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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에 한 번 정도 생각을 했다. 뭐하고 있을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잔뜩 웃겨줄 수있는데. 같이 웃으면 좋겠는데. 그러다가 말았다. 일년에 한 번 정도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하지는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연락할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안부가 없더라도 잘 지낼 것이고, 잘 지낸다는 안부를 들어도 그 이상 할 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꾸물대다가 시간이 지나서, 어느덧 나는 그 분의 나이가 되었다. 그때는 이 나이를 산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가끔 힘들고, 조금은 지친 것 같고, 철이 조금은 든 것 같고, 무모한 일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조금 알게 되었다. 예쁜 종이를 500매 정도 사다가 자기 전에 하나씩 유튜브를 보며 접는다. 일주일 전에는 바다거북이, 어제는 카멜레온을 접었다. 아주 화려한 카멜레온이었다. 7년 전 나는 매우 용기가 있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나보다 7년 뒤의 나이를 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산다면 금방 노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많이 나이를 많이 먹으면 무엇을 얻고 잃게 되는지 묻고 싶다. 이제 내가 그 만큼의 나이가 되었으니,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나. 나는 그 두 나이를 모두 살아봤으니,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을 말해주겠다. 

 

 어제 꿈에서 피난을 했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엎혀서 내려왔는데 안전한 곳에 나를 두고 어디론가 갔다. 목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그 사람은 이제 내가 생각이 난다며 나를 찾아왔다. 사람들 사이를 뚫고서. 그러고는 꿈이 끝났다. 

 

 꿈 속에서 나는 내내 엎혀 있었기 때문에 나를 엎어준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꿈이 깨자마자 나는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있었다. 출근길에 연락했다. 아침 9시에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쓰기까지 한 시간이 걸렸지만 내가 제정신이라는 증거였다. 아직 저장되어 있는 번호로.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번호로. 재미있게 잘 살고 있느냐고, 건강하느냐고,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데 멋진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클라이밍과 배구를 한다는 애기를 썼다가 지웠다. 그건 만나게 된다면 해줄 것이다.

 

 만나면 울 것 같다. 하지만 그는 노인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으니 당황하지는 않겠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면 그건 어른도 아니지. 내가 갑자기 우는 게 억울하면 그도 울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울기 대회를 하게 되겠지. 종내는 눈물이 안나와도 나는 우는 척을 해서 이길 것이다. 이기면 뭐가 좋냐고. 위로의 말을 먼저 듣게 되는 것이다. 잘 있었냐고. 멋진 날들을 보냈냐고. 그렇게 반갑냐고. 궁금하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서 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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