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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전생의 일처럼

_봄밤 2014. 10. 6. 12:55

 

 

 

잘 있나.

 

 

 

어젯밤 꿈에 나왔으이. 꿈에서 글쎄 조곤조곤 주고 받으면서 걸어갔더란 말이지. 정작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떠오르질 않네. 매번 잘 지내줘서 고맙구먼. 정말 보고자픈디 사는 모양새가 덜 된지라, 훌쩍 보러 못 가는 게 미안햐. 멀리서 온 목소리에 볕 환한 가을이 은행알처럼 툭툭 떨어지고 있다. 말 없이 누르는 글자. 빛이 닿지 않는 바닥에 도착해 나는 잘 있네. 연달아 울리는 대답. 뻐끔뻐끔 입으로도 내보는 말씨. 서울살이 고단해도 잘 먹고 잘 자게. 항상 잘 있어주니 고맙네



무슨 모양새 말인가, 사는 모양이란 누구보담도 자네 언제나 반듯하게 있을거라 아네. 꿈에서 나왔다고 묻는 안부가 어디 요새것인가... 이 옛 말씨를 십년 전부터도 더 오래 쓰는 친구가 하나 있어 우리는 서로에게 ''라고 하지 못하고 이름을 올리지 못해 '자네'라고 한다. 잘 있나. 어젯밤 꿈에 나왔으이. 조곤조곤 주고 받으며 걸어갔더란 말이지. 정작 무슨 애기를 했는지는 떠오르질 않아... 유성우 쏟아지던 밤날 이슬 맞으면서 별을 새던 이야기는 아니었나, 아니면 어느 해 시월 금빛으로 빛나던 은행나무를 보고 이것 봐, 이것 좀 봐, 하던 스무살의 날들은 아니었는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어데 멀리 가서 만나고 오는 자네 꽃 같은 연인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언제 꼭 보여주게. 그 옆에 있는 모습이 궁금햐. 내가 모르는 표정을 하고 있을 네가. 나 가득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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