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리스/연필 깎기의 정석/프로파간다 장인의 혼이 담긴 연필을 보고 진짜 기절초풍했어요! 그런데 질문 있는데요, 아저씨가 제일 좋아하는 열대 과일은 뭐예요?-나일라(Nailah, 초등학교 3학년생) 나일라가 내 감상을 아주 잘 말해주었다. 연필 깎기의 정석은 이런 책이다. '그런데 아저씨가 제일 좋아하는 열대 과일은 뭐예요?' 묻고 싶어지는 것. 나일라는 귀엽게도 이렇게 말한다. 연필 깎기 잘 봤구요! 이제 아저씨가 좋아하는 걸 알고 싶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연필 깎는 이야기만 나오므로 당연히 열대 과일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래서 궁금해지는 것이지. 혼이 담긴 연필 깎기를 보면서 아, 이 장인은 대체 뭘 먹으려나 물어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하게도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행복의 사회학/정태석/책읽는 수요일 표지를 오래 살핀다. 행복과 사회학이 만나기까지의 과정, 급기야 사회학이 행복을 호출한 이유를 생각했다. 행복이 사회학과 만나서 '이야기'되었다. 상관없을 것 같은 이름이 만나 '제법 잘 어울'리는 것에 무엇을 느꼈나. 이제 행복은 어디에나 붙어 수식한다. 어쩌면 이렇게 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이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이런 이름들처럼. '행복한 결혼'이나 '행복의 아침' 혹은 '행복한 빵'. '행복'은 그대로도 소중한 것의 앞에 머물러 잘 어울린다. 행복이 아무 곳에서나 떠돌기 때문에 사회가 불행한 것일지 모른다. 이름 많이 불리는 것은 정작 자신이 머물고 싶은 자리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는지. 동의한다는 듯 에서 총 다섯장으로 구분해 살피는 것은 행복 대..
피터 싱어/시대의 창/2014 마음의 진화를 위하여-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옆 자리에 책 몇 권이 쌓여 있었다. 몇 시간째 사람은 오지 않고 책만 덩그러니 있다. 책등이 자꾸 시야에 걸렸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슬쩍 눈길을 내 이름을 읽으니 제목이 '이렇게 살 것인가*'였다. 불현듯 다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목이 먼저 말랐던 것 같았지만 둘의 선후는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자리를 떠 책을 피했다. '이렇게'라는 미지의 지칭에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정의가 있다는 듯 또박또박했다. 그리고 나도 '이렇게'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 했고 '이렇게'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말하지 않았으나 이미 제목으로 전후사정을 다 들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책을 읽지 않았는데 이미 '이렇게' 살고 있는 ..
피에르 바야르/여름언덕/2008 나는 제비를 뽑듯 우연에 맡기고 책을 펼쳐 눈에 들어오는 페이지를 읽는데, 바로 그것이 흥미로운 거요. 210 직장인들이 일년 평균 10권 미만의 책을 읽어 한 달에 1권도 읽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책을 오죽이나 안사겠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출판 시장 악화'가 자연히 떠오른다. 그러나 책을 한 달에 스무권 이상 산다고 해도, 스무권을 '읽었다'는 정의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다른 것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읽었다'이후 마침표에는, 험난한 과정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독서는 애초에 숫자가 문제인 것이 아니어서 읽거나 산 책의 수량을 세기 전에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독서가 한편으로 수..
프레드 로델/이승훈/후마니타스 이 책은 현재 논란이 되 어떤 분야와 붙여 놓아도 그것을 후려칠 수 있는 말본새를 갖고 있다. 법이 말하지 못하는 [정의]의 정의를 손으로 짚어가며 알려주다가 법의 말을 빌려 호되게 욕한다. 감정과 날씨와 별스럽지 않은 일에 자신의 기준을 잃고 또 쉽게 기준을 세우는 보통여자의 하루를 빌려 '법이 하는 일이 그와 다르지 않다'며 실컷 비웃는다. 39년에 쓰였고 57년도에 재판된 이것은 우리나라에는 85년 처음 소개 되었으며 2014년, 새로운 번역으로 등장했다. 책의 이력을 살피는 것은 출간한지 1세기에 가깝다는 것을 상기 시키기 위함이다. 글쎄, 너무 늦은 등장이 아닐까 싶었으나 한편으로 지금만큼 시기적절한 등장이 또 있을까 싶다. 엄숙한 분위기를 띄는 검정색 표지와 제목..
프레드 로델/이승훈/후마니타스 법을 이기고 싶다. 너, 법보다 웃기고 싶다! 법과 관련한 모든 것을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모든 문장은 어떻하면 법보다 웃길 수 있을까 고민한 노력이 배어 있다. 별일 없을 것 같은 마침표마저 정교한 표정으로 웃기는데 동참하고 있었다. 이정도면 충분히 그것보다 웃길 것 같은데, 저자는 머리를 저으며 한숨을 쉰다. 아직도 모르겠냐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이미 싸우기 전에 졌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글쓴이의 문체에 있다. 법률가와 비법률가가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 문체를 모두 사용하면서도 엄숙한 개그를 낭비하거나 빠뜨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깨알같은 곳에서도 법 비꼬기를 귀찮아 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나는 저자가 똑똑한 사람이기 전에 성실한 사람..
슬럼, 지구를 뒤덮다-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 '군'이 '시'가 되기 위한 노력은 수십 년간 이어졌다. '시'가 된 기념으로 펄럭였던 플랜카드에는 백 년만의 쾌거! 라는 문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맙소사. 물론 그럴수도 있었다. 읍이 두 개가 되었다. 새로 생긴 읍이 내가 사는 동네였다. 염전이 있던 자리는 어디였는지 알 수도 없게 되었고, 그 자리 멀리,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보며 큰 우유곽을 여러개 세워 놓았구나 생각했다. 어렸고, 봄이었다. 이주단지라고 불렀다. 그 이름은 우리네만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자신을 이주단지에 사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이주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공단이 먼저 지어졌고, 달방이 성행하더니..
1.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타가 많은 오타부분 :오바마? 오마바? 미합중국 대통령 이름은 : Barack Obama 그러나 곳곳에 '오마바'와 함께 표기되어 있다. 심지어 목차부터 그렇다. 버락 오마바가 해결해야 할 과제1 : 선거와 경제버락 오마바가 해결해야 할 과제2 : 이라크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목차에서 오마바라고 표기한 것은 본문에 가면 그대로 틀려있다. 그러나 목차에서 오바마라고 표기된 것도 본문에 가면 틀린 경우가 있다. 오바마, 라틴아메리카의 평화를 지킬까...194라고 목차에는 잘 되어 있으나 본문에 가자마자 틀린다. 버락 오마바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네 번째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오바마도 다른 세 대통령의 뒤를 따라,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경우에만 평화를 유지한다는 오랜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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