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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글

2020년 연말 기록

_봄밤 2020. 12. 27. 15:55

 

#이사

적응과 익숙함이란 무섭다. 심지어 주변 환경의 이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좋은 집이었어... 쉬는 날 뒷산에 올라간다던지, 산책로를 발견한다든지. 북동향의 집은 대체로 늦잠을 자기 좋다. 어떤 날에도 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차분하다. 2020년을 돌아보는 12월 말. 역시 집 이야기로 시작해본다. 

 

#주식

3월, 주식이 바닥으로 치달았다. 아마 지금이 가장 쌀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돈을 넣을 용기는 나지 않았고(완전히 미친 짓 같았다. 그런데 미친 짓이 시장에서는 옳아 보인다) 마이너스 40%구간이었을 때 모든 주식을 팔았다. 그리고 잃은 돈에 상응하는 가방을 샀다(돈을 두 배로 잃는 방법). 주식과 나는 맞지 않으며 좋은 배움이었다는 훈훈한 결론을 가장한 돈낭비였다. 포트폴리오는 온통 새마을금고가 되었다. 2%대 예금과 적금, 그리고 얼마나 수익이 날지 모르는 출자금에 넣어두게 된다... 주식으로 반쪽이 된 돈은 펀드에 넣었다. 놀랍게도 펀드는 넣자마자 마이너스 20%로 추락했다. 하지만 펀드는 최소 1년 이상 가져가기로 했다.  

 

3월, 구몬 일본어를 그만 두었다. 예전에는 30분이면 30장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 5장을 하는데 30분이 걸렸다. E단계에서 그만뒀는데 아직도 E단계 문제집이 그대로 있다. 선생님이 없는 구몬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JLPT4급을 등록했지만 1년에 있던 시험 2개가 모두 철회되었다. 

 

#영어학원

5월, 수영을 이전처럼 못하게 되자 영어학원을 등록했다. 종로에 주말마다 나가게 되었다. 근처의 900원자리 커피집과 명랑핫도그 메뉴를 격파하며 당근을 주어도 토요일 늦잠을 대신할 순 없었다. 날로 피폐해져갔다. 지쳤고, 3개월만에 수강을 포기했다. 아아. 3개월의 지속과 포기가 계속되었으면 좋았으련만.

 

6월, 펀드는 회복했다. 모두 수익을 내는데 유일하게 수익을 내지 못했던 펀드는 유럽주식이었다. 1%구간에 들어오자마자 팔아버렸다. 12월 현재 25%의 수준이다. 유럽주식을 팔고 중국주식을 샀다. 

 

#서핑

7월 양양에서 서핑을 했다.

 

#건조기

8월, 건조기를 구매했다. 좋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구매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후배의 말이었다. "아이참, 왜 안사요?" 8월 초에 구매했는데 산 것을 잊을 무렵 8월 말에 배송되었다. 내 생각에 건조기는 냉장고보다 더 필수재이다. 더 이상 찬 빨래를 만지거나 널거나 냄새가 나거나 마르지 않아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다. 생활은 건조기 구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집에도 건조기를 보내드렸다. 엄마 역시 크게 만족하셨다. 다음으로 살 물건은 아마도 식기세척기가 될 것 같다. 

 

#파트장

8월, 파트장이 되었다. 수당은 아주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일의 방향과 다짐은 완전히 달라졌다. 일의 세계에서 다른 곳으로 진입했다. 인생에 처음있는 일이었다.  

 

#팔굽혀펴기

수영을 드문드문 했다. 어쩌다 수영장이 열리면 달려갔다. 11월을 마지막으로 수영장도 끝이었다. 10월부터는 수영을 체념하고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10월 말에 하나가 되더니 12월인 지금 100개를 할 수 있다. (20개 1세트, 5세트 함)

 

5월 중순부터 9월까지 일이 고됐다. 힘들었고 매일 매일 쉬고 싶었다. 

 

#패러글라이딩

10월, 추석 연휴에 숨을 좀 돌렸다. 단양에 놀러갔고, 패러글라이딩을 했다. 단양은 굉장히 멋진 곳이었다. 

 

#부동산

11월, 6월부터 치솟는 집값에 잠이 안왔다. 전세 만기가 되면 22년 집을 살 예정이었으나 11월 말에 결국 계약하게 되었다. 오를대로 올랐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끌어올 수 있는 돈에서, 가장 괜찮아보이는 구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내가 질 수 있는 최대한의 빚을 졌고, 지금까지 벌어온 돈을 모두 집에 넣었다. 한 가지 위로는 집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는 거. 바닥재와 벽지를 고민하고 있다. 집을 구매하면서, 나보다 더 어른이라는 것에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이브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모두 동등한 성인이고, 여러모로 나를 돕는 것은 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내 아랫세대의 사람들도 하게 되겠지. 무언가 한 걸음이라도, 양보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샷시공사

-본가에 샷시 공사를 했다. 집은 아주 따뜻하고 예뻐졌다. 추위에도 걱정이 없다. 중문과 욕실 수리가 남았다. 

-하이큐!! 애니를 보기 시작했다. 한 번 다 봤고 다시 보는 중. 어른이란 무엇일까? 매일 20분짜리를 하나씩 하나씩 야금야금 보던 날을 떠나 이제는 왓챠에서 10편도, 20편도 몰아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쿠팡에서 44권을 한 번에 다 사서 내일 받아볼 수 있다. 그다지 어른스러운 행동은 아닌 것 같다.

 

-더 많은 시도와 더 많은 재시도를. 

-건강하자. 건강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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