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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어


이상협




모르던 때, 살던 집 없고 그 터엔 공기가 자랄 때 밥을

먹지 않고도 나는 있을 때 시점 없이 하늘을 바라볼 때 색

을 모를 때 인간을 모를 때 나는 다 모르고 흩어져 웃고

있을 때 손 없이 꽃을 줍고 예감으로 위치에 정확히 설 줄

알 때 남자도 여자도 아니어서 아름다움이 일 때 시간을 

다 트고도 시간이 남을 때 신을 소실점에 몰아넣고 종교가

없을 때 모여 있고 싶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 지구는 감정

의 뭉치 무한한 흰빛 속인 듯 무엇이든 하얗게만 하얗게

있을 때 이렇게 내가 잘 없을 때



<사람은 모두 울고 난 얼굴>중에서




길고양이가 쓴 시


"예감으로 정확히 설 줄 알 때" 이런 말 너무 좋지. 아마 여기 때문에 접어 놓았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길고양이 이야기인 것도 같지. 길고양이가 하늘을 바라볼 때, 색을 모를 때, 인간을 모를 때. 길고양이가 썼다고 하면 언젠가의 일기 같고, 인간이 썼다고 하면 조금 의아해지는. 고양이들이 잘 있으면 좋겠다. 길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볼 때. 그 저녁을 따라갈 때. 놓치고는 고양이 사라진 거리에서 고양이의 심정으로 서 있을 때.  


아마 그런 마음으로 시가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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