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 연락하기. 연락해서 약속잡기. 연락이 너무 늦었으니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기. 이 미안함을 받아주실 수 있나요. 그래서 종내는 보고 싶다는 이야기.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묻고 그날의 컨디션을 가장 좋은 것으로 만들어두기. 이 와중에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선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작음을 잘 받아줄지도 몰라. 하지만 이 시작을 두려워한다.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 중간쯤에서 다시 지칠지도 몰라. 정말 준비가 되면... 하고 또 가만히 주말을 보낸다. 감전은 아니고 정전 주중에 도착한 조명을 주말에 갈았다. 전기차단기를 내리지 않고 하다가 불꽃이 튀기고 온 집안의 전기가 나갔다. 다시 생각하니 감전 아닌게 다행이다. 옷이 조금 탔다. 무서운걸 알았더라면. 경험하고 나면 무지가 두 배로 무섭다. ..
이 세상엔 우연이란 없는 거라 사람들은 운명을 찾아내어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겨서 힘을 준대 성장할 수 있도록 어제와 다른 나의 인생은 여기까지 오게 된거야 널 만났기에 태양에게 이끌리는 작은 혜성처럼 바위를 만나 휘도는 시냇물처럼 너라는 중력이 손을 내밀어 난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 우리 다시 만날 수 없다 하여도 너는 이미 심장의 일부가 되어 나 숨쉬는 매 순간 항상 곁에서 힘을 내라 미소 지어줄테지 내일을 알 수 없는 내 삶이 너의 존재로 이렇게 따스해졌어 머나먼 바다로 떠날 항구의 배처럼 바람에 실려 날아갈 씨앗들처럼 이제는 내일로 나아갈 시간 난 너로 인하여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내가 돌이켜보다면 철없던 내가 너를 상처주기도 했지 나도 너무 어렸던 것 같아 자 웃으며 안아주자 너와 나 태양..
1월 말까지 평가 자료를 준비했다. 일주일 남짓이었다. 늦게까지였고, 잠을 잘 자지 못했고, 마감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음으로 버텼다. 잠을 빚졌다. 잠은 잠으로만 갚아지는 것 같았다. 2월이 되어도 하품이 잦았다. 2월 초에는 은행에 갔다. 잠이 모자란 어느 날의 일이었다. 은행에 가기까지 많은 일이 필요했다. 인감 도장을 만들고, 주민센터에 가서 인감을 등록하고... 증명서를 받아서 은행에 제출하기까지. 주민센터에 50분 정도 있었다. 대기는 없었는데 인감도장을 등록하고 증명서를 떼는 일이 길어졌다. 지문 등록이 안돼서 왼손 약지까지 스캔을 떴다가, 옆자리에서 다시 지문을 등록하고... 이것 저것이 잘 안되었는데 나보다 더 안된 사람은 아마 내 민원을 처리하고 계신 공무원이었다. 그도 5..
날이 매섭고, 파랬다. 토요일날 을지로에 갔다. 을지로는 꼭 가보고 싶었다. 조명가게도 있고, 가구 거리도 있고. 이 날은 도배지를 고르고 도배를 예약하기 위해서였다. 도배야 동네에서도 할 수 있지만, 을지로란 어쩐지 도배의 고수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생각되었다. 그 주에는 가야지 생각은 여러 날 했지만 가기 전날과 가는 동안에 좀 긴장이 되었다. 도배를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몰라서였다. 어떻게 여쭤보지? 무엇을 요청해야 하지? 대략적인 견적은 알고 갔지만, 도배지를 잘 고르게 될지, 이 집에서 해야지! 라는 확신을 어떻게 갖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아는 것이라곤 몇 군데 가게 이름이었었다. 도착했을 때 너무나 많은 도배집들이 다 비슷한데 다른 이름으로 있어서 ..
첫 번째 봤을 때 짱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보니 얼기설기하기도 하고. 1. 영화의 시작은 캐나다의 어느 마을. 마고는 취재를 하러 그곳에 왔다. 간통범을 다스리는 옛 현장을 재현한 장면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느 관광객들과 함께 그것을 지켜보던 마고는 갑자기 매질하는 일을 권유받는다. 그 전까지 사람들 귀퉁이에서 관람객이었던 마고가 역할극의 안으로 들어간다. "좀 더 세개 때려봐요!" 마고는 극의 주인공이 되지만, 우습다. 간통범과 매질하는 사람 모두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2. 마고와 루 루는 닭요리를 하는 요리사이자 책을 쓰는 작가이다. 마고는 루의 일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크게 없으므로 깊게 생각해 본적도 없다. 루는 집에서 늘 일을 하는 셈인데, 마고는 그런 루에게 장난치기 바쁘다. 여기서..
