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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팔다리를 잡아 끌던 침대가 있었다. 침대 머리로 끌고가거나 다리를 침대 아래로 데려가곤 했다. 더 끌어 당기면 어디 하나 찢어질텐데, 말을 하지 못했고 답답했고, 끈질긴 힘이었다. 버둥대다가 일어나면 어디 벗어 날 수 없는 210*180의 매트리스 위에 '잘' 있어서 분했다. 벌써 십년전인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오랜만에 머리채를 휘어잡아 끄는 시간을 만나 뒷머리가 욱씬거린다. 머리채가 뽑혀나가지 않게, 그러나 내 온몸이 끌리도록 움직인 힘은 말하지 않아도 비현실적이지만. 나는 꼬박 한 시간 왼쪽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녀야했다. 무심한 팔은 그 억센 팔을 잡지도, 물지도 못하고 고통스러웠다. 운동을 다시 해야지, 걱정되는 가을무렵이다.
종이접기는 늘어서 이제 꽤 정교하고 복잡한 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말해도 "예쁜 쓰레기"를 벗어날 길 없는 가운데, 언젠가의 손끝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접는다.
집에 가면 열 몇살 때의 내가 접은 거북이 돌하르방 몸 속에 들어있다. 그것은 지금은 만질 수 없는 손이 접었던 거북. 시간을 접었다고 해야 한다. 내가 그 거북을 접을 때는 이렇게 낯선 나를 만나게 될 줄 조금도 알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언제나 '나'를 만나게 될 줄 알았다. 오늘 접은 30면체 48면체 같은 별은 후에 나를 만나 어떻게 바라볼까. 나는 지금도 행복하고, 후에도 행복하게 있고 싶다. 행복이란, 나의 있음을 나 자신으로부터 존중받는 일이겠지, 손끝에 묻어나는 끈적끈적한 딱풀 속에서 하얀 풀이 점성을 이기지 못하고 거미출처럼 벌어진다. 그 사이로 내가 붙여야 할 종이와 이어야 할 종이가 보인다. 아직 책상에는 내가 있다는 의미를 찾으려고, 조금을 더 기뻐하려고 손끝으로 꾹꾹 눌러놓은 종이가 수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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