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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후의 전보는 <백남기 농민 사망>이었다. 이 중간에 '급성신부전증'단어를 삽입해 헤드로 쓴 것은 '실종된 윤리를 좀 찾아달라는 공고'처럼 보였다. 이것은 네이버 뉴스 메인에 게시한 것은 '그렇지만 아마 윤리 따위는 찾을 수 없을 거'라는 확신처럼 읽혔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신부전증이라니, 몇 백번을 다시 말해도 그를 조준해서 쏘았던 살수 때문에 사망했다. 아니 살수차가 쏘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그것은 사람이 한 일이다. 그곳으로 사람을 배치한 정부가 한 일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사람으로 구성된다. 벡남기 농민은 쓰러지고 삼백여일을 '살아'왔지만 사회적으로 죽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나라는 죽음을 욕되게 하는 가짓수를 알려준다. 죽음의 이유가 지병인 것처럼 위장해 기사를 내고, 그가 죽은 병원을 경찰 45개중대로 둘러싸며 진실과 대치했다. 부검을 신청한 경찰의 인면수심이 내가 사는 곳의 얼굴이다. 파렴치하고 야만스러워, 이 마음이 끝장나면, 곧 그 얼굴을 닮아갈 것이다. 이런 정부가 있는 나라에서 산다는 게, 그저 산다는 게 나는 수치심도, 자존심도 없는 사람같다.
2.
쌀값은 80kg 기준 13만 5544원으로 전년 15만 9648원보다 15.1%가 낮다. 15만원선은 이미 붕괴되었다. 쌀의 매수와 재고관리에 실패한 정책때문이다. 쌀값 폭락을 '풍년'탓으로 돌리고 있다. 2013년 17만원을 웃돌았던 산지 쌀값이다.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농민들이 요구했던 것은 박근혜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쌀값 보장이다. 박근혜는 2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3.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신다. 이른 벼 매입 기한이 9월 20일이었다. 엉망인 가격이지만 이날을 지나면 팔 수조차 없다. 농지는 지금도 해체되고 있다. 이 많던 쌀이 종내 모자랄 것이다. 쌀값의 폭락은 연이은 '풍년'이고 폭락을 막을 방법은 절대농지 해제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자신의 입이 사라져도 된다는 듯 말한다. 언젠가 쌀은 제 몸 하나 하나를 실제로 구성하는, 빼앗기는 악다구니의 장이 될 것이다. 쌀이 끝장 나고 있고, 또 어떤 것들이 무너지고 있나. 아니 이미 무너졌나. 다음은 이곳에 사는 '아무나'에게 온다. 성주에 사드를 설치하겠다는 어불성설, 설득도 대책도 없이 날벼락처럼 내린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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