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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글

그냥 그런 일기

_봄밤 2020. 6. 29. 22:29

#집을 사고 싶습니다

요새 나는 집사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다가 잠이 든다. 아파트가 지지난달 보다 2천 만원 올랐다. 이것도 거래되고 나면 또 오르겠지. 거북이 달리기처럼 돈 모으는 속도와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는 터무니 없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지금 이 집을 내놓자. 예금과 출자금과 적금과 심지어 주식의 예수금까지 다 더해보지만 어떤 수를 써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불을 덮는다(출자금은 지금 뺄 수도 없다). 집에 대한 마음이 강하시네요. 집을 사서 사실 하고 싶은 것은 없다. 주거에 크게 불안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노후대비랄까. 

 

#주말마다 영어 학원

주말마다 영어 학원을 다닌다. 이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마침내 나를 어디든 데려다 주겠지 라는 허무맹랑한 믿음으로 다니고 있다. 가상한 노력도 없이 영어로 말을 해보려는 심산이 너무나 얄팍하다. "청바지를 두 개 샀는데 하나가 별로여서 반품할 생각이야." 따위의 문장을 영작한다. 동생이 보면서 기함을 했다. 학교 다닐 때 지독하게 공부를 안했더라? 문장에 기본이 없어. 공부를 좀 한 얘들한테는 그런게 보이는 모양이지. 문장을 얼마나 엉터리로 썼는지는 이제는 알기 때문에 여기에 말할 수 없다. 

 

#진동의 말미

비가 오면 팔꿈치가 쑤시는데, 곡괭이로 유구의 벽을 치던 시절에 생겨난 아픔이다. 우리는 그걸 벽을 딴다고 얘기했다. 그때는 벽을 잘 따는게 그렇게 부러웠다. 그건 연습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고, 연습이어서도 안되었다. 누군가가 제대로 따놓은 가이드를 따라 내 팔에 오는 벽의 단단함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했다. 이제는 그 진동의 말미만 남았고. 어느 날, 내 책상 위에 가득한 책들이 모두 쓰레기 같았다. 이를테면, 속이려는 작은 성의도 없는 거짓말 투성이들. 

 

#걸어다니는 나의 태양에게

 

아래는 내 편지의 전문이다. 

 

 

감사하는 일이 나를 건강하게 해 준다고 들었습니다. 

편지지를 갖고 다니는 습관은 내가 아주 예전의 사람인 듯 느껴지게 합니다. 

그동안 작은 글도 쓰지 못했습니다

눈이 지칩니니다

이제 십분이 남았습니다. 곧 수영을 하러 가야해요.

그리고 친구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간색 머플러는 보풀이 일도록 열심이었는데 봄은 아직 너무 춥습니다. 

내가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좋겠지요

새벽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에 가는 일은 입이 씁니다.

주말에도 일을 했습니다

가끔 머리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힘이 많이 걸린 물체가 다른 것과 부딪힐 때 나는

들어 본 적 없지만 가끔 울리는

조심하고 싶습니다

나를 내려 놓는 생각들로부터

 

편지의 끝이 몇줄을 앞두고 있는데

아직 아무에게도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아무에게도.

피부가 적당히 데워지는 온도,

날씨이기 전에 까뮈에게 감사해요.

작은 태양, 수만개의 털로 빛나는

까뮈의 몸은 따뜻하고

발다닥은 조금 찹니다. 

 

수족냉증 고양이가 있대요. 웃음이 나고 걱정이 되는 걸어다니는 나의 태양에게. 

 

19.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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