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불감증 새해에 읽은 첫 번째 책. 별 하나도 아깝다. 그러나 매우 실망스럽다. 바우만과 돈스키스의 대담을 엮은 책인데, 둘이 왜, 언제, 무엇 때문에 이런 대담을 했는지, 그리고 이것을 책으로 왜 묶어야 했는지 연원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어떤 배경에서 둘이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이런 대담이 끼친 영향이 뭐가 있었는지, 하다못해 언제 이뤄졌는지 해설이 전혀 없다. 옮긴이의 말도 당연히 없다. 있으나마나한 서문이 짧게 끝나고, 밑도 끝고 없이 둘이 대화를 할 뿐. 이 책에는 편집이라는게 없다. 편집이 없다는 것은 번역에서 드러난다. 원문을 그저 한글로 읽을 수 있게 바꿔 놓는 것이 번역인가? 이렇게 엉망인 문장을 읽어도 가슴이 뛰는지라 읽는 내내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다. 이런 문장을 ok..
작년 여름, 비오는 날 종로에서 를 봤다. 저녁은 없었고 약간 지쳐서 나왔다. 영화가 끝나고 고향 동생과 꽤 오래 전화 했던 기억이 있다. 종로의 낮은 지붕의 술집이 늘어선 거리.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내내였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맨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앉아있었다. 그때 나는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준비'라는 허울의 어떤 교육에 동원되었는데, 그 결과 그 시간을 조금도 지치지 않고 혐오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몰랐으며-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도 알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고백하자면 어떤 옷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해야겠다. 보도블럭의 구역 반쯤까지 플라스틱 의자를 드밀어 술을 먹는 이들 덕분에 종종 도로에 나와 걸어야 했다. 도로에는 차가 느리거나 없었다. 아스팔트에 ..
주중의 어느날날아온 고지서는 주말에 불이 되어 발등에 떨어졌다. 6자리의 미납 금액, 3개월분. 기한이 고작 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데 조금 놀랐다. 3일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가. 신용에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내역을 올릴것이다. 통신사 신규 가입과 변경이 어려울 것이니 알아서 하시라. 더불어 인터넷도 끊김(ㅋ)... 그동안 잊지않고 낸 날짜가 십수년. 모 통신사의 멈추지 않는 성장에 청렴했던 나의 납부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서라면 이런 고지서도 없었을텐데. 모든 것이 광적으로 빠른 시간에 쳐져버려서 9세기쯤에 남겨지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앞을 보면 그런대로 다시 뛰어가는, 사람들. 사람이 아니라 무엇들. 보이지 않으나 움직이는 무엇이 보인다. 안개처럼. 그러모은 무릎이 욱신거리고고..
정치카페vs생각해봤어? '카페'라는 말을 붙였으나 어떻게 해도 누그러지지 않는 '정치'의 이미지였다. '정치카페'는 팟캐스트로서 가장 적확한 분류, 청자를 끌어낼 수 있는 제목이었으나, 책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다른 컨셉이 필요했다. 무엇이 읽혀야 한다면 읽혀야 할 사람에게 가야하지 않을까.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몇 번이나 돌려본 이들에게 이 책을 또 권유해야 할까. 노유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대상은 누구였을까. '다른 독자를 만나고 싶다' 는 그래서 나온 제목인것 같다.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서로가 공감받고 싶은 것은 누구나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 아닌가. '생각해봤어?' 라고 묻는 질문에는, '그럼 너는 생각해봤어?' 라는 질문을 부른다. 먼저 묻는 ..
우리는 '차가운 물'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노란 리본'으로, 얼마나 쉬운 이미지로 그날을 기억하고 있나. 혹은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말하는 것만으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이미지와 말은 기억에 가벼운 포를 떠낸 것 뿐이다. 그 포에서는 잔인한 실상까지 떠지지 않는다. 무거우니까, 무거운 것을 견디며 말해야 하고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진실의 무게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져가기 쉬운 지옥만을 진짜인 듯 간직하며 그 날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사고 이후에는 죽은 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한 번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에 들어가려고 하..
