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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올해의 영화라고 생각했다가, 아니 어쩌면 인생의 영화. 관계의 평등, 남성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의 여성들의 이야기. 사랑을 하는 품위있고 우아한 사람들을 본 것은 처음이니까. 모든 장면이 새롭고 아름답다. 세 여자의 존중과 우애가 눈물날 듯 좋았다. 별 다섯개. 

 

 

뮤지컬 마리 퀴리

작은 공연으로 시작하지만 끝내 지킬 앤 하이드처럼 대극장 뮤지컬이 되었으면 좋겠다. 연구일지를 쓰는 대목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요소도 있고, 마리와 안나의 장면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요소도 있다. 노래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마음 놓고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시나리오가 많아지면 좋겠다. 대개의 뮤지컬에서 여자의 역할이란 사랑이 아니면 고민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랑에 빠지거나 미치는 역할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그 밖에도 많은 것이 생각나는 뮤지컬이었다. 라듐 노동자들을 보며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웅장한 앙상블로 대극장에서 보고 싶다. 

 

 

작은 아씨들

어렸을 때 수도없이 읽었던 책. 크리스마스 아침에 쌓인 봉봉과 제비꽃 자수를 놓은 실내화, 다섯명의 열쇠와 우체통, 그리고 연극들. 아빠의 편지. 상상속 색감이 잘 구현되어 있었다. 네 자매와 로리가 무지하게 놀던 시절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이야기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어렸을 적 읽었을 때 그 부분이 생략되있거나, 간략하게 추려진 것을 봤었는지도. 나도 어렸기 때문에 그냥 애들이 어떻게 놀까를 궁리하고 노는 모습만 더 기억하는지도 몰랐다. 놀이를 위한 준비를 궁리하는 시절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인지... 그 시절이 끝나고 새로운 세계로 나간 자매들을 응원한다. 그 당시에도, 결혼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던 에이미. 어떤 미사여구로 치장해도 결혼의 요는 에이미 때와 변하지 않았다. 조와 로리, 그 사랑을 간직할 수 있어서 또 얼마나 행복인지. 과거는 그대로 둘 수 있다. 현재에 둘이 엮이지 않는다면. 변하는 서로를 지켜보는 일은 정말이지 괴로우니까. 둘이 친구로 있을 수 있는 것, 유년의 기억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조가 자신의 유년을 책으로 써낸고 만 것.

 

이것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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