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주 좁은 폭의 인도도 만들어 두지 않은, 그러니까 길만 겨우 낸 2차선 도로는 오직 앞으로 나가는 데만 유용했다. 사람이 걸을 수 없는 도로. 걷더라도 차가 오면 어디 피하기가 쉽지 않은 도로. 그래서 무척 위험해 보이는 곳이었다. 그 도로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어딘가를 도착하는 것 뿐이었다. 장례식장과 이어져 있다. 멀리서도 큰 부지로 있어, 도로 초입에서도 장례식장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도로의 구부러진 곳에 간신히 있는 갓길, 웬 노인이 서 있다. 키가 작은, 모자를 쓰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하다. 누군가는 바로 어머니이다. 그는 어머니의 둘째 오빠이다. 

 

차에 사람이 모두 타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오빠, 외삼촌을 모실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장례식장 까지 갔다가 다시 나오기로 했다. 차로는 금방 도착했지만 걸어나오려면 꽤 걸어야했을 것이다. 동생을 보기 위해서 장례식장 가기 전의 갓길에 혼자 마중을 나와있는 노인의 심정. 을 이해해보려고 했으나 그러기 전에 안쓰러워졌다. 장례식장의 주차장은 굉장히 넓다 못해 거의 비어 있었다. 물론 아직 저녁 무렵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우리는 허허벌판 같은 장례식장에 잠시 서 있었다. 

 

사이.

이야기를 좀 나누셨을까?

 

장례식장은 구조가 좀 낯설다. 입구가 있고, 문상하는 곳이 바로 옆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밥을 먹는 곳이 벌써 나타나고, 식당처럼 생긴 곳을 지나면 드디어 문상하는 곳이다.

 

아직 OO시에 있냐는 한 외삼촌의 질문에 AA시에 있다고 대답한다. AA시로 온 지는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10년 전의 기억에서 나는 업데이트가 안된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다른 외삼촌은 15년 전 쯤에 갔던 어떤 결혼식장을 기억해낸다. 칼이 난무했던 걸로 기억해 둘 중에 하나가 군인이었던 결혼식장이었다. 그게 누구의 결혼식인지도 가물가물한 차에 거기서 인사를 했다며 놀라운 기억력을 꺼내보이셨다. 그리고 전혀 기억나지 않는, 어떤 기억도 나지 않는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우시고.

우는 시간이 좀 짧았고.

함께 우는 이가 없었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외삼촌은 아버지를 타박한다.

최서방이 괴롭게 해서 우리 동생이 늙었지. 이렇게 늙다니.

아까 차가 생각보다 작아서 찾지 못했다네.

속으로 웃음이 난다. 아버지를 이렇게 타박할 사람은 오직 외삼촌 뿐이다. 

 

 

어머니도 누군가의 동생. 

밥을 몇 술 못 뜨시고. 상머리에서 누가누가 밥을 잘 먹는지 살펴보다가

했던 이야기를 세 번쯤 반복하셨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