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게 표현된 부분 1. 환한 얼굴에서 드러나는 왼쪽에 앉은 이의 유쾌함.2. 중앙에 앉은 이의 강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워 하는 상태.3. 오른쪽에 앉은 이가 등을 살짝 구부리고 오른 손으로 맥주를 들고 있는 모습. 그밖에. 오색으로 빛나며 구불거리는 강과 칠흑 같은 어둠의 '경계'. 만족스러운 부분 1. 왼쪽에 앉은 이의 어깨와 다리.2. 중앙에 앉은 이의 두상.3. 오른쪽에 앉은 이의 옷. 한치의 어떤 망설임도 찾아 볼 수 없는 획. 아쉬운 부분 1. 왼쪽에 앉은 이의 잘생김.2. 중앙에 앉은 이의 자세. 3. 여백.
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어요. 이름이 '행복'이라는 허름한 예식장을 본 일이 있습니다. 그대로 완전한 이름의 덧칠을 보고 의아했어요. 예식장은 어떤 이름 없이 그대로 행복한 곳이어야잖아요. 혹시 행복하지 않을까봐 맨 앞에 행복을 붙여놓았던 거라면 나는 그것을 비웃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연민입니다. 얼마나 오래전에 예식이 끝났는지 모르는 거미줄이 쳐진 간판, 크게 들이 킨 숨이 들렸거든요. 이 앞에 설 이들이 문 밖으로 줄이 길어요. 그리고 '이후'라는 문을 지으며 고민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문을 짓는 이들은 이 앞을 지날 이들이 가질 불안을 잠시 쥐고 말합니다. '혹시'에 대적할만한 한 마디를 올리자. 그때 고른 단어가 '행복'이라는 말, 그렇게 해서라도 간절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김연수 블로그가기 이런 구분을 해본다. 김영하과와 김연수과가 있다고. 준비된 두 개의 '세계관'이 등장하고 나는 별 고민도 없이 김영하 쪽에 선다. 음산하고, 희망이라는 게 별로 없고, 문장이 아릅답기를 바라지도 않는 쪽. 구분이 용이하지 않다면 좀더 직접적인 예를 들어볼까. "살아가는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라는 구절도 가져오자. 이걸 보여주면 김영하는 으음. 그렇군요 라고 입을 뗄 것 같지만 김연수는 왜? 냐고 물어볼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물어볼 것도 없이 김영하과다. 무슨 열대 과일 이름같군요. 나는 김연수의 환함과 그의 유려함과, 치밀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김연수의 소설이 읽을만하지 않아서는 전혀 아니다. 그는 소설을 아주 잘 쓴다. 한 줄을 여러 번 읽게 하고 ..
시작됐구나! 시와 음악(가사)가 만나는 본격 '시'알리기 가사 알리기 페이지 가기 한글날 특집인건 좀 뜬금없지만 에 집중하면 그럭저럭 좋다 저 깔린 시집 좀 봐라. 저 깔 봐라(왜 다 죽여놨니..) 마우스 놓으면 반전이라도 되게 하던가...(울컥) 문학과지성사는 가끔 깜짝 놀랄 마케팅을 한다. 저번에 아레나와 함께 했던 것도 그렇고. 요새 엄청난 지탄을 받는 카카오톡이지만 여전한 힘이 있는 그 카카오의-카카오뮤직은 9월 말에 생긴 신생 페이지(좋아요 633명)와 함께 한 기획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 / 시인들이 뽑은 노랫말이 아름다운 노래 7곡 / ... 아주 무궁무진한거다. 각 시인들의 추천사가 있고, 그걸 연재하는 식으로 올린다고 한다. 아름다운 노랫말도 알리고 그 이유도 좀 들어보고. 하긴,..
잘 있나. 어젯밤 꿈에 나왔으이. 꿈에서 글쎄 조곤조곤 주고 받으면서 걸어갔더란 말이지. 정작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떠오르질 않네. 매번 잘 지내줘서 고맙구먼. 정말 보고자픈디 사는 모양새가 덜 된지라, 훌쩍 보러 못 가는 게 미안햐. 멀리서 온 목소리에 볕 환한 가을이 은행알처럼 툭툭 떨어지고 있다. 말 없이 누르는 글자. 빛이 닿지 않는 바닥에 도착해 나는 잘 있네. 연달아 울리는 대답. 뻐끔뻐끔 입으로도 내보는 말씨. 서울살이 고단해도 잘 먹고 잘 자게. 항상 잘 있어주니 고맙네. 무슨 모양새 말인가, 사는 모양이란 누구보담도 자네 언제나 반듯하게 있을거라 아네. 꿈에서 나왔다고 묻는 안부가 어디 요새것인가... 이 옛 말씨를 십년 전부터도 더 오래 쓰는 친구가 하나 있어 우리는 서로에게 '너'라고..
