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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봤을 때 짱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보니 얼기설기하기도 하고.
1.
영화의 시작은 캐나다의 어느 마을. 마고는 취재를 하러 그곳에 왔다. 간통범을 다스리는 옛 현장을 재현한 장면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느 관광객들과 함께 그것을 지켜보던 마고는 갑자기 매질하는 일을 권유받는다. 그 전까지 사람들 귀퉁이에서 관람객이었던 마고가 역할극의 안으로 들어간다. "좀 더 세개 때려봐요!" 마고는 극의 주인공이 되지만, 우습다. 간통범과 매질하는 사람 모두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2.
마고와 루
루는 닭요리를 하는 요리사이자 책을 쓰는 작가이다. 마고는 루의 일에 관심이 없다. 관심이 크게 없으므로 깊게 생각해 본적도 없다. 루는 집에서 늘 일을 하는 셈인데, 마고는 그런 루에게 장난치기 바쁘다. 여기서 마고의 1패. 루는 마고에 대해서 다 알고 있으므로, 특별히 대화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루에게 마고란 지금 보이는 그 자체이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불현듯 떠오르는 감정에 대해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냥 그 맛을 혼자 음미하면 그만이다. 이것은 루의 결정적인 1패. 이 동점의 패에도 무게가 있어, 루의 패배는 좀처럼 어떤 것으로도 매꿔지지 않는 종류라고 생각했다.
3.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
캐나다에서 사용되는 사랑의 언어인지, 영어권 나라에서 통용되는 언어 유희의 하나인지 모르겠다(만약에 그렇다면 정말말 별로다...)마고와 루는 난해하고 잔인하고 끔찍한 언어로 상대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놀이를 하는데, 이 놀이에서 이기는 방법은 난해하고 잔인하고 끔찍한 언어로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밖에 표현되지 않는 사랑이라니... 여기서 한 없이 외로워지는 마고를 생각하니 가여웠다.
4.
루는 마고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이것은 마고를 자신과 동격인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없이 관대하게 귀여워해야 할 대상으로써 마고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거기에 맞춰서 마고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잘 모른다. 아마 귀여움을 받는 것이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사랑에는 무엇보다 존경이 포함된다. 존경은 아는 것에서 시작하고. 그러니까 이 둘의 관계는 뭐, 좋았던 시절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난 이야기, 그런게 아닌 것이다. 애초에 다 틀려버린 관계가 새로운 사람으로 하여금 발견된 것 뿐이다.
5.
마고가 대니얼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인력거를 몰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집에서 그림을 그릴지라도 말이다. 대니얼은 마고를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로 바라본다.
6.
영화가 끝날 무렵, 마고는 음식을 하며(루와 결혼 생활에서는 좀처럼 하지 않았던)더위에 피곤해 한다.
어쩌면 마고는 여행지에서 간통범을 매질했던 것을 기억했을 수도 있다. 그 매를 지금 맞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7. "인생의 틈을 미친놈처럼 다 메꿀 수 없는 노릇이라고"
그게 그냥 틈인지 절벽인지 어떻게 아는가. 주위 사람은 모른다. 생각에 마고가 보았던 틈은 절벽이었다.
8.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여름이 끝나지 않는다. 이들이 영원히 젊고, 또 잘못을 반복할 것처럼.
+
그리고 꿈에서 지난날의 애인이 나왔다. 떡을 맞췄고, 서로 다른 곳에서 대절버스가 왔다. 애인과 나는 체력과 끈기와 재능에 대해서 말했다. 셋다 각자에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들이었다. 누구보다 더 열띤 토론을 했다. 다음날은 애인의 결혼식이었는데 그는 끝까지 내게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저녁 7시쯤 되었을까. 놀기를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피곤해서 꿈 속에서도 하품이 나왔다. 이렇게 전날 무리하고 결혼이라니. 보통 그렇게 결혼식을 올리나? 안쓰럽다고 생각하며 잠에서 깼다. 아침에 메모를 읽는데 체력과 끈기와 재능 부분에서 웃음이 나왔다. 대체 무슨 할 얘기가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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