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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몇 가지

_봄밤 2014. 5. 6. 22:22



몇 가지.



물을 사기 위해 돌아다녔다. 물은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곳은 1250원이었고 어떤 곳은 690원이었다. 심지어 어떤 곳은 500원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곳은 멀었다. 먼 곳에서 돌아오느라 햇빛이 더웠다. 자건거를 타는 할아버지와 무엇을 끌고가는 할아버지가 길에 서서 안부를 나누었다. '동네'였다. 아주 어렸을 때만 보았던 풍경을 이곳에서 다시 보았다. 오기 전에는 이곳이 뭐가 좋아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그냥 오래 살았고, 살았으니 살 뿐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어보였다. 나무로 짠 창틀이 드르륵 거리며 여닫는 소리가 길에서 잘 들렸다. 주의를 조금 더 기울인다면 어느 집이었는지도 알 수 있을 만큼. 길은 좁았고 좁은 길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할머니가 키 낮은 대문에 묶어 놓은 빨간 노끈을 풀고 들어가셨다. 나는 저 노끈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곧 이해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를 목마 태우고 노는 아빠를 몇명 보았다. 그는 끊임없이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는 알아듣는 듯 했고, 또 뭐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나는 70m만 가면 나오는 공원을 찾지 못해서 두 시간을 헤맸다. 몇 번이나 물어보았지만 내가 가려고 했던 공원이 아니었다. 심지어 지도에도 없는 새로운 공원이었다. 그늘에 앉았고 내 옆에는 어떤 엄마가 앉아 있었다. 우리는 고개를 다른 편으로 하고 앉았다. 우리라는 말이 알맞은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서로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고 몇 분을 있었다는 데 우리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루는 차가왔고, 차가움이 마음에 들었다. 강변터미널이라는 표지판에서는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나는 오랜동안 바닷가에 살았다. 그러나 바다바람이 무엇인지는 바다를 떠난 후에 알게 되었다. 아마도 강 바람이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와 닮은걸까, 고개를 저으며 공통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워하는 것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는 모양을 생각했다. 올라가면 연락할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올라와서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정말로 만나게 될 것을 저어하는 마음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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