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 뵌 그분은 아주 겸손하면서도 대화를 잘 이어나가셨다. 그녀는 현장에 있는 누구와고도 이야기를 잘 놓았다. 꼰대질을 하며 자신의 책에만 관심을 갖는 어떤 사장과 한마디도 트지 않는 나와는 대조적이었다. 말하자면 뭐라도 얻을 수 있을테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었을텐데. 그건 전적으로 대화를 진행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에 따른다. 이야기 하기 싫은 사람과는 조금도 이야기 하지 않는 나는 이미터쯤 뒤에서 잘 들리지 않는 대화를 듣는 수밖에 없다. 그 분은 이십년 동안 한 직군에서 일을 하셨고 이제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 한땀 한땀 책을 만들고 계셨다. 나도 모르게 손이 공손해졌다. 짐작컨대 그녀와 나이는 대략 15살 정도 날 것 같았고, 크고 작은 물음은 서로의 인터뷰가 되었다. 그녀는 내가 내리..
근처에 자기 집이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헬쓱했지만 몇 마디 간단하게 오가는 말에도 유머가 있었다. 눈이 작아지는 웃음이 보기 좋다. 가져올 것이 있다기에 잠깜 들리기로 했다. 그 집은 1층에는 정원이 있고 2층엔 1층이 훤히 보이는 사각의 빈 공간이 있었다. 중정이라고 하자. 2층은 그래서 중앙 내부를 뚫어놓았고, 복층 혹은 복도의 형식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곳을 두었다. 그 집에는 방이 하나도 없었다. 문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이상한 것은 그런 집들이 옆으로 몇 채가 더 있었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벽으로 다른 세대와 생활을 구분했다. 나는 이런 집을 처음 봐서 뿌듯해 하며 집을 보여주는 그에게 좋아보인다는 말을 못했다. 중정이 넓네요, 라는 말로 다음을 잇지 못하다가 등쪽에 채..
1. 오후의 전보는 이었다. 이 중간에 '급성신부전증'단어를 삽입해 헤드로 쓴 것은 '실종된 윤리를 좀 찾아달라는 공고'처럼 보였다. 이것은 네이버 뉴스 메인에 게시한 것은 '그렇지만 아마 윤리 따위는 찾을 수 없을 거'라는 확신처럼 읽혔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신부전증이라니, 몇 백번을 다시 말해도 그를 조준해서 쏘았던 살수 때문에 사망했다. 아니 살수차가 쏘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그것은 사람이 한 일이다. 그곳으로 사람을 배치한 정부가 한 일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사람으로 구성된다. 벡남기 농민은 쓰러지고 삼백여일을 '살아'왔지만 사회적으로 죽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나라는 죽음을 욕되게 하는 가짓수를 알려준다. 죽음의 이유가 지병인 것처럼 위장해 기사를 내고, 그가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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