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히친스/김승욱/알마 대답해야 한다-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에는 두 가지 태도가 있다. 말기 암을 대하는 태도와 죽음에 신을 초대하지 않는 태도. 이 책의 무게는 '죽음에 신을 초대하지 않는 태도'에 기울겠으나, 그것보다 말기 암을 대하는 태도에 집중하고 싶다. 그는 지치지 않는다. 병을 알고,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이 과정이 여과없이 나타난다. 고통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 하면서도 신에게 기도하는 이들에게 호통하기를 잊지 않는다. 말기 암을 대하는 태도에는 다시 두 가지 장면이 있다. 히친스 자신이 암을 대하는 장면과, 암에 걸린 자신을 대하는 다른 이들의 얼굴이다. 투병기에서 그는 고통을 설명하기보다 조롱한다. '발진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언어의 탄생과 죽음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원시언어가 어떤 것이었는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반면, 음악적 측면은 사실상 무시되고 있다. 음악을 다룬 연구들도 음악을 언어의 부산물쯤으로 치부한다. (‥‥‥) 음악과 언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이 둘이 인간의 마음, 몸, 사회의 진화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이 책은 취향이 바흐건 블루스건 브리트니 스피어스건 우리가 왜 음악을 즐기는지를 설명해줄 것이다. 23~25 /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 인간의 선조는 어떻게 말하는 법을 배웠을까? 왜 이 세상 모든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이처럼 복잡한 언어를 만들어냈을까?(‥‥..
크리스토프 앙드레, 파트릭 레제롱/유정애/민음인 발가벗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자연스럽게 보이려는 욕구만큼 자연스럽게 있는 것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 로슈푸코.106 '프랑스어로 겁 'trouille'은 심한 복통과 엄청난 방귀를 의미한다.'고 한다. 46 엄청난 방귀라니, 읽는 것만으로도 불편하다. 참아야 하는 자리,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다. 그곳에 대신 있어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말의 '겁'의 어원은 무엇일까. '엄청난 방귀'같은 것에서 왔다면 어떨까. 어원이 지역을 막론하고 의미가 통한다면, 생각만 해도 흥미롭다. 사람 사는 것이 아주 다르면서도 비슷하다는 뜻 아닐까. ‘겁’이라는 말로 프랑스와 한국을 지르는 방대한 스케일에 조금 ..
전상인/편의점 사회학/민음사 편의점에 없는 것-편의점 사회학 편의점에 없는 것-편의점 사회학 상비약에서 도시락에 이르기까지, 진열된 빼곡한 물건을 보며 과연 '편의점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어리석은 질문을 던진다. 스넥 코너를 돌면 라면이 있고 맞은편에는 부침가루와 참기름이 있다. 마침내 코너 상단에 와인까지, 어색한 꼬리를 물며 함께다. 와인 마저 일상품으로 비치 된 곳에 무엇이 '없을까'만은, 공간과 어울리지 않음을 묵살하는 목이 긴 병을 본다. 편의점은 아무리 작아도 내가 사는 물건보다 사지 않는 물건이 훨씬 많다. 그래도 없는것은 무엇일지 살피면 우선 '기다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편의점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려서 가지 않는다. 닫히는 시간에 초조하지 않는다. 편의점은 '그런 시간'..
너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는가?-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민음 한국사 올 초, 민음 한국사의 출간 소식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16권 분량의 대기획이다. 조선을 기술하는 데만 9명의 저자가 모였고, 편저로 문사철이 함께했다. 조선시대는 2016년 완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 봄,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선인세로 화자 되었던 민음사를 기억한다. 선인세가 십수억이 넘었다는 기사를 보고 놀랐다. 우선 '금액'에서였다. 그 다음으로 놀랐던 것은 한국 굴지의 출판사가 이토록 한 작가의 선인세를 지불한 사실은 명백해졌으나, 출판사가 미래에 남길 책의 목록은 좀처럼 투명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불식시킨다는 듯, 급하게 준비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서 만큼 새로울 것이 없는 책..
