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제 처음 뵌 그분은 아주 겸손하면서도 대화를 잘 이어나가셨다. 그녀는 현장에 있는 누구와고도 이야기를 잘 놓았다. 꼰대질을 하며 자신의 책에만 관심을 갖는 어떤 사장과 한마디도 트지 않는 나와는 대조적이었다. 말하자면 뭐라도 얻을 수 있을테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었을텐데. 그건 전적으로 대화를 진행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에 따른다. 이야기 하기 싫은 사람과는 조금도 이야기 하지 않는 나는 이미터쯤 뒤에서 잘 들리지 않는 대화를 듣는 수밖에 없다.
그 분은 이십년 동안 한 직군에서 일을 하셨고 이제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 한땀 한땀 책을 만들고 계셨다. 나도 모르게 손이 공손해졌다. 짐작컨대 그녀와 나이는 대략 15살 정도 날 것 같았고, 크고 작은 물음은 서로의 인터뷰가 되었다.
그녀는 내가 내리기 전에 자립에 대해서 말했다. 자립이 중요해요. 여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자립 뿐이에요. 결혼하고도 일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죠. 편집을 배워두는 것도 앞을 위해서 좋은 방법이 될겁니다.
이건 어제 만난 언니와의 이야기와도 이어지는 데가 있었다. 일을 하지 않을 때, 돈을 쓰는 것이 무척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일을 하지 않았던 시간은 아이 둘이 젖을 뗄 때까지 혼자서 육아를 해야 했던 삼년 남짓한 시간 뿐이었다.
<사랑하는 안드레아>라는 책을 잠깐 보았다. 대만의 지성으로 불리는 룽잉타이는 자신의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삼년 동안 편지를 주고 받는다. 아들 안드레아는 독일에서 성장해 룽잉타이와 세대와 문화가 모두 달랐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타인이라는 생각에 미친다. 엄마와 아들이 아니라 서로를 한 사람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몇 장을 채 읽지 않았는데도 뭉클했다.
룽잉타이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너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할 때 너는 성취감을 느낄 거야. 네 일이 너를 구속하지 않고, 네 생활을 빼앗지 않을 때 너는 존엄해질 수 있어. 그런 성취감과 자존감이 널 즐겁게 할 수 있을 거야.
...
엄마는 네가 열심히 공부하길 원해.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성공하길 원해서가 아니라, 네가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라서야 생계에 쫓겨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니라 의미 있고 여유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야. >
물론 책은 이 보다 더 넓고 깊은 이야기를 한다. 우선 들어온 구절은 이런 것.
*요새 한 문장도 마음에 들게 쓰지 못한다. 그래서 백지는 자꾸 백지가 된다.
'이후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버랜드의 잠 (0) | 2016.11.14 |
---|---|
내가 알 수 없는 노래 (1) | 2016.10.24 |
별에 대한 이미지는 나의 어린 시절을 베꼈다 (0) | 2016.10.16 |
그는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0) | 2016.09.30 |
주말의 표정 (0) | 2016.09.25 |
- Total
- Today
- Yesterday
- 차가운 사탕들
- 배구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피터 판과 친구들
- 이문재
- 희지의 세계
- 뮤지컬
- 후마니타스
- 현대문학
- 이장욱
- 서해문집
- 진은영
- 민구
- 이준규
- 상견니
- 이병률
- 네모
- 책리뷰
- 정읍
- 이영주
- 김소연
- 문태준
-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 한강
- 일상
- 궁리
- 지킬앤하이드
- 열린책들
- 1월의 산책
- 대만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