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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멧을 야금야금 보고 있다. 주인공은 뇌외과 의사. 기억상실로 하루의 기억만 할 수 있다. 즉, 다음날 일어나면 이전까지의 기억을 잊는다. 매일이 막막할 것 같지만 그에겐 그럴 틈이 없다. 왜냐면 그 하루가 그에게 인생이니까. 다행히 사고 이전의 기억은 있다. 사고 이후의 기억부터 어제까지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그러니까 그의 기억은 사고난 시점(비교적 최근으로 나온다)까지는 존재한다. 그래서 살아가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살아가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문제는 매우 크고 막막해진다.
드라마의 특징
1. 주인공이 밥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
먹는 연기를 아주 잘한다. 아주 잘 먹어서 무엇을 먹는지 궁금하고 나도 먹고 싶어지게 만든다. 잘 먹는다는 건 잘 살아가겠다는 의지인 지도 몰라. 다음날 기억하지 못하는 한끼지만 그녀는 늘 맛있게 먹는다.
2. 일기의 중요성
중요한 정보를 골라서 일기를 써야하는데, 주요하지 않은 정보라도 나중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잘 써놓아야한다. 그리고 분량이 너무 많아서는 지난 몇년 간의 일기를 아침마다 읽는게 힘들어지므로 그렇다고 너무 많이 쓸 수도 없다. 하루만의 기억을 쓸 수 있고, 내가 내일 살기 위한 기억을 써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쓸까? 헛되이 쓰지는 않을 것이다... 주인공에게는 그럴 틈도 없기 때문이다.
3. 우수에 찬 남자주인공
당연하다. 결혼까지 약속한 주인공이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렸다. 매일매일 기억이 리셋되기 때문에 남자주인공과 매일 매일 새롭게 친해진다... 남자주인공은 우선 그를 의사로서 복귀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정체성을 환자로만 갖고 안전하게 머물지 않도록 독려한다. 기술이 있고, 그것을 할 수 있는데 수술을 왜 안한다는 것인가? (라고 말해도 환자의 입장은 다를 것이다. 매일 기억을 배워야 하는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 외에도 남자주인공은 그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싶지만 그래봐야 주인공이 혼란스러울 뿐이고, 그래도 다음날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혼자서 속이 썩어갈 뿐이다. 최근에 우리는 약혼한 사이었어요! 라고 알려줬는데 이 정보는 일기에 쓰지 말라고 한다. 참, 나는 약혼이라는 말에서 창을 꺼버렸다. 그게 일본의 문화인가.. 오글거림을 참을 수 없었다. 차라리 번역에서 우리는 결혼하기로 했던 사이었어요 라고 했더라면 넘어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4. 서브남
서브남은 외모가 매력적이지는 않은데 연기를 잘한다. 그래서 캐스팅 되었나 싶다. 정략 결혼을 준비하면서 서브남의 자리를 꾀차는데, 어떻게 서브남으로서 활약할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그렇다. 그리고 어떤 시대인데 정략 결혼인가... 싶지만 가난한 의사 집안의 아들로 나온다.
5. 주인공을 돌보는 동료들
동료들은 주인공을 돌본다. 병원이 늘 바쁘고 정신 없이 돌아가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고, 가차없을 것 같은데 일본은 사정이 좀 나은지 너무 급박하거나 날이 서 있지 않고 기억을 잃은 주인공을 따뜻하게 돌본다. 따뜻하게 돌본다는 게 별거 아니다. 매일 새롭게 타인의 얼굴을 익힐 그에게 먼저 가서 자신의 이름을 매일 똑같이 말하고 인사를 건네고 자기 소개를 하는 이다. 매일 매일 계속되는 타인과의 새로운 만남. 새롭게 연습하고, 새롭게 관계 맺는다. 기억을 학습하는 사람과 말이다. 우리도 비슷할 것이다. 관계와 기억을 나름대로 연습하고 연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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