졸다가, 이번 역인 걸 알았어요. 깜짝 놀라서 후다닥 내렸어요 아홉시 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새 잠이 들었나봐요. 요 며칠 새벽 두시에 잤거든요. 마감이 마감을 불러서. 봤던 걸 다시 보고 또 보고 또,... 일주일 전. 집 앞의 가로등 노랗고 둥근 등이 LED창백한 회백색 등으로 바뀌었어요. 골목 저 끝까지요. 멀리서 보면 아스팔트가 춥고 시려워서, 눈이 좀 부슬부슬 내린 것 같기도 해요. 너무 잘 보여요. 바닥이, 이렇게 밤인데 말예요. 씻고 나서 더운 몸으로 베란다에 나와 그 따뜻한 불빛을 보는게 좋았는데요, 낭만을 가져갔어요. 이제 아무도 그 골목에서 서성이지 않고 누구를 기다릴 수도 없겠지요. 그렇게 차가워졌어요. 불빛이. 그 차가운 조명을 보고서는 무엇도 생각하기 어려워요. 저는 이곳에서 ..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문예반 선생님께서 책을 한 권 주셨다. 언제부터 문예반에 들었었는지 모르겠다. 특별히 무슨 활동을 했던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오후 갑자기 2-1반이 '문예반'으로 바뀐 교실에 들어가 한두 시간 책을 읽은게 최대한의 활동이었을까. '재미'라는 말을 묻는다면 가차없다. 뭐니뭐니해도 방과후에 남아서 뺑뺑이를 타거나 오징어를 하는게 재미었으니까. 그리고 무슨 활동이라고 한다면 6년 통틀어 나를 가장 오래 잡아놓았던 것은 경시대회반이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연필을 굴리면서 문제를 풀었고 갱지 연습장을 펴놓고 무슨 영화의 주인공처럼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새장 속에 새를 이해한다' 따위의 낙서를 끄적였다. '감옥'을 상상했다. 하여간. 그렇기 때문에 문예반을 기억하는 일은 조금은 ..
나는 그녀가 사진 찍어도 될까? 라고 묻는 주저함이 보기 좋았다 파스타집으로 데려갔다. 찾아본 곳과 외관이 똑같았다. 한눈에 알아보았고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여기야. 하고 들어온 곳은 인기가 많아서 12시인데도 창가 자리가 다 찼다. 벽을 마주한 곳을 가리켜 앉았다. 테이블에는 왠 버너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특이한 가게로군. 메뉴판을 보니, 무척 간소했다. 간소하다 못해 "파스타"라는 메뉴가 없었다. 다시 보아도 떡볶이, 그리고 뭐였지. 떡볶이만 잔뜩 있어서, 떡볶이도 파는구나. 진짜 메뉴판을 달라며 점원께 여쭈었다. 허공에 네모를 그리며. 메뉴판 주세요. 메뉴판이요, 테이블 위에, 네, 그거요. 그게 메뉴판입니다. 이거요, 여기엔 파스타가 없는데요. 파스타요, 저희는 떡볶이. 전문점인데요. !?!!..
그곳에 앉은 사람에게 자유로운 공간은 본인의 손바닥에서 발 끝까지. 편하게 바라볼 거리가 없기에 모두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갈라지는 손금, 피하지 못했던 사정들. 안타까움을 외면하고 반짝이는 화면을 오래 본다. 어딘가 오래 시선을 둘만한 곳이 없는 것은 유대가 없다는 뜻도 될까. 시선을 들키면 그 옆, 또 그 옆으로 도망하는 눈이 있을 뿐이었다. 그날은 정오였다. 지하철 칸 안으로 해가 바닥에 어른거렸다. 아지랑이, 그녀는 이부자리가 흐트러진 며칠을 보냈다. 그런 날은 몸이 좋지 않은 날이었다. 일어나서 심하게 구겨진 요를 내려다 보는 소일을 며칠 갖다가 그날은 요 위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한 시 다 되어 오른 지하철에는 다복하게 의자를 나누어 앉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다정하게 마주침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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