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멧을 야금야금 보고 있다. 주인공은 뇌외과 의사. 기억상실로 하루의 기억만 할 수 있다. 즉, 다음날 일어나면 이전까지의 기억을 잊는다. 매일이 막막할 것 같지만 그에겐 그럴 틈이 없다. 왜냐면 그 하루가 그에게 인생이니까. 다행히 사고 이전의 기억은 있다. 사고 이후의 기억부터 어제까지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그러니까 그의 기억은 사고난 시점(비교적 최근으로 나온다)까지는 존재한다. 그래서 살아가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살아가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문제는 매우 크고 막막해진다. 드라마의 특징1. 주인공이 밥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먹는 연기를 아주 잘한다. 아주 잘 먹어서 무엇을 먹는지 궁금하고 나도 먹고 싶어지게 만든다. 잘 먹는다는 건 잘 살아가겠다는 의지인 지도 몰라. 다음날..
그는 공원을 몇 바퀴 돌다가 마침내 내가 앉아 있는 의자로 와서 말을 걸었다. 그 고양이가 기다린 것 같아요. 오시기 전부터 이 의자 위에 앉아 있었어요. 나는 대답했다. 이 고양이는 날씨가 좋으면 공원에 나와 있고 사람을 잘 따라요. 누구에게나 사랑 받죠. 그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누가 특히 더 예뻐하는지를 아는 것 같아요. 고양이는 그 말을 알아 들었는지 내 무릎 위에 올라왔다. 점심이 물러가고 산책도 끝나고 공원에 가을이 더 내려왔을 무렵 고양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자 문득 고양이를 기다린 건 나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환원 불가능한 어떤 차이를 생산한다는 기능 때문에 특히 금융화된 자본주의 속에서는 어떤 의사 상품으로 소급되게 된다는 거예요. 비트코인의 원리와 똑같죠. 자본주의하에서는 투기의 대상이 되는 거예요. 아도르노가 예술의 마지막 가능성으로 봤던 '비동일성을 생산하는 능력'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에서는 절대 지켜질 수 없는 원리죠. 더 나아가서 이 모든 현상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트테크의 실천을,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등에 관한 금융적인 부분에서 개개인을 투자자로 적극적으로 호명해 내는 신자유주의와 금융화의 실재로 파악해야 된다는 겁니다. 30p 정강산, 절대자본주의와 미술심화된 매개 속 자유 공간은? 예술이 = 비트코인의 원리와 똑같죠. 표준적인 욕망의 세계에 깊은 멍이 들어 있다면 섬세한..
아주 좁은 폭의 인도도 만들어 두지 않은, 그러니까 길만 겨우 낸 2차선 도로는 오직 앞으로 나가는 데만 유용했다. 사람이 걸을 수 없는 도로. 걷더라도 차가 오면 어디 피하기가 쉽지 않은 도로. 그래서 무척 위험해 보이는 곳이었다. 그 도로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어딘가를 도착하는 것 뿐이었다. 장례식장과 이어져 있다. 멀리서도 큰 부지로 있어, 도로 초입에서도 장례식장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도로의 구부러진 곳에 간신히 있는 갓길, 웬 노인이 서 있다. 키가 작은, 모자를 쓰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하다. 누군가는 바로 어머니이다. 그는 어머니의 둘째 오빠이다. 차에 사람이 모두 타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오빠, 외삼촌을 모실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장례식장 까지 갔다가 다시 나오기로 했다...
강돌고래는 바다 돌고래만큼 많이 뛰어오르지 않는다고 해요. 거세게 흐르는 탁한 물살 때문에 자기의 시각을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눈은 점차 작아집니다. 반향정위가 중요해집니다. 듣기는 점점 더 미묘해집니다. 그들은 형태의 전문가가 되어 강물처럼 앞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 몸을 좁게 만듭니다. 갠지스강, 아마존강 등에 사는 전 세계의 강돌고래는 유전적으로 서로 가깝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체적으로는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을 띱니다. 공통 환경에서 공통 형태로 성장한 것이지요. (...)강돌고래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강돌고래는 뛰어오르거나 물 위로 첨벙 떨어지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으니, 이 선생님들을 찾으려 애쓰지 마시기를. 그저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숨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최선은 나의 예전이 다 했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쉬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사시는 분 혹시 안계시나요, 미래의 내가 쉬려면 지금도 여전히 최선을 다해야하는데 요새 나의 최선은 조금 동떨어진 곳에서 발현된다. 이를테면. 태어나 처음 가본 헬스장에서 덤벨플라이와 바벨런지를 설명했다. 세상에 그런 단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지 30분 만에 그것을 이미 모두 알고 있는 40명 앞에서. 담력이라도 기르세요? 나를 가르쳐준 선생님이 초조하게 서 있는 것 같고, 자리에 돌아와 이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그가 물어봤다. (종목이 다르다면서요) 그냥 지금을 열심히 하는 거죠 뭐. 그는 어쩔 수 없이 웃었다. 웃어야할 대목이었다. 운동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운동의 한복판에서 고되다. 당연하지만 한복판까지 가..
