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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글

10월 일상

_봄밤 2024. 10. 15. 11:40

10월도 어느덧 중순, 첫 주에는 허리가 아파서 일상에 많이 지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며 자기 전마다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일하다가도 틈틈히 일어나 스트레칭 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새로 찾은 루틴이다. 운동이 적어져서 새로운 운동을 해야하는데, 한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수영을 주 3회 한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어서 주말에 수영장을 나가고 있다. 엊그제 수영은 정말 행복했다. 일요일 오전의 수영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이렇게 햇빛이 좋은 날은 더더욱 없다. 한 레인에 두 명이나 세 명쯤 돌 뿐이고, 그마저도 겹치지 않게 운동한다. 다들 체력이 부족한 것인지. 유유자적하는 수영을 하다 왔다. 스스로에게 풍족한 수영이었다. 글라이딩 하는 느낌은 언제나 즐거워. 물을 타고 미끄러진다. 왼쪽 손이 잘 안되는 것은 여전히 호흡 문제일 것이다. 입을 반만 내놓아야 하는데 여전히 잘 안된다.  

 

엊그네는 동네 카페를 새로 발견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카페. 하지만 손님이 많고, 그들은 정말 커피만 사러 오기도 하고, 잠시 앉아 있다가 가기도 한다. 가게 주인과 인사를 잘 나눈다. 주변에서 자주 오는 듯, 요새는 거의 없는 쿠폰을 모아놓는 함이 있어 ㄱㄴㄷ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나는 많은 것을 믿지 않게 되었는데 그 중에는 바로 이런 쿠폰도 있다. 내건 내가 들고 다닌다. 요새는 쿠폰을 주는 곳도 거의 없지만, 또 쿠폰을 모을만큼 자주 가는 곳이 없기도 하다.

 

이 동네 카페를 찾기 전에 자주 가던 카페는 단연 2층 짜리 카페였다. 가게 주인과 분리되어 있다는점이 마음에 들었고, 채광이나 주변 경관, 맛, 자유로운 좌석 등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단점이라면 집에서 좀 멀었고, 가게 주인이 늘 피곤하기 때문에 뭔가 조금도 친밀해 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마음에 들어서 가게 되었다. 이 카페에도 사람이 많지만 다들 서로에게 관심이 없고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늘 새로운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늘 새로운 마음을 받을 수 있지만 여기가 진정으로 편해진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다. 이상하게도 말이다.

 

동네 카페는 3번 밖에 안갔지만 루틴하게 오는 손님이 벌써 익었다. 그들은 이곳에 와서 정말 카페에서 할 법한 일을 하다가 간다. 맹렬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책을 읽거나 볕을 쬐거나 함께온 이들과 수다를 좀 나누다가 간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즐겁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서로를 발견할 여지가 더 많은 것도 같다. 이곳에는 연령대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그들 중 하나가 되어 커피를 좀 마시고, 이야기를 좀 하고, 할 일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동네의 대부분과 다르게 이곳은 거리가 정돈되어 있다. 도로 양쪽으로 있는 가게들은 서로를 오래 안 사이같다. 앵무새를 키우는 집이 있고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 있었다. 나는 아까부터 이 고양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고양이는 사람이 자주 오는 업종은 아니라서 대체로 가게가 한산하다. 그리고 고양이는 점잖게도, 문이 열려 있어도 절대 문 밖을 나가지 않는다. 진중한 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문 밖에서 좀 떨어져서- 그러니까 도로에서 고양이를 본다. 그리고 이 고양이는 놀랍게도 패딩 조끼를 입고 있다. 그것은 놀랍게도 무척 잘 어울려서, 감탄이 나올 정도인데, 고양이 집사가 얼마나 고양이를 아끼는지 알 수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 고양이 또한 집사를 얼마나 애정하는지 알수 있었다. 고양이는 길 건너의 앵무새를 보거나 도로를 걸어다니는 비둘기를 본다. 고양이는 신중하게 움직이고, 그림처럼 앉아있다. 패딩조끼를 스스로 입는 건 아니겠지? 어쩌면 스스로 입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가 온다, 그 고양이가 있는 가게의 창 밖에도 비가 오겠지. 고양이는 비를 구경할 것이다. 한참을 진중한 자세로 앉아서, 패딩 조끼를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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