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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모르는

_봄밤 2014. 5. 5. 00:40

 

 

 

 

 

 

 

 





 

모르는 동네,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 내일과 잘 살아볼게요. 한 짐을 싸면서 나는 좀 울먹했습니다. 내가 없을 방이 걱정이 되어 불을 켜 놓고 책상이 있는 옆방에 건너왔습니다. 아까 늦은 낮에는 장을 보고 왔습니다. 이제 장날의 곳곳을 떠올릴 수 있을 때가 되었는데. 그 떡은 빨리 팔리니까 제일 먼저 사야하고, 그 옆에서 콩나물을 사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묵튀김이 오백 원이고, 반대편으로 나가면 감자와 양파가 싸고 좋은 집이 있고...길가에서 묵 내리는 할머니 까맣고 주름진 손이 유난히 크게 보였습니다. 나오는 길에 보도블록 촘촘히 놓인 카네이션 화분도 샀어요. 어눌하게 우리말을 하는 아가씨가 조심스럽게 담아주었습니다. 유성장의 어르신들은 모두 건강하세요. 동네 편의점에 가서 괜히 택배 왔느냐고 말을 붙여 보았습니다. 그러자 이름도 묻지 않으시고 아주머니 '오늘은 없는 것 같아요'라고 하셨습니다. 어느새 제 이름을 알아버리신 걸까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바람이 무척 부는 밤 파라솔 밑에서 닭을 먹었습니다. 나는 많이 섭섭하고 많이 섭섭합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갑천 야경이 보고 싶어지면 내려올 겁니다. 불이 꺼진 다리라도 좋아요. 그냥 그날의 바람을 만날 수 있으면, 아무래도 괜찮아요. 내가 모르는 기억을 잘 간직해 주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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