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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다가, 이번 역인 걸 알았어요. 깜짝 놀라서 후다닥 내렸어요
아홉시 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새 잠이 들었나봐요.
요 며칠 새벽 두시에 잤거든요.
마감이 마감을 불러서. 봤던 걸 다시 보고 또 보고 또,
.
.
.
일주일 전. 집 앞의 가로등 노랗고 둥근 등이 LED창백한 회백색 등으로 바뀌었어요. 골목 저 끝까지요.
멀리서 보면 아스팔트가 춥고 시려워서, 눈이 좀 부슬부슬 내린 것 같기도 해요.
너무 잘 보여요. 바닥이, 이렇게 밤인데 말예요.
씻고 나서 더운 몸으로 베란다에 나와 그 따뜻한 불빛을 보는게 좋았는데요,
낭만을 가져갔어요. 이제 아무도 그 골목에서 서성이지 않고 누구를 기다릴 수도 없겠지요.
그렇게 차가워졌어요. 불빛이.
그 차가운 조명을 보고서는 무엇도 생각하기 어려워요.
저는 이곳에서 내리는 눈이 무척 궁금해요. 어떻게 내릴까요. 어떻게 쌓일까요. 어떻게,
남을까요
손길을 생각해요. 물건들이 있었을 각기 다른 장소와, 냄새와, 풍경과,
그곳에 닿았을 발길과, 구두와, 구두의 소리와
한 번은 꼭 집으셨을 어딘가의 지문과
눈이 웃었을 동안을
그리고
그 눈에 제가 눈을 맞춰요
시월의 첫 비와 함께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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