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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마른 멸치

_봄밤 2014. 3. 18. 22:07



_봤어요? 


_달이 어엄처엉커요. 


_욧골공원에 임시 노인정이 생겼는데요. 노인정 간판을 화분에 꽂아두는 이름표처럼 만드셨습니다. 직접 쓰셔서, 임시로 만든 노인정 앞에 임시로 박아두셨더라고요. 노인정은 작은 비닐하우슨데요, 공원 안에 있는 거라 주위에 시소도 있고, 그네도 있습니다. 주위에 또 벤치도 많아요. 할아버지들은 비닐하우스 임시 노인정에서 화투를 치세요. 판돈은 모르겠구요. 안주머니에 손바닥만한 라디오를 넣어서 들으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담배를 물고 커피를 드셨어요. 나도 모르게 인사를 꾸벅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가볍게 인사를 받아주셨고요.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그 푯말 위를 지나간 손을 생각했어요. 손주름 사이로 깊게 들어 갔을 햇빛 같은 것을요. 무난하게 써진 '노인'이라는 글씨, 앞에 있는 '임시'. 라는 글씨. 비닐하우스는 아주 작고, 비닐이 여러 겹 쳐져서 안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_마른 멸치 봉다리를 여니 손톱만한, 멸치 머리만 그득해요.


_조금 졸린 저녁입니다. 


_낮에 친구를 만났어요. 이름이 수뽕이에요. 이름이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본인이 좋아하니까 그렇게 부릅니다. 


_우리는 서로의 나이를 위로하다가 안쓰러워하다가 비웃다가 엉덩이를 쳐주고 헤어졌습니다.


_정동진 가본 적 있어요?



_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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