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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에서 볼 수 있다. 

 

<하이큐!!>의 인기는 단순히 잘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하이큐!!>는 "인생의 목표는 어떻게 발견되고, 도달할 수 있는가?" 에 대해 중학생에서 성인에게까지 가장 강력하게 설득한 서사이다. 일본의 수많은 스포츠 만화가 있지만 <하이큐!!>는 독보적이다. 종목만 다르고 따르는 구조가 비슷한 서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한 단계 더 나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차원이 다르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대부분 스포츠 만화의 서사는 고등학교 1,2,3학년라는 집약된 계급이 한 팀이 이루고 토너먼트를 올라갈수록 본 적 없는 강적들을 만나 싸우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슬램덩크>나 <H2>를 다시 꺼내 보는 것은 그 시절 향수에 기대는 일이다. 완전판을 보고는 기쁨을 느낄 수는 있어도 그때와 같은 재미를 불러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하이큐!!>는 내년에 40살이 되는 사람이 보아도 모자람이 없다. 방금 때린 스파이크 하나에 "인생의 노력, 재능, 습관과 의지가 어떻게 축적되고 발현되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른이라면, 배구공을 자신 눈앞의 과제로 가져오는 데 더욱 무리가 없을 것이다. 

 

중고등학생을 타깃만 스포츠 만화에는 끼어들 수 있는 요소가 굉장히 많다. 그리고 이 소재를 하나나 두 개를 추가할 수록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지고 인기를 더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혹적이다. 여느 만화가 사랑을 작게나마 피해갈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섞일 수록, 유통기한이 명확해진다. <하이큐!!>에는 가족, 친구관계, 진로에서 사랑 등 모든 요소가 배제되어 있다. 오히려 다른 이야기가 섞임으로써 <하이큐!!>는 본연의 목표에 닿지 못하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 그래서 앞에서 말했듯이, 청소년이 아니라더라도 충분히 볼 수있다. 

 

앞으로 하이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텐데, 그 전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좋은 집안 환경을 타고 나지 않았다면 하이큐를 보라고. 진정한 친구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하이큐를 보라고. 하이큐를 본다고 가난한 집구석이 어느날 부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난한 상황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은, 생존하기, 혹은 더 나은 생존하기에 그치는 일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 시절에는 꿈을 가지는 것이 소용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꿈을 가지라고...? 가난이 무서운 이유는 이것이다. 그렇게 말하고는 다가갈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환경이나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되기까지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다는 것이다.

 

하이큐는 이에 대한 대답을 수 많은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이곳의 캐릭터들은 모두 다르다. 우선 키가 다르고, 운동 수행능력이 다르고, 배구에 대한 열정이 다르고, 끈기가 다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생각되는 캐릭터조차, 팀으로 경기하는 곳에서 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목표를 이루겠다는 '마음'이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서 <하이큐!!>는 몹시도 잘 알고 있다. 그 눈부신 것을 아이들의 수준에서 보여주기로 했다는 점에서 '복지'처럼 느껴진다. 놀라운 만화이다. 

 

역시 <하이큐!!>를 본다고 친구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친해지기 위해 소통의 아이콘으로 <하이큐!!>를 보는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이큐는 어떻게 한 공동체에서, 또는 목표 안에서 일원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일을 수행할 수 있을지 다양한 포지션을 보여준다. 성공한 사람들의 서사는 좋은 '취향'과 같아서 배우기가 어렵다. 행여, 발견한다고 해도 내것으로 가져가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것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좋은 환경에 놓이는 것 자체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라고 본다. 재미없는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하이큐는, 성공을 향항 이야기에 감동하고, 스스로 하고 싶게끔 만드는 매력이 있다.

 

지난 3년 간 약 100권의 자기계발서(더 많을 수 있다)를 읽은 눈으로 보건데 <하이큐!!>는 감히 최고 수준의 자기계발서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 배구를 관전하는 듯한 경기의 완성도는 이것을 더 실감나게 보여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점수 하나를 내는 것은 그저 점수에 머물지 않는다. 세트하는 공에, 스파이크를 하는 공에, 리시브를 하는 공에 캐릭터들의 인생이 들어있다. 2대 1로 끝나는 경기 속에 수 많은 걸레질과 늘 같았던 기상시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힘들게 한 발을 더 내딛었던 연습이 있음을 <하이큐!!>는 어린 독자들에게 펼쳐서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이를테면 실패한 순간, '받지 못한 공'에도 역시 똑같이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보여준다.

 

 

 

 *이렇게 극찬해 마지않은 <하이큐!!>는 여성혐오적이다.

여자를 무가치하게 그린다. 배구부 매니저가 두 명 나오는데, 사실상 없어도 되는 역할이다. 이야기 전개에 하나도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쓰는 동안 이들은 벤치에 앉아서 경기 결과를 적거나, 음료수를 나눠주며 이야기를 관전하기만 하고 영원히 보조에 머문다. 여기서 매니저가 필요한 이유는 딱 하나이다. 고등학교 일부 남자애들의 환상을 보여주거나 돕기 위해서이다. 무엇보다 배구만 하는 이야기에 여자를 자주 출연시키기 위해 매니저 역할을 만든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대체 남자 배구 만화에서 여자를 어떻게 그리라는 건가요? 묻는다면, 한숨이 나오지만 친절히 대답해 주겠다. 사람처럼 그리면 된다. 다시 말해 남자와 똑같이. 야망을 주고, 목표를 주고, 끈기를 주고, 동료를 주는 것이다. 그냥 여자(모습)를 그려 넣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남자의 필요에 의해 여자를 그리지 말 것. 여자를 제대로 표현할 능력이 없다면? 그리지 않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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