. 붉고, 구불구불하고 연약할 것이다. 말없이 내장의 피로가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가..
진하게 화장을 하고 예쁘게 머리를 하고 오늘도 집을 나서는 넌 예뻐 높은 구두를 신고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너 너무나 아름다워 but 넌 모를 거야 자다가 일어나 살짝 부은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넌 모를 거야 자기 전 세수한 니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자꾸 거울 보지마 몸무게 신경 쓰지마 넌 그냥 그대로 너무 예쁜 걸 No make up ye no make up ye No make up 일 때 제일 예쁜 너 . 자이언티는 이제 '넌 모를거야'(2015.10)라고 노래 할 수 있을만큼 여유로와졌다. 이제 자이언티는 '그냥 색깔이 맘에 들어 골랐어'라면서 속이 뻔히 다 보이도록 매력을 과시하지 않아도 좋다. 매력적인 목소리가 '최선'까지 다했을 때,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씁쓸하니 체할 것 같았던 감정을 아는..
삶이란 얼마간 굴욕을 지불해야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황지우, 「길」중에서 그 여자는 분노에 차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김포공항에 내릴 때까지 욕을 멈추지 않았다. 공항 철도에서였다. 대부분 공항에 도착하는 이들이 탔기에 달리 어디서 내릴 수가 없었던 점, 자리를 옮길 수도 있었을테지만 저러다 말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사람들은 결국 내릴 때까지 그 욕을 다 들어야 했다. 여자는 너무나 분명한 목소리로 욕을 했는데, 너무나 생생했기에 욕을 듣는 당사자가 곁에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상대방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당장에 그 놈을 찾아가 눈길을 쏴주고 싶었지만 그런건 없었다. 여자는 문쪽 창을 바라보며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건 혼잣말에 가까운 전화였고 아니 어쩌면 혼잣말을, 하..
Take your marks 서른이 되기 전의 일이다. 듣자하니 스물아홉에서 서른 살에 사이에는 무슨 협곡이라도 있는지 그 길 지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거다. 이십대를 지나는 통증은 적지 않았으나 막상 그때를 지나와 보니 그냥 나이를 먹는 일이었다. 그저 (스물아홉의)겨울에서 (서른의)봄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시간.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것은 물론 ‘사건’같은 일이었지만 제아무리 큰 획의 사건이라도 그것만으로는 생이 꾸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젠 안다. 삶은 좀 더 지진한 ‘일상’으로 꾸려진다. 그러니까 월요일과 퇴근, 야근, 장보기, 점심식사, 불금, 드라마 같은 것들로. 이런 단어는 삶의 거의 모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생의 넓은 시간에 걸쳐 포진할 뿐 ‘나’에 대한 이해를 깊게 돕지는 않는다는..
꺽쇠는 특별해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노트북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못가져갔다. 그래도 오랜만에 노트를 들고 듣는 시간은 전에 없이 풍요로왔다. 이고잉샘은 '공대(생)은 아름다운 것을 어떻게 말할까'라는 문제에 있어 더 없이 좋은 답지였다. html로 짜여진 코드들. 컴퓨터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공용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코딩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가르치는데서 진심이 느껴졌다. 아직은 이국의 기호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 코드들이지만 언젠가 질서정연함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날도 있을지.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해야할까. 요새 나는 틈틈히 코딩 수업을 듣고, 따라해본다. 에이가 없네웹페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링크인데,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소용이,..
#나는 왜 그렇게 술을 쳐마셨나 호두가 1키로에 9800원.투명 백에 들어있는 호두 알은 감추는 것 없이 모두를 내 주고 있었는데, 나는 눈으로 이미 맛을 본 것처럼 처음에는 다소 씁쓸하고 이에 알맞는 힘으로 부서지며 은근한 단맛을 어금니깨로 주는 그 호두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여기에 거들며 어머니의 호두좀 사먹어라. 하는 말도 맴돌았으니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내 손에는 그와 같은 가격의 수입맥주 4캔이 들려 있었고 그것은 제 무개에 쏠려 앞으로 뒤로 흔들리는데, 그때마다 보이는 발등이 햇빛에 희었다. 그게 부끄러워졌고 곧장 걸어 집으로 왔다. 그 걸음은 지난 밤 술을 마시고 걷지도 못했던 걸음과 같은 다리였으므로. 나는 겨우 오백 두 잔을 먹었을 뿐인데, 마신 술과 그 이후의 행동거지를 살폈을 때 ..
저는 우표를 소소하게 모으곤 합니다. '모은다'는 말보다 '소소하다'는 말이 앞에 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그저 점심을 먹고 시간이 남거나, 그래서 산책하는 길에 우체국이 보이거나 하면 들어갔을 테니까요. 점심시간, 모처럼의 바깥, 산책하는 길의 가지수는 얼마든지 많지 않던가요. 다른 간판에 팔리기 시작하면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지나칠 수 있는 우체국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어쩌다가 들어갔을 우체국이어야 합니다. 우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등기를 부치러 온 사람을 뒤에 두고, 택배를 여러개 부친 사람 뒤에서 빈손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혹시 우표를 살 수 있으냐며 묻지 않았겠어요. 우체국 직원은 평편한 비닐 봉투에 담겨진 특별 우표들을 하나 둘 꺼내줍니다. 보통 4종류의 우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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