아침에는 대체로 기분이 괜찮다. 가뿐하고, 아직 아무 생각도 들어오지 않았고, 고양이가 얼굴을 빼곰 열린 방문으로 내밀면서 안부를 대충 물어보고 간다. 딱히 궁금하지는 않지만 잘 있는지 살피는 고양이를 멀리서 귀여워 하며 일어나고 출근길이 고되긴 하지만 이를수록 바람이 시원하고 사람이 없어 나쁘지 않다 지하철 역 부근에서 쿠팡 출근버스가 기다리는데, 어떤 날은 줄이 길게 서 있고 어떤 날은 사람이 타고 있는 것을 보며, 어느 날은 쿠팡 출근버스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이 서 있기도 한다. 그리고 그게 나인 것 같을 때가 종종이다. 삶이 명랑해지고싶으면 남에게 명랑을 주면 된다고 한다. 친절한 삶을 살고 싶다면 친절을 주면 된다고. 나는 먼저 명랑이나 친절을 주지 않는 사람이다. 인생을 그렇게 만들고 싶으..
시선은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실은 움직임이다. 눈동자는 물론이고 몸 전체의 이동과 관련이 있다. 항공사 승무원처럼 신뢰와 안정감이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은 눈동자나 고개가 아니라 가능한 한 몸 전체로 상대를 바라보라는 훈련을 받는다. 87p 병신, 즉 병든 신체를 모방하거나 상징으로 활용하는 춤은 한국 민속춤에서 쉬이 발견된다. '병신의 몸'은 밀양백중놀이,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등 각 지역에서 탈춤을 비롯한 다양한 전통 놀이와 굿 속에서 계승도었다. 각지에서 재현, 표현되는 '병든 몸'들은 현대적 의미에서 거이 모든 장애 유형을 망라할 만큼 다양하다. 뇌병변장애인이나 소위 '언청이;로 불린 안면 손상, 발달장애, 팔이나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 '(안팎)곱사'라고 불리던..
예쁜 제목과 다르게 책은 학살자가 죽은 어느 날, '내'가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는 학살자가 사과없이 죽어버렸다고 분노한다. 책을 열자마자 분노가 시작해서 독자는 좀 당황스러울 수도있다. '나'는 그만큼 자신이 겪지 않은일도 나의 것처럼 생각하고 아파하는 사람이다. 혹은, 어떤 역사와 1:1로 서 있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의 삶과 거대한 역사적 사실이 그다지 상관 있어 보이지 않는데요. 나쁘게 말해 '나'는 거대한 역사적 시간에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그러나 어떤 개인이, 역사와 무관할 수 있을까. 무관해 보인다면, 그렇게 보이도록 누군가 애써왔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의사는 '나'에게 '사과'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다시 말하면 받아야 할 ..
수영은 정말 재밌어! 자유형의 고질적인 문제를 드디어 조금은 해결한 것 같다. 문제는 물당기기에 있었다.1. 캐치를 할 때 물을 처음에 반쯤 가져오는 것에 힘을 들이지 않고, 다른 편 손은 이미 넘어와 있어야 한다 2. 캐치한 손이 가슴쯤에 왔을 때부터 힘을 주어 허벅지까지 물을 보낸다. 다른 편 손은 캐치를 준비한다3. 이렇게 하면 캐치한 손이 가슴쯤 왔을 때 반대편 손이 돌아와 있어야 한다(글라이딩)4. 물을 잡는 게 전혀 힘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5. 두 손이 같은 선상에 거의 없어야 하고, 한 손이 글라이딩을 잘 담당해야 한다4 바퀴 정도 돌면 팔이 무거워지고 이젠 그렇지 않았다. 나는 1과 2를 반대로 힘을 줘서 물을 잡고 있었다. 혹은 1+2 모두 힘줘서 물잡기.. 그래서 팔에 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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