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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수
이문재
형수가 죽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감자를 구워 소풍을 간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개구리들은 땅의 얇은
천정을 열고 작년의 땅 위를 지나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므로
교외선 유리창에 좋아라고 매달려 있다
나무들이 가지마다 가장 넓은 나뭇잎을 준비하려
분주하게 오르내린다
영혼은 온몸을 떠나 모래내 하늘을
출렁이고 출렁거리고 그 맑은 영혼의 갈피
갈피에서 삼월의 햇빛은 굴러 떨어진다
아이들과 감자를 구워 먹으며 나는 일부러
어린왕자의 이야기며 안델센의 추운 바다며
모래사막에 사는 들개의 한살이를 말해 주었지만
너희들이 이 산자락 그 뿌리까지 뒤져본다 하여도
이 오후의 보물찾기는
또한 저문 강물을 건너야 하는 귀가길은
무슨 음악으로 어루만져 주어야 하는가
형수가 죽었다
아이들은 너무 크다고 마다 했지만
나는 너희 엄마를 닮은 은수원사시나무 한 그루를
너희들이 노래부르며
파놓은 푸른 구덩이에 묻는다
교외선의 끝 철길은 햇빛
철 철 흘러넘치는 구릉지대를 지나 노을로 이어지고
내 눈물 반대쪽으로
날개도 흔들지 않고 날아가는 것은
무한정 날아가고 있는 것은
이문재, 『내 젖은 구두 벗어 해 에게 보여줄 때』, 민음사, 1997.
ㅡㅡ
푸른 구덩이. 이곳에 시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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