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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인문학/김담/글항아리
우리말을 알고 있는 사람이 썼다.
생강나무 꽃
생강나무 가지 끝에 화들짝 놀란 고라니가 골짜기로 냅뛰었다. 두 마리째였다. 지질한 날씨는 겨울인지 봄인지 분간을 어렵게 했으며 꽃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참꽃이 피고 생강나무는 거진 반 이울고 있었어야 했으나 이제 겨우 생강나무 노란 꽃 피워올렸다. 기다려야 할 아무런 까닭은 없었으나 길게 목을 빼고 꽃들을 그리워했다. 206
어쩌다 듬성드뭇 만나는 샛노란 생강나무 꽃잎을 땄다. 지나치게 어린나무도 피하고 아주 큰 나무는 어찌할 수 없이 따지 못했으니 만만한 나무에서만 꽃가지를 잘랐다. 돌이킬 수 없는 봄이었건만 등마루를 스쳐가는 바람결은 파랗게 날이 섰다. 참꽃은 서너 시간 숲속에서 헤덤비는 사이 딱 꽃잎 한 장을 보았을 뿐이었다. 겨울잠이 깊은 것인지 먼산주름 골짜기엔 녹다 만 눈이 하얗게 남아 있었다.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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