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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건축, 사유의 기호』, 돌베개.
건축, 우리의 삶을 짓는 것
나는 건축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고 믿는 자이다. 부부가 같이 오래 살면 서로 닮는다는 것도 한 공간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까닭에 그들의 삶이 그 공간의 지배를 받아 같이 바뀐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도하는 이가 작고 검박한 공간을 찾아 떠나는 것도 그 공간으로부터 지배를 받기 원함이라고 여긴다. 윈스턴 처칠 경도 1960년 타임지와 회견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좋은 건축은 좋은 삶을 만들지만 나쁜 건축은 나쁜 삶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좋고 나쁨이 화려함과 초라함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화려한 건축 속에서는 삶의 진실이 가려져 허황되고 거짓스러운 삶이 만들어지기 십상이며 초라한 건축에서 바르고 올곧은 심성이 길러지기가 더 쉽다. 비록 그 건축은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아 우리가 느끼기에 더딜 뿐이지 건축은 우리의 인격체를 완성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건축은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당신은 왜 시詩를 쓰는지 아는가" 서문 中
좋은 건축은 좋은 삶을 만들고 나쁜 건축은 나쁜 삶을 만든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를 묻는다.
들어가는 말이 인상깊었다. 가슴 뛰게도, 서문의 제목은 "당신은 왜 시詩 를 쓰는지 아는가" 이다.
나는 시를 쓰는 마음을 짚어보다가 세상이 돌아가는 연유를 알것도 같았다
당신, 시를 말씀하시는 당신, 시를 읽는 당신, 시를 쓰고 있을 당신
시.라고 하니 어제 읽은 김경주의 시가 생각난다. 김경주의 시는 무너지고 싶게 한다. 도미노처럼 바닥에 깔린 수 많은 내가 있다. 가장 바깥의 하나가 쓰러져 모두를 넘어뜨리는 것이 아니고, 그 모두가 스스로 자리에서 무너져 내리게 한다. 쓰러지는 것이 아니고 쓰리지고 싶게 한다. 나의 가장 바깥, 지금의 나 뿐만 아니라 물러오며 남겼던 수많은 나를 스스로 주저앉게 한다. 나는 그가 죽을까봐 겁이 난다. 그는 자신이 죽으면 자신이 태어났던 계절도 함께 죽을 것이라고 했다. 7월이 사라질 것 같아 무섭다. 한달이 사라진 11개월, 우리는 7월이 없어진 줄도 모른채 살겠지만 시인들은 사라지는 계절을 지키기 위해서 태어난다. 자꾸만 짧아져 가는 계절과 올지 안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봄을 맞기 위해 시를 쓴다. 이토록 오랜 시간 셈하는 날들이 온전하게 지켜졌던 이유는 줄곧 시가 써졌기 때문이다. 세계를 지키는 것은 시인..인 것이다.
작성 : 2013/05/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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