세상에 "풀써는 소리"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 있다. "풀써는 일"이 뭐인고 하면 '비탈진 밭에 흙이 비에 쓸려가지 않게 하고 땅을 걸구기 위한 작업'이다. 여기서 '풀'은 우리가 아는 풀 뿐만 아니라 나무를 함께 이른다. 쉽게 말하자면 마을 공동 퇴비를 만드는 작업으로, 서로 품을 팔아서 농사에 쓰일 풀을 작두로 썰어 마련하고 썩히는 일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지역 중에 강원도 일대와 경상북도 봉화군 일대에서 채록한 풀써는 소리를 소개한다. 강원도에서는 풀을 '심하게' 썬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곳은 여러가지 환경이 척박하여 지을 수 있는 농사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퇴비를 공들여서 마을 단위로 준비를 많이 했을지, 그래서 풀을 '심하게' 썰었던 건지도 모른다. "풀써는 소..
조현준/현암사/2014. 4 살 수 있는 삶의 가능성* 젠더는 한 개인에게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며, 한 개인의 인간됨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다. 젠더는 내가 철저히 의존하고 있는 사회와 협상하려는 나의 노력이다. 214 이 책은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을 읽기 위한 책이다. 『젠더 트러블』을 개설하는 1장과 주디스 버틀러가 각 연구자들의 논의를 비판한 5장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버틀러의 기본적인 입장은 개략적이지만 성실하게 소개했다. 이것은 조금 길지만 다음의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옮길 필요가 있다. 그의 입장은 '결정적인 토대를 가지는 것으로 보이는 남녀의 성차, 통일되고 안정된 범주로서의 여성, 근친애의 금기에 전제된 이성애 중심주의는 사실상 지배 이데올로기가 반복된 규제적 이상의 각인 행위..
데루오카 이츠코/나는 사회인으로 산다/궁리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문장을 쪼개 보자.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이 문장을 한꺼번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들은 1.'사회인'이며 2. '나'와 '산다'를 한꺼번에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사회인이 무엇인가' 물으면 대부분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경제 활동을 하는 이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위의 문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이들은 1.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자아라며 우긴다. '이건 내가 아니야' 라면서 '나'라는 주어를 빼는게 어떻겠냐고 묻는다. 2. 한편으로 다른이들은 그래 내가 살고는 있는데 이게 사는 건가? 라는 물음으로 '산다'를 주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미래의 사..
내면에 귀를 기울이면-숨만 쉬어도 셀프 힐링 친구가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뾰족하지 않았지만 일단 인터넷을 활보하기 시작했습니다. 불면증에 좋다는 음식은 수십 가지가 넘었고 치료 방법도 넘쳐났지만 무엇하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 많은 것들을 하나씩 다 경험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하라'는 것도 말이 쉽지 어디 의지로 되는 것이었던가요. 우선 주변이 편하지 않고, 그것을 보면 불안정해지고,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는 것이고...내 주변을 편하게 바라보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 분명합니다. 물어물어 도착한 곳은 판미동이었습니다. 그곳엔 만화로 그려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림이 친근한 까닭에 어느 ..
결코 '미니'하지 않은 욕망 - 마이 카 미니 최진석/마이 카 미니/이지북 지금 캘리포니아의 거의 모든 거리에서는 자동차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원하느냐 원치 않느냐는 별개 문제로 자동차가 있다고 하는 것이 거리 구성의 전제가 돼버렸습니다. 이것이 일리치가 말하는 '근원적 독점'이라는 개념의 의미입니다.자동차 사회는 "자동차를 사면 어떻겠냐?"라고 사람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없으면 가난뱅이다, 그대는 매우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사람을 위협하고 강제하고 있습니다. * 이 책은 '미니'에 대한 애정으로 쓰졌습니다. 머리말에 그 단순한 열정이 잘 나와 있지요. 저자는 '미니'에 대한 책을 읽고 싶어서 도서 검색에 '미니'라고 입력했습니다. 그러자 , 등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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