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동네,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 내일과 잘 살아볼게요. 한 짐을 싸면서 나는 좀 울먹했습니다. 내가 없을 방이 걱정이 되어 불을 켜 놓고 책상이 있는 옆방에 건너왔습니다. 아까 늦은 낮에는 장을 보고 왔습니다. 이제 장날의 곳곳을 떠올릴 수 있을 때가 되었는데. 그 떡은 빨리 팔리니까 제일 먼저 사야하고, 그 옆에서 콩나물을 사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묵튀김이 오백 원이고, 반대편으로 나가면 감자와 양파가 싸고 좋은 집이 있고...길가에서 묵 내리는 할머니 까맣고 주름진 손이 유난히 크게 보였습니다. 나오는 길에 보도블록 촘촘히 놓인 카네이션 화분도 샀어요. 어눌하게 우리말을 하는 아가씨가 조심스럽게 담아주었습니다. 유성장의 어르신들은 모두 건강하세요. 동네 편의점에 가서 괜히 택배 왔느냐고 말을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블루 재스민 몇 개의 액자를 지나왔다. 마지막 액자에서 보았던 풍경은 첫 번째 액자를 들어가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었다. 아니 그 다음 액자로 건너기 전에 흘렸던 사랑이었다. 총성이였다, 그림자였다. 혹시 뒤를 돌아보지 못했던 고개였을까. 다행히 그는 예전의 그와 마주치지 않아도 되었다. 마약을 하는 장면은, 마약 하기 전의 장면과 마약을 하고 난 후의 장면을 잇는다. 그러므로 마약을 하는 것은 마약을 하기 전과 마약을 하고 난 후를 이어준다. 어떤 시간에 마약을 했던 사람들이 나온다. 그러니까 살려면, 좀 취해야 했던 거다. 창녀, 도박, 동성애. 그리고 에이즈. 취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위해. 재스민의 이름은 무엇일까. 화려했던 장면을 잃어버리고 이름도 ..
새로 깔린 아스팔트 까만 냄새를 지나 풍성하게 꽃잎 떨어지는 나무 밑을 걷고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청단풍과 홍단풍이 같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어요.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 있는 그가 생각났구요, 나는 그가 적어준 이름 위로 좋아하는 작가의 봄을 받아서 오는 길이었습니다. 오후는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유난히 부는 바람에 계절을 잊어버릴 수도 있을 것같은 날이었습니다. 그때 양말 한짝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어요. 양말은 베이지색 바탕에 녹색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아주 작아서 내 검지손가락 만한 길이었어요. 그런데 이 양말의 입구에는 동전지갑을 만들 때 쓰는 은색 조리개를 박아 놓은 게 아니겠어요. 그것을 빼곰하게 열면 양말의 내부가 그만큼 보였습니다. 양말은 ..
부다페스트는 헝가리의 수도다. 그곳은 광장이 있다. 도시는 회색이고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기쁘지 않은 춤을 춘다. 색색깔의 옷이 화려한데 춤은 흥이나지 않는다. 헝가리의 수도는 부다페스트다. 기쁘지 않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인지 사람들이 기쁘지 않는 춤을 추는 것인지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른이와 스텝과 틀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얼굴이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도 춤을 추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색이 바란 치마를 한쪽으로 들고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치는데, 어디서 본 것같은 얼굴인 것은 왜 일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걷기 시작했다. 서있기를 계속한다면 그 여자의 얼굴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곳의 계절은 여기와 마찬가지로 여름인데 낙엽이 굴러다닌다. 부다페스트는..
이소라 / 8집 8 / 난 별 작사 이소라, 작곡, 정지찬 모든 일의 처음에 시작된 정직한 마음을 잃어갈 때포기했던 일들을 신념으로 날 세울 때별처럼 저 별처럼 삶과 죽음의 답없는 끝없는 질문에 휩싸인 채 또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에 빠져 혼자 괴로울 때조차별처럼 저 별처럼 난 별 넌 별 먼 별 빛나는 별 살아가며 하는 서로의 말들 그 오해들 속에좀 참아가며 이해해야 하는 시간들 속에원하든 원치 않든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 속에 ㅡ들리는 제스처, 노래를 보내요. 노래는 아주 짧지만 그곳도 봄 여기도 봄빛나는 봄 접히지 않는 편지를 접어요 다시 펴고 접어서 보풀이 일어요. 마디, 마디 고맙습니다. 이제, 편지가 접혀서 손바닥으로 들어와요. 오래 갖겠습니다.
좆도 모르는게... 전화했다. 잘 있냐. 뭐하냐. 밤길이 차다. 잘 있어?? 잘 있지. 어쩐일이야. 그냥 뭐. 생각나서. 뭐해. 응 그냥. 그냥 뭐? 그냥 뭐 써. 글? 블로그? 응 리뷰써. 잘 살아? 살지, 잘. 잘 산다구? 살지. 잘. 좀처럼. 뒤집어지지 않는. 넥타이가 비뚤어졌네. 언제냐 저번에 술도 못마시는 것끼리 치킨에 맥주를 시켜놓고 있었다고. 아 그때. 뭐라도 마셔야지. 야 그래도 좀 마실줄 아는 애들이 술을 마시고 있어야지. 술이 잘 마셔야 술이간. 그것도 그렇다. 어떻게 살아. 응 다음주부터 출근해. 어디?! 잡지사. 잡지사? 저번에 있던데보다 적게 받는거 아니야? 응 그렇지. 글써서 돈 벌간. 그래도 너 좋아서 하는거지? 잘됐다야. 글쎄, 우선은. 무슨일하나. 응 인터뷰하고 시사 기사쓰..
캐치볼 하고 싶은 날씨다.
_봤어요? _달이 어엄처엉커요. _욧골공원에 임시 노인정이 생겼는데요. 노인정 간판을 화분에 꽂아두는 이름표처럼 만드셨습니다. 직접 쓰셔서, 임시로 만든 노인정 앞에 임시로 박아두셨더라고요. 노인정은 작은 비닐하우슨데요, 공원 안에 있는 거라 주위에 시소도 있고, 그네도 있습니다. 주위에 또 벤치도 많아요. 할아버지들은 비닐하우스 임시 노인정에서 화투를 치세요. 판돈은 모르겠구요. 안주머니에 손바닥만한 라디오를 넣어서 들으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담배를 물고 커피를 드셨어요. 나도 모르게 인사를 꾸벅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가볍게 인사를 받아주셨고요.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그 푯말 위를 지나간 손을 생각했어요. 손주름 사이로 깊게 들어 갔을 햇빛 같은 것을요. 무난하게 써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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