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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은 나의 예전이 다 했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쉬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사시는 분 혹시 안계시나요, 미래의 내가 쉬려면 지금도 여전히 최선을 다해야하는데 요새 나의 최선은 조금 동떨어진 곳에서 발현된다. 이를테면. 태어나 처음 가본 헬스장에서 덤벨플라이와 바벨런지를 설명했다. 세상에 그런 단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지 30분 만에 그것을 이미 모두 알고 있는 40명 앞에서. 담력이라도 기르세요? 나를 가르쳐준 선생님이 초조하게 서 있는 것 같고, 자리에 돌아와 이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그가 물어봤다. (종목이 다르다면서요) 그냥 지금을 열심히 하는 거죠 뭐. 그는 어쩔 수 없이 웃었다. 웃어야할 대목이었다. 운동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운동의 한복판에서 고되다. 당연하지만 한복판까지 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다. 이 정도면 운동을 어? 조금은 어? 한다고 어? 아니겠지요.
이케아에서 5만원어치 물건을 샀다. 정리하고 보니 오만원이 온데간데 없이 집에 스며들었다. 커튼을 바꾸고, 밋밋하게 있던 베개에 쿠션 커버를 씌었다. 그런대로 잘 어울렸으나 대단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5만 원쯤의 수고를 들이면 표도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허황되게도 막막한 변화를 생각하며 산 물건들이기는 했다. 얄팍하다. 얄팍해서 잘 휘어지고 침헤되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회복... 탄력성 같은 건가? 아니오 포토카드인데요. 어제는 몹시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일어나니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대신 양 팔의 피부가 간밤에 나빠졌다. 다음날 점심에 김밥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바꾼 선크림 때문일까. 아니면 혹시 복숭아 때문인가. 껍질을 깎지 않고 먹었더니 양팔이 오소소하게 돋는 것인가. 복숭아 때문이라면 털에 손이 딱히 닿은 것도 아닌데 피부가 아니라 피부 안쪽이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다가 그것도 아니면 고양이 털 때문인가 여러각도로 추측한다. 하지만 모두 틀렸다. 나 때문이니까. 알레르기가 났다고 나를 바꾸거나 뺄 수는 없으니까 찾는것이다. 엄하게... 나랑 마주해서 오소소하게 피부를 만든 것을 다시 만나지 않으면 된다.
졸립다. 졸려서 까먹기 전에 다시 이야기 하고 싶다. 나의 최선은 예전이 다 했다. 그러니 지금은 좀 쉬고 싶다. (그치만)미래의 나는 지금의 최선을 기다리고 있을텐데...(하품) 지금도 최선도 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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