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일기-폴 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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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부터 당신들 둘은 함께 지냈고 대부분의 시간은 침대에서 보냈다. 당신은 서로에게 동화를 읽어 주는 의식을 생각해 냈고, 6년 후 딸이 태어날 때까지 죽 계속해 왔다.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책을 읽어 주는 친밀한 즐거움을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내가 <당신에게 책을 읽어 주며>라는 제목의 긴 산문시를 썼다. 마지막 열네 번째 편은 당신의 심장을 불규칙하게 뛰게 만든다. 그 시는 캐럴 가 153번지 3층 아파트 침실에 붙어 있다.

<잔인한 아버지가 멍청한 소년을 죽이려고 숲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살인자는 차마 소년을 죽일 수가 없어서 보내 주고 대신 아버지에게는 사슴의 심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 소년은 개들과 개구리들과 새들에게 말을 걸었고 마침내 비둘기가 소년의 귀에 대고 수많은 말을 속삭여 주었습니다. 나는 다른 어디에선가 당신의 귀에 대고 메시지, 내가 당신에게 전하는 메시지, 당신의 무릎 뒤와 팔꿈치 안쪽과 윗입술 위의 느낌에 대한 메시지, 당신이 지금 떠나간다 해도 내가 당신에게 전할 메시지를 속삭여 줍니다. 내가 당신에게 읽어 주는 이야기 속의 새들처럼, 당신이 나를 데려온 그 방에서 되풀이해 속삭여 줍니다. 어떤 부분들은 똑같지만 바뀝니다. 늘 바뀝니다. 희미한 빛 속에서 내 위로 몸을 구부린 당신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진지하게 바뀌듯이 알아차리기 힘들만큼 바뀝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읽고 쓰면서 이야기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또 이야기들, 조건들, 얼굴들, 허약하고 고통받는 심장들, 방광들을 물려받습니다. 그의 심장 주위에는 물이 차 있습니다. 물속에 빠진 병든 심장, 심장의 병,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입니다. 당신에게서 잰 심장 박동은 때로는 너무 빨라서 늦추기 위해, 다른 것들처럼 제멋대로가 아니라 제대로 박자 맞춰 뛰게 만들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노인들이 죽고 나서 당신 위에서 영원히 빛나도록 달을 걸어 둔 침대에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는 제 빛을 갖고 있지 않다 해도 멈추지 않고 남들이 빌려 가며 돌고 돌 것입니다. 나는 빌려 주고 도둑질하고 컸다가 조그맣게 변해 가는 달을 가져가겠습니다. 가장 작은 달, 겨울의 구름 뒤에 숨은 가늘고 약한 달이 내가 고른 모습입니다.> 109-110

폴 오스터, 『겨울일기』, 열린책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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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는 제 빛을 갖고 있지 않다 해도 멈추지 않고 남들이 빌려 가며 돌고 돌 것입니다. 나는 빌려 주고 도둑질하고 컸다고 조그맣게 변해 가는 달을 가져가겠습니다. 가장 작은 달, 겨울의 구름 뒤에 숨은 가늘고 약한 달이 내가 고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