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 마음의숲 / 2012
에세이지! 그는 이렇게나 쉽게 쓴다. 그는 별 것도 아닌 걸 얘기하다 갑자기 다른 시간으로 뛰어간다. 나 잡아봐랏!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은 하교하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더운 날이어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려고 냉장고 안을 들여다 봤더니 뜻밖에도 보석바가 있었다. '이게 웬일이람!'혼자 중얼거리며 보석바를 꺼냈다. 보석바를 입에 물고 다시 학교 앞으로 걸어가는데, 옛날 생각들이 많이 났다. 중학교 시절, 그 비슷한 여름날의 오후에, 운동 같은 것을 하고 난 뒤 아이스크림을 먹던 기억들 말이다.
내가 사온 보석바를 보더니 친구도 "어, 보석바가 아직도 나오네"라며 반색했다.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만나는 친구였다. 둘이서 어렸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물론 보석바를 먹던 시절의 이야기도.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161
보석바 이야기를 하다가 추억을 만드는데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다니. 당신은 정말이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쓸쓸해져 있었을까?
나도 보석바 먹고 싶어져.
보석바에 얽힌 이야기가 콕콕 솟아올라,
보석바.
여름의 햇살,
고등학교. 한참을 내려가야 있던 매점
군데군데 흘러가던 구름,
같은 것들이
말이야.
'소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의 인문학-김담 (0) | 2014.02.03 |
---|---|
패스포트-김경주 (4) | 2014.01.28 |
느림보 마음-문태준 (0) | 2014.01.28 |
건축, 사유의 기호-승효상 (2) | 2014.01.12 |
눈의 탄생-앤드류 파커 (0) | 2014.01.12 |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TAG
- 김소연
- 피터 판과 친구들
- 대만
- 네모
- 민구
- 이영주
- 책리뷰
-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상견니
- 정읍
- 이준규
- 1월의 산책
- 일상
- 희지의 세계
- 배구
- 이장욱
- 차가운 사탕들
- 문태준
- 후마니타스
- 서해문집
- 진은영
- 한강
- 이병률
- 열린책들
- 뮤지컬
- 궁리
- 현대문학
- 이문재
-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 지킬앤하이드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