1. 지갑에는 지난 세기에서나 사용했을 법한 지하철 표가 한 장 들어있다. 재작년 파리에서 쓰고 남은 것이다. 지하철을 타러 계단에 내려갈 때마다 파리의 지하철을 떠올린다. 넓찍해서 내가 상상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한국의 지하와는 달리 파리의 지하철은 땅속을 겨우 파놓았다는 느낌이다. 에스컬레이터는 당연히 기대할 수 없고, 엘레베이터는 소수 있으나 그것의 이용을 기본값으로 놓기엔 어렵다. 이용하지 못하는데 있긴 있다라는 마음을 갖는게 맞다. 간신히 지하철이 다닐 수 있도록 이 정도를 파놓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 으레 파리는 더럽다거나, 지져분하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다른 단어의 층위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너무나 오래된 것이 늘 지금에 머문다는 고단함에 덥혀 있다. 고단함..
2021년 1월 1일 영화 를 보았다. #여자라서가 아니라 주수인은 고등학교 야구선수이다. 이 말 자체도 그녀가 최초로 쓴 것으로, 그녀는 이제 프로가 되고자 한다. 그녀 앞에 무수히 괄호로 있었을 (여자라서), (여자이기 때문에) 말들을 꺾고 무려 고등학교 야구단에 입단해서 선수생활을 했다(실력도 실력이었겠지만, 교장선생님께 빌었던 아버지가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지금 다른 남자 선수들처럼 그녀의 꿈은 프로 입단이다. 주수인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들리지 않으나 노골적으로 명확하게 자신이 '여자'라는 점 때문에 프로 입단 테스트조차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래서 화가 나있다. #네가 못하기 때문 이 무렵 박감독은 최진태를 부른다. 최진태는 프로를 꿈꿨지만 결국 실패했던 선수로, ..
#이사 적응과 익숙함이란 무섭다. 심지어 주변 환경의 이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좋은 집이었어... 쉬는 날 뒷산에 올라간다던지, 산책로를 발견한다든지. 북동향의 집은 대체로 늦잠을 자기 좋다. 어떤 날에도 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차분하다. 2020년을 돌아보는 12월 말. 역시 집 이야기로 시작해본다. #주식 3월, 주식이 바닥으로 치달았다. 아마 지금이 가장 쌀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돈을 넣을 용기는 나지 않았고(완전히 미친 짓 같았다. 그런데 미친 짓이 시장에서는 옳아 보인다) 마이너스 40%구간이었을 때 모든 주식을 팔았다. 그리고 잃은 돈에 상응하는 가방을 샀다(돈을 두 배로 잃는 방법). 주식과 나는 맞지 않으며 좋은 배움이었다는 훈훈한 결론을 가장한 돈낭비였다. 포트폴리오는 온통 ..
1. 너는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았단다 니모의 탄생은 수난 그 자체였다. 눈도 뜨지 못했을 때 수많은 형제들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형제 뿐만 아니라 엄마도 잃어버린다. 니모는 가장 허약한 개체였다. 날 때부터 한 쪽 지느러미가 작아서 헤엄을 잘 치지 못한다. 아빠는 행운의 지느러미라고 하며 부러 파이팅을 하고 남들과 다른 지느러미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키우지만, 사실 그 지느러미가 가진 힘을 믿지는 못했다. 아빠는 이미 물가에 있으면서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대하듯 니모를 먼 물에 깊은 물에 가지 못하도록 가둔다. 탄생이 전쟁이었던 악몽을 기억하는 아빠는 니모를 그저 잘 '존재'할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다. 그러나 니모는 가만히 존재하는 인형이 아니므로, 자신의 최선이 어디까지 닿는지 알고 싶..
의 인기는 단순히 잘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할 수 없다. 는 "인생의 목표는 어떻게 발견되고, 도달할 수 있는가?" 에 대해 중학생에서 성인에게까지 가장 강력하게 설득한 서사이다. 일본의 수많은 스포츠 만화가 있지만 는 독보적이다. 종목만 다르고 따르는 구조가 비슷한 서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한 단계 더 나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차원이 다르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대부분 스포츠 만화의 서사는 고등학교 1,2,3학년라는 집약된 계급이 한 팀이 이루고 토너먼트를 올라갈수록 본 적 없는 강적들을 만나 싸우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나 를 다시 꺼내 보는 것은 그 시절 향수에 기대는 일이다. 완전판을 보고는 기쁨을 느낄 수는 있어도 그때와 같은 재미를 불러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는 내년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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