이인화/스토리텔링 진화론/해냄 논어가 스토리텔링이었다니! - 스토리텔링 진화론 일단 놀라고 가자. 그동안『논어』를 불멸의 고전, 삶의 길잡이, 꺼지지 않는 등대로만 생각했지, '화자성을 중심으로 이룩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서사'라고는 한번도 생각한 적 없었다. '논어의 스토리텔링'이라니 이 무슨 불경한 말인가. 조심스럽게 스토리텔링은 소설에만 있는거 아닌가요? 되묻는 당신에게 대답한다.『논어』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제목을 달고 새롭게 태어났던 것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야' 나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가 담고 있는 가치의 유구함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공자와 그 제자들의 이야기,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것. 논어를 분석한 그래프가 있다. 이어서 보자. 그래프(27p)는 논어의 플롯을 보여준다*. 점..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김정훈/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자음과모음 조금씩, 즐겁다-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 딸기 좀 먹어봐. 너는 팥빙수에 반쪽으로 잘라진 깨끗한 딸기를 가리켰다. 딸기 씨가 그렇게 좋다더라. 그 옆의 바나나를 먹으며 말했다. 봄 맞아 처음 먹는 딸기는 의외로 흰색이다. 몰랐던 것처럼, 빨간 딸기의 속살은 희디 희다. 팥빙수의 딸기는 떡에 기대서 우유에 적셔져도 흰색을 잃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유도 하얗고 딸기도 하얀 것이지. 하지만 '진짜 딸기맛 우유'는 '분홍색'일까?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딸기우유는 분홍색이 맞는 것 같다. 는 자꾸만 희석되는 욕망에 대해 묻는다. 겉과 속을 섞어 무엇인지 모르게 하고 싶은, 내가 외면해버리리는 내 진짜 욕망에 대해 말이다. 내 욕망의 색은 '진짜 ..
클립은 철선의 굽은 곡선처럼 매우 서서히 우회적으로 지금의 형태로 진화했다. 그 형태는 평범하지만 내재된 연관성은 엄청나게 복합적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은, 마치 100개의 클립이 들어 있는 상자 안에서 특별한 클립을 하나 집어내는 것처럼 자의적이고 어려울 수 있다. 이제 문화와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인공물 자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클립의 꼬리가 서로 엉켜 연결되는 것처럼,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99 는 디자인과 공학에 초점을 맞춘 책이지만, 명확하게 보이는 분야에 권장하면서 진실로 맥락이 닿아 있는 어떤 분야에 추천하는 것을 잊은 것 같다. 아니, 그 '어떤 분야'가 생소해서 이름을 모르고 넘어 간 것일수도 있겠다. '이해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고..
마이클 센델/이양수/정의의 한계/멜론 정의의 한계-'옳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은 지난 25세기 동안 철학처럼 "참을 말한다."고 주장하지 않고도 진보해왔다.* 시작은 '무지의 장막'이다. 존 롤스의 무지의 장막(베일)은 개인들이 모두 동일한 상황에 있어 모든 편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간단하게 말해, 자신의 편견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으로 객관적인 공평무사의 관점에 도달한다는 것. '원초적 입장'은 계약 당사자들을 모두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으로, 동시에 모든 정보를 한 순간에 지워버려 사회적 선택에 꼭 필요한 기본 정보만을 알게 하는 상태다. 이럴 때 비로소 '개인의 선택은 공정하다.' 고 여긴다. 무지의 장막은 롤스 '정의론'의 핵심이다. 원초적 입장을 조금 더 설명하..
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프랑크 비베/열린책들 들어가기 전에 : 화이트데이를 맞아 고백 하나☆ 좋아하는 기업이 있다♡ 당신은 좋아하는 기업이 있는가? 기업이 만들어낸 상품을 좋아하기는 쉬워도 기업 자체를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고 사탕이라도 받아보려는 심사일까. 오해는 금물이다. 나는 기업이라든가 경영, 그런 것은 잘 모르지만 어떤 가치가 훌륭한 것인지는 더듬거려 볼 수는 있다. 그럴리 없겠지만, 거대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어 내느라 욕도 가장 많이 먹는 기업들이 지금 소개하는 기업의 홈페이지를 하루에 세 번씩 방문하면 넌 행복해지고 넌 건강해지고 넌 웃을 수 있고* 심지어 시험도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하여간 망설이지 말고 right now, 들어가 보기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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